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엄마 May 08. 2020

우리 좋은 친구가 되어요.

다정한 일기    by 은결

안녕하세요! 혜진님.

첫인사 고민부터가 아주 큰 정성으로 다가와 첫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도 제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 마냥 설레었습니다. 안녕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란 뜻이더군요.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고요. 제 마음은 혜진님의 인사로 더 편해졌답니다.


우리가 함께 쓰는 일기에 대한 제목을 고민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후부터 제 머릿속에는 '응원과 격려'의 단어가 계속 맴돌았는데 혜진님께서 결정하신 '다정한'이란 단어가 이런 뜻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다정한 일기, 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미 응원과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아마 이 일기를 지속하는 한은 내 삶을, 그리고 타인의 삶을 조금은 더 다정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글 쓰는 걸 좋아한다,라고 단정 지어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교환일기를 시작하는 것 하나로 설레는 마음이 이는 걸 보니 저는 글쓰기는 좋아했군요! 특히, 소통하는 글쓰기를요. 저도 고등학교 때 교환일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주고받았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렇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단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적어 내려가는 교환일기를 쓴다는 게 '나는 복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 했어요. 우리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앞으로 긴 시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지 않은가요?



저는요!


혜진님께서 저에 대해 짐작하신 것 중 반 이상이 "딩동댕" 정답입니다. 두 아들의 엄마이고 혜진님께서 말씀하셨던 직업으로 15년을 살아왔죠. 현재, 천운으로 휴직 중인 것도 맞고요.

 하지만 소명을 가지고 선택한 직업이 아니었기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사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휴직을 선택했고  제 내면만큼은 고민으로 역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답니다. 휴직과 거의 동시에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들과 24시간 동거로 꼼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려 새로운걸 몸으로 부딪혀보지는 못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고 있는 중이죠. 그래서 선뜻 함께 글쓰기에 손을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용기를 낸 거죠.


'화가 없어 보이'는 것은 약한 내면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가 마음이 약한 데다(소심하고) 장녀로 커오면서 착한 아이콤플렉스도 덤으로 얻었죠.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살아서 '지금의 내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나에게 아직 남아있는 이런 것들이 저를 유하게 보이게 하는 재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화가 없어 보이지'않을 때도 많다는 건 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다만 화나는 상황에서 책에서 읽었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지금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스스로 칭찬하면서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죠.


제가 가장 갖고 싶은 시간은 혼자, 커피와 책이 있는 조용한 공간에(잔잔한 음악은 ok), 마음 편안히 있을 수 있는 시간(아이들을 신경 안 써도 되는 시간)이에요. 혜진님처럼 내향적인 사람인 거죠. 그래서 혜진님이 말씀하신 육아의 어려움을 저 또한 똑같이 겪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애들이 많이 커서 가끔 그런 시간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시간을 부탁(?)하면 만들 수도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류의 사람인 듯해요.


좋아하는 걸 말해보라면 책,  글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 식물. 지금 저에겐 이 5가지네요. 여기서 파생되어 나갈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지금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어떤 걸 중점적으로 가르쳐야 할까 아주 많이 고민했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생각 이전에, 결국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딱 그만큼 내가 그렇게 살면 되더라고요. 그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만의 삶을 구축 해나 갈 테니까요. 그래서 아이들 대신, 제가 저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답니다.


좋은 친구가 되어요

서로의 생활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요!

지금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살아가면서 생기는 고민들을 서로 의논해도 좋고, 책에서 읽은 좋은 구절을 소개해도 좋고! 마음만 서로에게 향하고 있다면 말할 꺼리는 충분할 테니까요.




인도의 인사말 '나마스떼'는 '지금 여기의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오늘 일기의 마지막 인사는 이렇게 하고 싶네요.

'나마스떼!'

작가의 이전글 다정한 일기라고 부르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