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쓰기의 상관관계

폭탄의 스위치를 누르다

by 이랑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면서, 먼저 쓰기 시작한 것은 꿈 이야기였다. 사실 처음부터 여기에 올리려고 쓴 글도 아니었고, 평소에는 노트북도 사용하지 않았기에, 휴대폰에다가 비효율적으로 느린 손으로 쓰기 시작했다. 키보드라면 그 정도는 아닌데, 휴대폰으로는 늘지 않는 타수 때문에 빠르게 '카톡''카톡'하며 전송되는 메시지에 길게 대답이라도 해야 하는 때면, 답을 하는 것이 짜증이 날 때도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글의 내용을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소 빈약하더라도, 써야 하는 내용이 확실히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꿈 이야기의 형식적인 탈고를 끝낼 때쯤, 내 마음속 폭탄의 스위치가 저지할 틈 없이 눌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을 쏟아부을 뭔가가 필요했던 그 순간,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는 w와 s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플롯도 없이 허술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작성하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술술 써내려 져 갔다. 1편부터 에필로그까지 길지는 않지만 6편을 한 번에 끝까지 써 내려갔다. 꿈 이야기로 작가신청을 했다가 가족 연극 블랙코미디로 작가신청에 필요한 글을 수정했다. 그것이 시작이다.


그런데 나에게 글은 파먹을 감정이 있어야 나오는 것인지,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여기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일상에서 평온함을 되찾았더니 글이 써지지가 않았다. 쓰면서도 재미없고 쓴 것을 읽었더니 더 재미가 없는, 대단한 걸 쓰려는 것도 아닌데, 아 역시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어, 재능이 없으면 끈기라도 있어야 할 텐데 내가 과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적어도 동기는 확실했다. 그러나 그 스위치는 내가 누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우리 집엔 나를 폭탄으로 만들어주는 사춘기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러나 폭탄은 언제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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