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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Aug 21. 2020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정한 일기  by 은결

혜진님:)

입추가 지나고도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2층 다락방 신세를 하고 있는 지금, 정말 아 왜 이렇게 더운 거야 짜증이 나더니, 오늘은 햇볕 쨍쨍한 날씨 속에서 약간 서늘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옵니다. 이런 더위 속에서도 가을은 서서히 오고 있나 봐요.


코로나 이후 환경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코로나 이전 사회와 이후 사회에서 꼭 변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인간을 가장 상위에 두고 인간 이외의 것들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마구 써댔던 것들이 지금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라는 글을 보고 무릎을 탁, 쳤었답니다.


혜진 님께 환경에 대해 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한 것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이었어요. 내가 품고 있는 생각들과 실천들을 풀어내고 혜진님이 행하고 계신 것들을 들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이지요.




저는 환경을 위해 한걸음 발을 떼기 시작한 게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면서부터 였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공부하다 보면 결국은 본질적인 것을 생각하게 되고, 자연은 거기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물티슈 쓰지 않기부터 시작했었는데, 살림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매 순간 손에 물마를 날이 없었죠. 샴푸, 바디워시 등등이 필요 없이 비누 하나로 샤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고, 노푸를 실천해보자 한 것도 그때였죠. 설거지도 세제를 작게 쓰기 위해 노력했었고요.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시행하니까, 준비가 안되어 있던 나는 쉽게 고단해졌어요. 걸레와 행주를 매번 빨다 보니 손은 늘 젖은 상태였고 설거지를 하는 시간은 너무 늘어지고, 머리는 계속 간지러웠죠. 그렇게 한꺼번에 달아오른 열정은 너무 쉽게 푹 꺼져버렸어요.


그때 계획을 좀 바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고 결심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딱 한걸음만 더 가보는 거였더라고요. 한 번에 한 가지만, 적응이 되면 그때 또 다른 걸 시도해 보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조금씩 실천하고 있어요. 최대한 일회용품은 쓰지 않기.(배달 음식을 시킬 때나 밖에서 음식을 사 올 때도 일회용품은 받지 않기. 물티슈 사용 최소화. 화장지 적게 쓰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음식 남기지 않기. 세제 작게 쓰기. 불필요한 쇼핑 하지 않기. 그리고 새롭게 시도하려고 알아보고 있는 게 소변을 본 후 소창 수건으로 닦기예요. 생리대도 바꿀 수 있음 천 생리대로 전환을 시도해 보려고요. 이 더위가 살짝 지나가면요.


마스크도 천 마스크에 필터를 끼워 사용하는 걸 했었는데 부득이하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야 할 땐 KF94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었죠. 갑자기 코로나가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걱정이에요. 이젠 마스크가 없는 삶을 생각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회용 마스크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에 <팔꿈치 사회>라는 책을 감동적으로 봤는데, 그 책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했어요.


사유와 노동의 이분법을 넘는 것은 너도 나도 삶의 문제 해결에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적극 나서야 함을 뜻한다....(중략)...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을 넘는다는 것은 한편으로 '자연의 노동'을 적극 인정함을 뜻한다. 인간이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고리 중 일부로 동참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순환에 들어가지 못하는 '쓰레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음을 말한다. 자연의 노동을 적극 인정한다는 것은, 햇볕의 노동, 바람의 노동, 물의 노동, 흙의 노동, 미생물의 노동, 풀의 노동, 밀알의 노동, 나무의 노동을 인간의 노동과 동등하게 보는 것이다. <팔꿈치 사회>, p.32~33


자연의 순환고리에 들어가기 위해 그 순환에 들어가지 못하는 쓰레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일. 이 부분에 시선이 많이 머물렀어요. 자연의 노동을 인간의 노동과 동일선에서 보게 되면, 정말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많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죠

혜진님은 자연을 위해, 지구를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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