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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Aug 25. 2020

배민 사장님께 건의드리고 싶습니다.

다정한 일기 by 혜진


은결님이 교환일기 주제로 정해주신 '환경'


환경에 대한 글을 쓰기엔 제 경험과 지식이 상식 이하 수준으로 밑천 하기에, 평소에 고민하던 바를 담아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 사장님께 편지를 한번 써보고자 합니다. 




TO : 배민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귀사의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는, 친정 엄마에겐 '요리 모질이'로, 같은 워킹맘이면서도 척척 집밥 잘해 먹이는 다른 엄마들에게는 살짝 한심이로 취급받는, 그러면서도 눈총을 쿨하게 받아 내지 하고 묘한 죄책감을 안고 사는 바쁜 엄마 사람입니다. 


사실 살림과 요리에 너무 신경을 쓰지 못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요. 애써봐도 저에겐 요리 재능이 많지 않은 걸로,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재능의 불씨를 살려 밥상을 척척 차려 내고픈 흥미조차도 깊지 않은 걸로 금방 판명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양가에서 부지런히 반찬을 공수해먹고, 슈퍼에서 이런저런 레트로 식품을 사서 잘 챙겨 놓습니다. 


작년에 귀사의 배민찬(반찬 배달) 서비스가 종료되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반찬 서비스가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데요. 제가 한 것보다 더 젓가락이 자주 가는 반찬을 편하게 시켜먹을 수 있어서요. 사실 로켓 프레쉬, B마트도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아쉬워요. 





다름이 아니라 사장님께 좀 부탁을 하고 싶어서요. 


가끔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은데, 퇴근 후에 꼼짝도 하기 힘들 때, 귀사의 앱을 열고 '**설렁탕' '**부대'를 시켜 먹기도 하는데요. 

배달 올 때마다 플라스틱 용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요. 

국 하나, 반찬 하나, 밥 하나, 가끔은 소금까지도 플라스틱 용기에 하나하나 넣어서 보내주시더라고요. 

그러니 밥 한 끼 먹고 나면, 플라스틱 용기가 수북해져요. 

그걸 보고 있노라면 뱃속의 더북함이 두배가 되는 느낌. 

사실 돈 쓰는 죄책감보다, 플라스틱 용기가 눈 앞에 쌓이는 이 죄책감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게다가 국물에서 배어 나온 기름자국은 수세미질을 빡빡해도 잘 씻겨지지도 않지요. 

얼룩 덜룩한 플라스틱 용기를 문지르다가,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이걸 분리수거를 해도 되나? 그냥 쓰레기로 분류해야 하나?

내가 몸 좀 편하려고 배달 음식을 시켰는데,  뒤처리 하는데 시간을 더 들이네?





진짜 오랜만에 삼대가 모여서 바닷가를 다녀왔어요. 네 시간을 운전하고 동해 바다까지 갔는데, 가는 곳마다 쓰레기가 해수욕장에 잔뜩 쌓여있는 걸 보고 다들 기겁해지요. 

아무렇게나 깨져있는 유리병, 먹고 제대로 치우지도 않은 음식물 쓰레기들, 바다 위를 떠다니던 음료수 페트병.


기사에서 읽으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시아 지역에서 85% 이상이 나온다고 하네요? 특히 한국은  세계적으로 연안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돌고 돌아 결국 식탁까지 위협한단 글을 읽으며,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무거워지더군요..



그래서요- 전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음식물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주지 마시고 바로 가정에서 냄비에 부을 수 있도록 해주시면 안 될까요?

기사분이 냄비채로 들고 오셔서 저희 집 냄비에 부어주시는 형태로요. 

냄비가 너무 오버다 싶으면, 비닐이라도 이용하시면 좋겠어요. 

솔직히 비닐도 가능하면 발생하지 않았으면 싶지만요. 

아니면, 중국집처럼 플라스틱 그릇을 다시 수거해 가시는 건 안될까요?


아 물론, 저도 알아요. 배민 사장님은 식당 사장님들에게 커미션 받는 분이라는 걸. 

한 기업에 소속된 종업원들도 아니고 '플라스틱 쓰지 마!'이런 지시도, 충성심도 기대하긴 어렵단 걸요. 

하지만 저희가 '쟈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단 걸 떠올려 보자고요.  

식당 사장님들께도 금전적 메리트가 있다면 분명 동참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주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플라스틱 용기 대신 가정의 냄비나 그릇을 대용해서 쓰도록 하는 대신, 쿠폰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면, 분명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요. 


한 번씩 시켜 먹고 싶어도, 수북이 쌓이는 플라스틱 용기가 부담스러워, 뒤처리가 오히려 더 불편한 분들 생각보다 많을 걸요?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죠. 맞아요.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자고요. 특히 환경에 대해선 책임을 면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부탁드려도 되나요?

귀사가 아주 유명해지면서 새롭게 '라이더'라는 직종도 생겼는데요, 

높은 서비스 정신으로 빠른 배달을 해주시려다 보니, 차도가 아니라 인도로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는 분들이 왕왕 눈에 띄네요? 아이랑 손잡고 걸어 다니다가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조금 늦어도 좋으니 꼭 차도로만 다니도록 협력 업체에도 규정을 제대로 세워 주셨으면 좋겠네요. 

인도로 다녀서 배달이 늦는다고 클레임 거는 고객이 있다면, 그런 고객도 교육 좀 받아야죠!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귀사의 서비스를 애용하는 타임 푸어 워킹맘입니다. 

앞으로는 죄책감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귀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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