푸코의 “성의 역사 1” – 이해하며 읽어봅시다 (2)
제2장 : 억압의 가설 - 1. 담론의 선동
1. 담론의 선동
1) 서구 17세기는 부르주아가 권력을 잡아나가던 시기였다. 이 시대를 언뜻 보면 성의 검열이 강력해 성은 뒷골목이나 선술집에서 이야기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푸코는 17∼19 세기 성에 대한 담론이 폭발적으로 증대했다고 말하고있다. 특히 권력의 힘이 작용해야 하는 곳에서는 집요할 정도로 성에 대하여 말해지도록 선동되고 제도적으로 지원되었다고 한다.
17세기 부르주아 시대에는 성에 대한 대화가 금지되고 침묵이 강요되어 성적 언어는 어둠의 영역이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세 세기의 연속된 변모를 살펴보면 상황은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인다.” 성에 대한 담론이 폭발적으로 곳곳에서 생성되고 있었다.
특히나 “권력 자체가 행사되는 장에서 성에 관한 담론이 증가했다.” 성에 대하여 세세한 부분까지 말해지도록 부추기어졌고 그것은 집요할 정도였다. 16세기 가톨릭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로 “가톨릭의 교서와 고해성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현상을 잘 알 수가 있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전 고해성사는 비밀스러운 부분, 체위, 몸짓, 애무부위, 쾌감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말해지도록 요하였다. 이는 성행위 자체에 대해서만 말하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이와 같은 상황은 변화되었다. 고백의 언어는 적절히 순화되고 고백의 범위는 더 넓어졌지면서 육욕에 관한 고백- 생각, 욕망, 상상 등등- 에 중요성이 더해지고 고해가 철저해졌다.
“그러므로 당신의 영혼이 지닌 모든 능력, 기억, 지성, 의지를 꾸준히 살피시오. 또한 당신의 모든 감각을 정확하게 조사하시오. --- 또한 당신의 모든 생각, 당신이 한 모든 말, 그리고 당신의 모든 행위도 검토하시오. 더 나아가 당신의 꿈까지 유심히 살피고-----”
단순한 성행위 활동(?)을 하는 육체가 이제는 욕망이라는 죄를 행하는 육신이 되어갔다.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순화된 언어의 폭넓은 고백은, 고백하는 자의 몸에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새겨지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2) 가톨릭의 고해성사는 성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말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욕망을 모조리 말해야 하는 것은 17세기 가톨릭에서 뿐 아니라 문학이나 대중서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당시의 고해성사, 교서, 문학, 대중서는 성을 세부적이고 비밀스러운 것까지 좀 더 말해지게 하는데 정당성을 제공하였다.
“영혼과 육체를 가로질러 성과 어떤 친화력을 갖는 무수한 쾌락, 감각, 사유”등이 말해지는 전통은 수도원의 금욕적 전통에서 유래되었다. 16세기 트렌트공의회 이후에 말이 순화되고 특정 표현이 검열되었지을지라도 이는 조금 더 말해지게 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였다. 이와 같은 기술장치는 문학과 대중서에서도 나타났다.
사디즘이란 용어의 주인공 사드후작도 “당신의 이야기에는 가장 많고 폭넓은 세부사항이 필요하고, 당신이 어떤 정황도 숨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우리는 당신이 이야기하는 정염에 내포되어 있는”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기류에 동조한다.
대중서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19세기말에 ‘나의 은밀한 삶’을 쓴 익명의 저자 역시 동일한 명령을 따랐”다. “나는 일어난 그대로의 사실을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할 것인데,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다”. “은밀한 삶이라고 해서 뭔가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요점은 “300년 전부터 서양인이 자신이 성에 관해 모든 것을 말하려는 노력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17세기 이래로 성에 대한 담론이 검열되고 억압되었던 것이 아니라, 성에 관한 담론이 풍성해지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가 갖추어지고 있었다.
3) 18세기 무렵 성에 관한 정치, 경제, 기술적 담론이 풍성했는데 담론은 분석, 분류, 계량의 방식인 합리적 지식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논리적인 지식은 전문화된 지식 담론의 형태로 나타났기에 사람들은 주체적으로 그 지식담론을 받아들였다. 이런 방식을 권력의 기술이라고 한다. 권력기술의 예를 보자.
① 인구가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등장하였다.
인구는 매우 오래전부터 국가의 주요한 자산이었다. 중상주의 시대에도 국가는 국력의 증대를 위하여 인구 증가를 필요로 하였다. 그러나 한 사회가 출생률, 건강, 질병관리, 주거 형태 등을 통하여 인구를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경부터이다.
부부의 성 활동이 국가의 조직적 캠페인 대상이 되었고, 시민들도 그에 따라 성에 관한 습관을 스스로 통제하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행해지는 성행동이 전문적 지식에 의해서 교육되고 관리되어 담론의 조직망 안에 들어온 것이다. 이는 가장 은밀한 육체까지 권력기술이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 청소년들도 국가 교육기관의 권력기술 망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건축물의 배치, 징계의 규칙, 내부의 조직 전체”가 청소년들의 성생활을 감안하여 마련되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에 대한 관찰, 의견, 교훈, 임상 실례 등의 문헌이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종교교육과는 다른 교육방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면, 18세기 한 학교의 축제에서 청중들 앞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별, 출생, 생식의 신비에 대하여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수줍음 없이 그에 대하여 대답하고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하기도 하였다.
어린이에게도 성은 침묵보다는 말해지게 하며 어린이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지식으로 그들을 지식 담론의 그물 안에 가두었다. 이는 고해성사를 통해 육체에 죄악을 습득시키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의 배움을 통해 어린 육체에 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4) 18, 19세기에 정신의학은 성적도착을 담당하는 지식담론이 되었다. 이제 정신의학자가 성적이탈자를 분석, 분류하고 처분의 방식을 결정하였다. 19세기 중엽 미성년자의 능욕, 사소한 성적 도착에 대한 형사재판소가 있었으며, 19세 말 무렵에는 부부, 청소년의 성생활에 대하여 보호와 예방을 시도하는 보고서와 치료법이 나왔다.
① 성적이탈에 대한 처분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한 예를 보자
1867년 어느 날 랍쿠르 마을에서 마을의 궂은일을 하는 “다소 정신이 박약한 날품팔이 꾼이 고발당”하였다. 그는 마을의 어린 소녀에게 사례를 주고 약간의 애무를 받았다. 이를 소녀의 부모가 알게 되었고, 그는 수사 판사에게 기소되었다.
예전 같았으며 멍석말이당한 후 마을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처분과정이 변화되었다. 먼저 의사에게 넘겨졌다. 의사들은 그의 두개골을 재고, 얼굴의 골격을 조사하며 성적 타락의 징후를 검사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성적이탈이 의학적 대상이 된 것이다.
그의 습관, 감정표출, 판단력 등이 측정되고 평가되었다. 법적으로 혐의에서 벗어난 다음에도 순수의학과 지식의 대상에 처분되어 죽을 때까지 마레빌 병원에서 감금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식과 권력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인간을 판단하고 처분방식을 결정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② 18세기부터 성에 대한 담론은 전문적 영역에서 풍성하게 꽃을 피웠으며, 바로 그 자리에서 지식의 논리를 타고 권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성은 더 이상 엄폐되지 않고 담론의 존재에 얽매인다. 각자에게 자신의 성생활을 끊임없이 담론으로 만들라고 강요하는 특이한 절대적 요청에서 성에 관한 담론을 부추기고 도출하고 정돈하고 제도화하는 경제학, 교육학, 의학, 사법 영역의 다양한 메커니즘까지, 우리의 문명이 요구하고 조직화한 것은 바로 엄청나게 많은 말이다. “
중세에는 고해성사라는 단일한 제도에 의해서 성이 말해지며 통치되었다면, 최근의 세기에는 인구통계학, 생물학, 의학, 정신의학, 심리학, 윤리학, 교육학 등 전문적 지식이 성의 지절거림을 분석하고 가치 매김 하며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