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는 항상 내 옆에 붙어서 자지만 머리는 벽을 보고 눕는다. 집사로서 서운할 만도 하지만 등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자신의 뒤를 맡기고 편안하게 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좋다. 그도 그럴 것이, 고양이 뒤통수.. 냥통수에는 치명적인 귀여움이 있다.
(짬타이거 시절)(꼬질꼬질 냥통수)
발치 수술 때문에 한동안 병원을 자주 다녔는데, 차 안에서 얌전히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조그만 뒤통수가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흰둥이는 스트릿 시절을 겪어봐서 그런 건지 원래 무던한 성격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 밖에 나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적었다. 특히, 차에 타는 것에는 꽤 안정감을 보였다.
(조수석에서 여유롭게 전방주시하는 고양이)
흰둥이는 안심하고 자신의 뒤를 맡길 때만 냥통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를 피력하고 싶을 때도 냥통수를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녀석이었다.
가끔 교육이나 출장으로 내가 잠시 집을 비워야 할 때면 늘 작은 캐리어에 짐을 꾸렸는데, 이제는 캐리어만 꺼내도 내가 집을 비울 거라는 걸 아는지 꽤 서글픈 냥통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택배 언박싱에 몰두해 있을 때도 꼭 빈 박스 안에 들어가서 조용히 시무룩한 냥통수를 보여준다.
(집사야 나도 같이 가자)
함께 산지 3년. 살아보니 흰둥이는 관종 고양이다.
늙고 병들어 인적 없는 산속에 버려졌을 때를 기억하는 걸까. 코까지 골며 잘 자다가도 집 안이 너무 조용해서 인기척이 안 느껴지면 벌떡 일어나서 나를 찾는다. (맴찢)
그래서 내가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있으면 항상 옆에 다가와서 스-윽하고 냥통수를 들이민다. 마치 책만 보지 말고 자기도 좀 보라는 듯이. 끊임없이 관심을 요구하고, 늘 사랑받고 싶어 한다.
(혹시 글을 읽을 줄 아는 건가..)
흰둥이에게는 작은 관심도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이 녀석의 사소한 행동에도 칭찬과 응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밥을 먹어도 오구오구
건강한 감자와 맛동산을 생산해도 오구오구
물을 마셔도 오구오구
잠을 잘 자고 일어나도 오구오구
베란다에서 바깥 구경을 하고 와도 오구오구
잘한다 잘한다 내 새끼~!
비록 흰둥이 묘생 말년에 만났지만, 언젠가 흰둥이가 고양이 별로 돌아가더라도 충분히 사랑받다 왔음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