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bby Jun 15. 2021

[잡부의 노트] 그린마케팅으로 그린워싱하고 있나요?

마케터의 윤리의식에 대한 고찰

미국 여론조사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지난해 5월 미국 20대 이상 2,260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57%의 응답자가 ‘지속가능성의 실천(Sustainability Practices)’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특히 ‘지속가능성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사를 표시한 MZ세대 비율은 2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패션인사이트)


대학내일이 발표한 MZ트렌드 2020에 따르면 MZ는 그린슈머(Green + Consumer)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친환경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데이터 출처: MZ세대는 왜 에코템에 열광하나?

http://www.fi.co.kr/mobile/view.asp?idx=70694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성향 역시 친환경과 결이 닿아있다. 과잉생산 아이템 소비를 줄이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보여주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또한 새로운 아이템을 구매하기보다 중고거래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어내는 것에 익숙하다.


기업은 그린마케팅을 통해 합리적이며 의식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에 어필하는 중이다. 2020년 팬데믹을 통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일회용품 사용 증가와 비례하여 늘어난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원하는 MZ세대의 시대 의식과도 맞아떨어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ESG 경영이 필수가 된 요즘, 환경에 대한 노력을 소비자에게 호소해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성고객 확보와 고객층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도 그린마케팅은 기업에도 필수가 되었다.


그린마케팅: 환경적인 역기능을 최소화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상품제작에서 광고,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적용하고 홍보하는 것.


그런데, 이 ‘착하고 의식 있는’ 그린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은 실제 보이는 것처럼 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뜻하는 단어가 바로 ‘그린워싱’이다.


그린워싱: Green(녹색)과 Whitewashing(범죄 또는 스캔들을 극복하거나 덮는 현상)의 합성어로, 1999년도에 처음 사전에 등록된 단어이다. 상품의 환경적 속성이나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가 허위 또는 과장되어, 친환경 이미지만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를 말함. ‘친환경’ 또는 ‘녹색’ 관련 표시를 이용해 제품의 환경성을 과장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녹색구매를 방해하고, 친환경 시장을 왜곡함.


그린워싱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지속가능성, 유기농, 친환경’ 과 같은 단어를 얇게 덧칠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속가능성, 유기농, 친환경과 같은 단어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 ‘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 그린마케팅을 표방하는 기업이나 상품들은 따지고 보면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기업들도 다소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해보겠습니다. 근데 이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을 곁들인…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기업 테라초이스 (Terra Choice)는 그린워싱의 유형을 7가지로 구분했다. 이 7가지 유형이 기업의 그린워싱 판단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상충효과 감추기: 친환경적인 몇 개의 속성에만 초점을 맞춰 홍보하고 다른 속성이 미치는 전체적인 환경 여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증거불충분: 친환경에 대해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나 제삼자의 인증 없이 친환경 제품이라 주장

애매모호한 주장: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문구나 광범위한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킴

관련성 없는 주장: 내용물은 친환경과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재활용되는 용기에 담아 판매된다는 이유만으로 친환경 제품이라고 표기

거짓말: 인증마크 도용

유해상품 정당화: 친환경적 요소가 맞지만, 환경에 해로운 제품에 적용돼 본질적 측면을 덮어버림

부적절한 인증라벨: 인증서와 비슷한 이미지를 부착해 인증 제품인 것처럼 위장


그렇다면 그린워싱, 무엇이 문제인가?


1. 소비자에 혼란을 주어 윤리적인 환경제품 선택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환경오염 및 파괴에 일조할 수 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모르는 한 가지 사례가 있다. 화장품 기업들의 화장품 포장 용기는 유리, 플라스틱, 금속, 고무 등 다양한 재질을 혼합해 만들어지며 일체형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아 재활용이 어렵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따르면 시판 화장품 용기의 약 85%가 ‘재활용 어려움’ 표시대상이다. 그러나 화장품 기업들은 2025년까지 생산된 제품의 10% 이상을 역회수해 재활용하겠다는 협약에 참여해 예외를 인정받아 환경부의 ‘재활용 용이성 평가’ 규제에서 빠져나갔다. 공병수거를 하는 기업들은 사실상 수거하는 용기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재활용 불가 포장재 사용으로 환경파괴를 하고 있다.


출처: 이니스프리 ‘페이퍼보틀' 왜 논란이 됐나?

https://www.bbc.com/korean/news-56729271


2. 진정한 친환경 기업의 제품개발 의지를 저해시킨다


기나긴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한 친환경 제품은 시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MZ세대 소비자들은 이러한 제품에 대해 기꺼이 지갑을 열기 원한다. 그러나 그린워싱을 통해 기업들의 윤리가 의심받기 시작한다면 소비자는 진정한 ‘그린 (환경 친화)’ 기업을 불신하게 되고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연구개발 없이 포장재 이미지로, 브랜딩이나 마케팅으로 그린워싱 하는 기업들의 제품이 더 잘 팔리게 되면 기업의 친환경 연구개발의 의지도 꺾이게 될 수 있다.


참고: 그거 진짜 친환경 맞아요? 업들의 교묘한 속임수, 그린워싱

https://www.iconsumer.or.kr/news/articleView.html?idxno=15365


지금의 MZ세대 소비자는 제품 선택에 있어 더 날카로운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영향력도 이전 세대보다 더 큰 편이다. 미닝아웃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그린슈머들은 환경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보여주기식 그린마케팅은 그린워싱으로 판별나게 되어 결국 기업의 자충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에서 친환경 마케팅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1992년 The Green Guides를 만들어 환경성 표시에 대한 기만적인 광고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며, 표기나 인증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야 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 외, 영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친환경 용어에 대한 검증 가능 근거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명확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6월 ‘친환경 위장제품 관리 협의체(가칭)’를 발족하여 친환경 위장제품을 감시⋅관리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작성하여 모호한 환경성 표시나 광고에 대해 객관적 판단기준을 마련했다.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는 질과 가격, 의미와 브랜드의 진정성까지 따지는 세대이다. 그만큼 그린마케팅을 통해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소비자에 다가가는 기업은 앞으로 더욱더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부적절한 인증마크 표시, 정확하지 않은 광고에 대한 단속 강화와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는 필수적일 것이다. 기업 또한 그린마케팅을 하기 전에 마케팅 윤리의식을 점검해보고 그린워싱을 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마케터들 또한 MZ를 주축으로한 소비자의 상향평준화된 환경의식에도 발맞추어 진정한 ‘그린마케팅’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잡부의 노트] 돈쭐내고 금융치료 하는 MZ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