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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석 Feb 18. 2024

푸코의 “성의 역사 1” – 이해하며 읽어봅시다 (3)

제2장 : 억압의 가설    -     2. 성적 도착의 확립

    

         

2. 성적 도착의 확립     


1) 대상에 대한 지식은 그 자체로 대상에 대하여 권력이 작동한다. 지식이 가진 이같은 힘을 담론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담론권력은 생식 중심의 부부의 성이 아닌 성은 이탈된 성으로 판단하였다. 이탈된 성은 억압적 방식아닌 세분화된 전문지식, 지식담론이 관리하기 시작한다. 이 효과에 의하여 성적 도착이 확립되고 성도착자가 탄생하였다.     


이전에는 두리뭉실하게 일탈행위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던 “성적 도착”이 19세기에는 다양한 개념으로 세분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의 도래에는 정상과 도착을 구분하는 도덕주의자뿐 아니라 의학 전문지식을 가지 의사들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19세기 이래로 모든 성적 탈선의 특징이 전문지식에 의해서 분류되어 세밀하게 작성되었고, 탈선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방식과 치료법이 체계적으로 설립되었다. 성적 발달의 기준도 나이별로 표준화되었으며, 표준에서 벗어난 성을 교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처럼 권력은 억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식 담론의 풍성함으로 ‘성적 도착’을 탄생시키고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2) 18세기말까지 이탈한 성행위에 대한 제재는 교회법, 기독교의 교서, 민법 등이 담당하였다. 부부의 성이 아닌 남색, 어린이의 성, 동성애 등은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았으며 단지 사물의 질서를 어기는 행위이기 때문에 위법행위이기에 금지 대상이었다.      


“18세기말까지는 한결같은 관습과 속박적 여론을 제외하면 3가지 커다란 명시적 코드, 즉 교회법, 기독교의 교서, 민법이 성적 관계를 지배했다”. 특히나 부부관계에 대하여서는 애무 방식, 성적 의무, 아기를 갖지 않는 방식, 성관계 금지 기간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규범을 정하고 그에 따르게 하였다.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재가 가해졌다.      


그 외곽에 존재하는 성은 세세한 구분이 없었으며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남색, 어린이의 성, 외도, 간통, 미성년자 유괴, 근친상간, 남색, 여성 동성애, 수간 등은 포괄적인 위법행위로써만 다루어졌다. 모두가 사물의 질서와 인간이면 지켜야 할 관습을 벗어났기에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제재를 가한 것이다. 양성구유자 들도 마찬가지로 존재 자체가 성적 혼란이었기에 법적제재를 받았다.           

3) 18-19세기 사회의 지식’, 즉 담론의 관심 대상이 부부의 성에서 이질적 성으로 변화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성 정체성을 가진 부류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탈된 성행위자는 새로운 종으로 분류되었고 그들은 법적제재뿐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 되었다.

 

18-19세기 이후 담론은 이제까지 “방탕”이라는 막연한 범주로 가두어 두었던 대상을 세분화시키기 시작하였다. 이전에는 근친과 결혼, 남색, 수녀 유혹, 사디즘, 시체를 범하는 것 등이 방탕하다는 하나의 이미지였으며, 도덕 위반에 대한 법적제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학지식의 영역이 되어갔다. 즉 담론의 영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 정체성을 가진 하층민들이 탄생하게 된다. 이들은 예전의 방탕자들과 다른 지위를 얻게 되었고 사회의 가장자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너무 일찍 교활해진 어린이, 조숙한 소녀, 성적 정체성이 모호한 중학생, 행실이 미심쩍은 하인이나 가정교사들은 성감의 비정상, 정신의 불균형 존재로 낙인찍혀 성도착자로 분류 되어 징계위원회, 재판소, 정신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도덕과 사물의 질서를 어지럽히던 자들이기에 법적제재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담론에 의하여 정신의 불균형, 비정상성을 가진 자로 규정되어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시켜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푸코는 이를 새로운 종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4)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변화, 즉 전문지식에 의한 판단과 교육, 치료 방법의 탄생은 기존의 엄격한 법적제재보다 권력의 작용이 느슨해진 것일까? 아니면 권력의 감시 메커니즘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억압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사태는 양면적이다”. “19세기 성범죄에 대한 법규의 엄격함이 상당히 완화되었고 사법권이 종종 의학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는 관용이다. 그러나 교육학과 치료법에 의해 확립된 모든 통제 영역과 감시 메커니즘을 생각한다면 이는 엄격함의 보충적 책략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강제적인 금지 방식과는 다른 의학지식의 관용의 모습이 아니라, 세분화된 분야의 전문지식이 창출하며 나타나는 권력 작동의 새로운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다.       

    

5) 강압적인 힘이 아닌 담론의 풍성함을 통하여 지식 권력이 구석구석으로 그 힘을 침투시키는 과정을 네 가지 작업을 중심으로 알아보겠다.     


① 『근친혼인 관계를 단죄하는 방식과 어린이의 자위행위를 통제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담론 권력의 메커니즘을 알아보자.』      


근친혼은 법으로 통제하여 근절시켜 나가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어린이 자위행위는 근절시키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어린이의 성적이탈은 근절이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성적 이탈을 방조한다. 대신에 어린이의 성이 노출되는 곳에는 다양한 감시장치가 갖추어지고 고백, 교육, 교정의 담론이 풍성하게 나타난다.     

 

어린이 성 둘레에서 생성된 담론으로 무장된 부모와 교육자는 어린이의 성적쾌락을 관리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과 경각심을 잃지 않는다. 어린이의 성적 쾌락에 대한 세분화된 지식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며 사실상 어린이를 중심으로 무수한 권력의 장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② 『부부생활 주변부의 다양한 성생활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등장은 새로운 기질적 특성을 가진 개인들을 만들어갔다.』      


예를 들면 동성애자는 예전에는 사법적 제재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19세기에 동성애자는 유년기, 성격, 생활양식, 생리, 체형 등이 세세히 조사되었다. 이제 동성애는 성관계의 하나의 유형이 아니라 내면에 특이한 기질을 가진 하나의 새로운 종으로 규정되었다.      


이는 주변부의 다른 성 이탈자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노출광, 동물 성애자, 성교 불쾌자, 여성형 유방의 남자 등은 새로운 내부적 기질을 가진 종들이 되어갔다. 새로운 종들은 지식 담론에 의하여 새롭게 관리되어 갔다.      


③ 『19세기 이후로 이는 부모와 자식, 어른과 청소년, 교육자와 학생,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는 성도착자와 정신의학자의 관계처럼 쾌락과 담론권력의 대결이 지속되었다.』


권력이 강압적인 금지가 아니라 담론의 형태로 나타나면 집요한 검토와 관찰을 요한다. 기괴한 성생활의 쾌락에 대한 의학지식의 접근은 통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통제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부부생활 이외의 성적 쾌락의 주위에는 지식권력(담론권력)이 맴돌고 있다.      


담론 권력은 대상에게 “질문하고 감시하고 숨어서 노리고 엿보고 뒤지고 만지고 밝혀내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권력 담론의 대상이 되는 기괴한 성적 쾌락 편에서는 이러한 권력에게서 벗어나고 속이거나 분개하며 저항하기도 한다. 19세기 이후로 이는 부모와 자식, 어른과 청소년, 교육자와 학생,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성도착자와 정신의학자의 관계처럼 쾌락과 담론권력의 대결이 지속되었다.      


④ 『19세기 부르주아 통치시대에는 가족뿐 아니라 사회영역까지 권력과 쾌락의 복잡한 조직망이 넓혀져 갔다.』      


어른과 아이들의 분리, 민간 주거에서 부모의 침실과 아이들 침실의 분리, 사내아이와 계집아이의 격리, 육아의 엄격한 수칙, 어린이 성생활의 부단한 관심, 사춘기의 역할 등 촘촘히 세분화된 분야까지 담론권력이 침투해 들어갔다.      


가족뿐 아니라 19세기의 부르주의 사회는 학교, 기숙사, 정신병원의 공간에서도 이와 같았다. 생식 중심의 성을 이탈한 성적 쾌락이 있는 곳에서는 늘 담론권력이 있었다. 이 담론권력은 성생활의 다양한 확대화 함께 존재한다. “그러므로 근대의 산업사회가 성에 대해 한층 더 억압적인 시대를 열었다는 가설은 아마 폐기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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