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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Navy May 21. 2020

집사, 사냥하러 갈 시간이야!

짬타이거 줍냥기6



흰둥이  어깨를 툭툭 치면서 소리치기 시작하면 이제 진짜 일어날 시간이구나 하고 시계를 본다.



오전 6시 46분.

아아.....


"애옹~ 애옥~아옹아옥!!"

(어이 일어나! 사냥 갈 시간이야!)


집에서 사무실까지 도보 10분 거리이고, 알람은 6시부터 울리게 해 놨지만 사실 첫 알람에 바로 일어나본 적은 드물다.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다가 7시에 일어나기 일쑤다. 하지만 마음 느긋한 나랑은 다르게 흰둥이는 6시 첫 알람에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옆에 앉아서 열심히 깨우기 시작한다. 마치 학교에 지각할까 봐 걱정하는 엄마처럼.


(집사! 너 지금 안 일어나면 지각임)



처음엔 앞발로 어깨를 툭툭 치다가 내가 죽은 듯이 자는 척하면 얼굴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볼을 톡톡 치다가 그래도 안 일어나면 최후의 수단으로 내 입술 위에 축축한 앞발(젤리)을 턱~ 올려놓는다. 흰둥이는 물을 마시고 나면 항상 젤리가 축축하다.


그 축축한 솜방망이가 입술에 닿으면... 그땐 정말 안 일어날 수가 없다.



'저기.. 나 깨우고 나서 물 마시면 안 될까..?'








'흰둥이의 보은'인 걸까. 


이 녀석은 정말 날 깨우는 것에 대한 어떤 의무감이나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마냥 시간 맞춰 잘 깨운다. 가끔은 너무 피곤해서 한 시간이 지나도록 못 일어날 때도 있는데, 내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두 발로 일어설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깨워주는 흰둥이 덕에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엄마도 이렇게 정성스레 깨워주지 않는데..


흰둥이가 잘 깨워주는 덕에 지각없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어쩌면 자신을 거둬서 보살펴준 보답을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좋을 대로 해석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자기도 자다 퉁퉁 부은 얼굴로 침대 머리맡에서 한심하게 내려다본다)







사실 흰둥이의 열정적인 모닝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내 옆에서 잘 때 흰둥이는 항상 베개 옆에 자리를 잡는데 그 포지션이 썩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몸부림이 심한 집사의 팔이나 다리 옆에서 자다가 몇 번 봉변을 당한 이후로는 절대 몸 쪽으로는 붙지 않는다.


 

(불편한 것치곤 잘 자는 고양이)




흰둥이가 열심히 깨워서 일어난 내가 출근 준비를 하고 있으면 흰둥이는 다시 잘 준비를 한다. 밥 먹고 화장실 갔다가 내가 일어난 이불 위에 편하게 누워서 그루밍하며 출근하는 나를 구경한다.




(이 침대는 이제 제 것 입니다만..?)




퇴근해서 집에 오면 흰둥이가 침대 한가운데에서 편안하게 팔다리를 쭉 뻗고 늘어져서 자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내가 침대에서 자는 게 미안해질 정도다.


흰둥이는 내가 출근해야 편하게 잘 수 있으니 나를 열심히 깨워 출근시키는 것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흰둥이가 매일 부지런히 깨워주는 덕분에 지각할 일 없는 집사는 감사할 따름이다.


흰둥아, 니 침대에서 내가 자꾸 자서 미안해..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주말에는 제발 깨우지 말아 주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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