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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벨 Apr 21. 2022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사람이 하는 말


“나 경우없는 사람 아니야.”

“나 절대 먼저 다른 사람 함부로 대하지 않아.”


시어머님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엄마에게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얼마 전 티비에서 신동엽이 MC김원희에게 이렇게 물었다.

-고부갈등은 없으셨나요?

이 질문에 김원희가 답을 했는데, 그 답이 모든 고부갈들의 핵심을 파고든 듯 했다.

-저희 시어머님은 예의가 있으셔서 특별히 고부갈등은 없었어요.


부러웠다.

나도 예의있는 시어머님을 원했다.

나에게 다정하고 나를 예뻐해주는 시어머님이 아니라,

그저 남들처럼만 나를 대해주고, 남들에게 차리는 격식과 최소한의 예의만 나에게 있으신 시어머님을 원했다.





불행히도 나의 시어머님은 내가 이제껏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무례했고, 가장 경우가 없었다. 예의는 몸에 배는 습관이어서 원래 그러신 분이려니 스스로를 위로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웃에게도, 남에게도 최소한의 예의는 늘 지키셨다.


오직 세상에 단 한사람,

어머님이 아무런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사람,

어머님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될 거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절대 먼저 남한테 시비 안 걸고, 경우없는 말 먼저 안하는 사람이다.”

오늘도 어머님은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내 옆에서 세상에서 가장 예의를 차리는 사람인냥 말씀하셨다.


그런데 어머님은 아실까.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가족  누구도 맞장구를 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말 경우가 없는 사람은, 스스로가 얼마나 경우가 없고 무례한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가르칠 수도 없고 배울 수도 없다.

신도 깨우침을 주지 못한다.


시어머님이 예의가 있으셔서 고부갈등이 없다는 김원희의 말이 맴돈다.

진짜 부럽다. 많이 부럽다.

장기하 노래라도 들으면 좀 나아질까.

그래도 정말 부럽다.

나도 예의있는 시어머님이 갖고 싶다.




+헤어지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날선 평가와 지적은 잠시 내려놓으셔도 괜찮습니다. 비방을 위한 공유는 사양하겠습니다. 아무런 평가 없이 그저 자유로워질 수 있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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