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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pr 20. 2023

외로워서 화가 날 수도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내담자가 자신의 "욕구"를 잘 알아차리도록 돕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담자 대부분은 자신의 욕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전 좋아하는 게 없어요.".... 자신의 욕구에 대한 알아차림은 부족하고, 그 욕구를 실현해 보려는 다양한 몸부림을 친다.


불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회피하거나 통제한다. 우울한 사람들은 욕구를 억압하며 내 욕구를 채우지 못했던 과거의 실패를 자책한다. 분노를 주된 증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자신의 욕구에 대한 좌절의 표시로 화를 낸다. 따라서 불안, 우울, 분노 모두 자신의 "욕구"에 대한 알아차림이 선행되어야 "증상"으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은 남편 이선균에게 집안 청소, 옷차림, 먹거리 등등 불평과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댄다. 따발총이 따로 없다. 너무 사랑해서 한 결혼이지만 이선균은 임수정의 독설과 잔소리에 지친 나머지 그녀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 아내의 마음이 떠나가려 하자 이선균은 그제야 아내가 그동안 화를 냈던 이유를 이해한다.




아내가 화를 내거나 잔소리로 쪼아대는 겉모습만으로는 그녀가 외로워서 화를 낸다고 이해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아내도 자신이 외로워서 화를 낸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욕구를 몰랐기 때문에, 그 욕구를 표현할 방법을 몰랐기에 불평하고 화를 냈을 뿐이다. 아내가 진짜로 떠나가려 하고 이제 그토록 남편이 원하던 자유를 얻게 되었을 때 그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도 자주 화가 났다. 아내처럼.


우리는 자신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를 알고 있을까? 바꾸어 말하면, 나는 내 "욕구"를 얼마나 잘 알아차리고 있는 걸까? 남편이 청소를 안 도와줘서 화가 나는 게 아닐 수 있다. 사실은 외로워서 화가 날 수도 있다.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나는 게 아닐 수 있다. 사실은 잘 해내고 싶은 성취 욕구가 좌절되어 화가 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고 돌아온 아이도 친구에게 화가 난 게 아닐 수 있다. 사실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어 화가 날 수 있다.


사실은... 어떤 욕구의 좌절로 화가 난 걸까.

내 욕구에 대한 알아차림과 접촉이 되기 시작하면

어느덧 내 분노도 살그머니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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