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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Oct 03. 2020

일종의 보험이군요. 나에게 일본어는.

다정한 일기 by 은결

혜진님:) 풍성한 추석 보내셨나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추석도 기이한 형태로 흘러가버린 것 같아요.

저는 뭐 시댁도 친정도 가까이 있어 두 군데 다  다녀왔지만요. 연휴 시즌이 지나야 확진자 증가 추이를 알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겠어요!




그럼 이제 오늘의 주제를 이야기해 볼까요?^^

일이 아닌데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이유!


저는 원래 언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국어는 뚜렷한 정답이 없다는 생각에 별로 였고, 영어는 무작정 외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싫었어요. 무작정 외워야 하는 걸 잘 못했거든요. 한번 이해를 해버리면 굳이 외운다는 생각 없이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는데, 아무런 이해 없이 외우는 건 정말 금방 까먹더라고요.


중학교 때 shirt라는 단어가 계속 헷갈려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해요. 그래서 아,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운다는 건 나한텐 힘든 일이구나, 라는 게 무의식에 심어졌죠. 영어는 계속 점수가 안 좋았던 건 당연한 결과였고요.


그런데 못하는 것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요? 일본어를 접하고부터는 아, 이 언어는 한번 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전히 외우는 거 안되고, 힘든데도 말이죠. 워낙 일본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고_그러니 자연스럽게 원서로 술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겠지요?_ 기계공학이 또 일본에서 많이 발달되어 있잖아요. 로봇 관련도 그렇고. 나중에라도 나한테 이득이 되는 언어라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찔끔찔금 나의 일본어 첫걸음이 시작되었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원래 간절하게 원하던 일이 아니었기에, 일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슬슬 여길 떠야 하는데 아직도 있어? 하는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럼 나가서 뭘 할 건데?라고 묻기 시작했죠. 원래는 대학원을 진학해서 전공 관련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졸업 후 몇 년이 자나 버리니 그것도 힘들겠다 싶었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때 떠오른 게 '번역가'였는데 번역가가 되려면 통번역대학원을 나와야 하더라고요. 제가 있는 곳에서 거길 다니는 건 불가능했죠. 이미 결혼을 하고 매인 몸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선택한 게 방송대 일본학과였어요. 일단 한번 해보자 생각했죠. 급하지 않으니 일단 한번 해보면서 생각하자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 편입이 아닌 1학년부터 시작했어요. 그때가 2011년도였는데(그래서 저는 00학번 11학번 이렇게 똑같은 숫자로 이뤄진 학번을 두 개나 가지게 되었답니다!ㅋㅋ) 2학년까지 어찌어찌 해내다가 2013년도 둘째가 태어나고 학업 중단 사태가 발생했어요. 도저히 이어갈 시간이 안되더라고요. 그렇게 휴학 복학을 반복하다가 올해 다시 큰맘 먹고 3학년 2학기를 해나가고 있답니다.




왜 일본어를 공부하는가?,라고 혜진 님이 질문했을 때만 해도 또렷하게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일본어는 일종의 보험,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정도 밑간을 해두었으니 급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돈으로 환산시킬 수 있는 보험. 그래서 지금껏 아주 조금이라도 일본어를 공부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돈이 되게 하려면 독하게 공부해서 실력을 몇 배나 업그레이드해야겠지만요.



그래도 일본어 덕분에 언어에 대한 선입견을 좀 비워냈어요. 일본어를 붙잡고 있으니 다른 언어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스페인어, 라틴어도 공부해보고 싶어요. 여러 나라의 언어를 말한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거든요. 같은 의미로 두 개의 언어를 잘하시는 혜진 님은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



그럼 혜진 님은 왜 전공을 일본어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혜진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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