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우울, 분노 그리고 중독. 심리상담 또는 심리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의 주된 호소 문제이자 증상들이다. 이 증상들 모두는 우리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불안이 심한 사람들은 욕구를 실현하고 싶지만 잘 안될까 봐 회피 또는 통제 방식을 치하며, 우울이 높은 사람들은 과거의 욕구 실현 실패에 대해 자신을 향한 분노의 형태로 자기비난, 후회, 무력감을 호소한다. 자주 분노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 좌절에 대해 타인을 향해 공격적인 형태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중독"은 어떤 증상일까? 이번에도 챗GPT와의 대화를 시도해 봤다.
"중독이 뭐라고 생각해?"
"저는 중독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활동에 대한 지나친 욕구와 의존성으로 인해 정상적 생활과 사회적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중략)"
"지나친 욕구와 의존성"은 DSM-5의 진단 기준에 도 제시되어 있다.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 '오랜 시간', '갈망', '많은 시간 할애'라는 "지나친 욕구와 의존성"은 중독 여부를 진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DSM-5는 중독을 "물질 관련 장애"와 "비물질 관련 장애"로 나누고 있으며, 게임중독, 쇼핑중독 등과 같은 행위 중독은 정식 진단명으로는 포함시키지 않고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분류로 취급하고 있다. "물질 관련 장애"는 "물질"과 관련된 중독을 말하는데, 흔히 알고 있는 "알코올, 카페인, 니코틴, 마약류 등"에 대한 중독을 말한다.
최근 대치동 학원가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마약 음료를 시음하도록 한 사건은 우리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건으로 아직까지는 마약 청정국이라 생각했던 우리나라도 이젠 마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무서운 현실을 마주했다. 그렇다면 "중독"은 이런 무서운 마약류, 알코올, 니코틴 등에 국한된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중독"은 우리 일상 가운데 만연한 현상이자 증상일 수 있다. 중독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광범위한 물질 또는 행동이 중독 행위에 포함될 수 있다.
하와이 열방대학(Youth of a Mission)의 마이클 다이 (Michael Dye)는 오랫동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중독 상담을 해온 전문가이다. 그는 중독 행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나는 그가 내린 중독의 정의에 동의한다. 그 정의에 따르면 각종 미디어, 게임, 쇼핑, 공부, 관계, 종교 등 우리 일상의 많은 행위들이 중독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지점이 생긴다. 중독 행위는 중독자로 하여금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맞는 마취제 또는 진통제와 같다. 잠시 그 고통을 잊을 수 있지만 치료가 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중독 물질 또는 행위로 인한 고통이 가중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독 상담자들은 말한다. 중독자가 그 중독 행위를 선택한 것은 그가 살아남기 위함이라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견디고 생존하기 위해 생각한 방법이 그 중독 행위임을 존중할 때 비로소 중독자와의 상담이 가능해진다. 그제야 그가 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삶의 이야기들, 고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