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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엄마 May 12. 2020

회사 밖에서의 나는 뭘 할 수 있을까요?

다정한 일기 by 혜진



은결님, 저 이 스티커 발견하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편지 말미에 ‘나마스테’라고 인사해 주셔서 저도 답 인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나마스테!





첫 답장을 받고 얼마나 설렜는지 처음에 교환일기라는 아이디어를 준 친구에게도 은결님 글을 보여줬어요. 친구가 그래요.


“이 분은 글을 써야 할 분이네. 서로 잘 만났네.”


은결님의 글을 읽으면서 우린 비슷한 결의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사실 저의 제일 큰 관심사도 이거예요.



“회사 밖에서의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은결님만큼 안정된 직장은 아니지만, 저희 회사도 장기 근속자가 상당히 많은 – 좋게 말하면 안정적인,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고인 물로 가득 찬 회사예요.


10년 전 같이 일했던 사람이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10년씩은 더 볼 것 같아요. 핵심 인재도 아닌지라 눈에 띄는 자리도 아니고, 크게 책임질 일도 없고요. 제 맡은 일만 성실하게 하면 크게 ‘잘릴 걱정’ 안 하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딴짓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요즘 같은 때 배부른 소리일 수 있어요. 

은결님이 고민하는 그 지점, ‘내가 좋아하는 일로 뭘 할 수 있을지’ 저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어요.


은결님처럼 저도 책 읽기를 좋아해요. 책을 매개체로 재밌는 일을 벌리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생각한 건 책방이었어요. 독립출판서점에서 열리는 ‘책 팔아서 먹고 살기’ 강연회를 몇 번씩 쫓아다녔어요. 책방지기들이 낸 책들도 여러 권 사다 읽었고요. 결국 결론은 하나였는데, ‘책 팔아선 생계도 꾸리기 어렵구나’였어요. 서점들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 책이 아니라 커피나 문구류를 팔거나 클래스로 버는 수익 덕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책방을 열고 싶단 은밀한 욕망은 일단 접어 뒀답니다.





두 번째는 책 냈던 경험을 발판 삼아 뭐라도 해보기.

작년부터 1인 기업가 강연도 열심히 들으러 다녔어요.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로 수익을 만드는 이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처음에 책을 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던지라 온갖데 (회사 포함) 책을 뿌리고 다녔다죠... (은결님, 향후 직무와 상관없는 분야의 책을 내신다면 회사엔 알리지 말기를 추천드립니다..;;)


책을 냈다지만 1 쇄도 다 팔리지 않은 무명의 저자에게 강연하러 오라고 불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으며, 인세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걸 금방 깨닫고는, DID(들이대) 정신도 접은 상태입니다.  조금 더 이런저런 경험치와 할 말을 쌓아 두기로요.  



세 번째가 소소한 모임을 운영해보자는 것. 이게 현재로선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인 것 같아요. 일 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미라클 모닝 모임에서 팁을 얻어 어제 처음으로 유료 모임을 개설해본 거예요.

내가 돈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이 질문만 백번을 하다가 모집 글을 올렸어요. 사실 이런저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순수하게 손에 남는 금액은 귀여운?! 수준이지만, 이 첫 유료 모임이 갖는 의미는 저한테 작지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브런치에 글쓰기. 일주일에 한 번은 강제로라도 글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쓸거리’에 대해 계속 생각을 하게 되네요. 현재로썬 은결님과 10번씩 글을 채우고, 브런치 북 발간을 하고 싶어요. 기념으로 몇 권씩 인쇄해서 책으로도 갖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혀 봅니다.



한 때는 퇴사를 해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이 눈에 보일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은 마음을 고쳐 먹었지요. 회사에선 월급값 하는 직원으로 충실히 일하고, 집에선 제가 하고 싶은 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중입니다. 아직은 작은 걸음에 불과하지만, 조금씩 가다 보면 이정표 비슷한 것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책을 읽다 이 문장이 와 닿아서, 옮겨 적습니다.

'노력한다는 건 매일 하는 것이다'

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을 좋아해요.

읽고 적는 이 행위가 매일 하는 일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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