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와 기분의 상관관계 2. 생리통의 양상

다만 생리통에서 구하소서

by 이랑



처음에는 둘째 날부터 시작이었다. 모든 통증이 기분이 좋을 리는 없지만, '그냥 아프다!'가 아닌, 묘하게 기분 나쁘게 시작하는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다. 내 주기는 거의 일정했다. 대체로,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뭐 지금?'이럴 때도 있기는 했다. 사실 생리통이 병적으로 심하다고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가기보다 지금으로부터 10 년이 넘지 않은 시점이다. 그전에도 아프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오랫동안 그래왔기 때문에, 미련하게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자들도 나만큼 아픈 줄 알았다.






병원에서 생리통에는 별다른 약이 없고,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지나가는 말로 선근증이 있으니 둘째를 생각한다면 빨리 가지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처방된 진통제를 다 먹고 나서, 아무것도 몰랐던 처음에는 타이레놀을 먹었다. 처음엔 한 알씩 먹었다. 잘 듣지 않았다. 두 알을 먹으면 조금 나았다. 하루에 세 번 한 번에 두 알씩. 그렇게 먹으니 자기 전에 또 아프기 시작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도에 따라 자기 전에 한두 알을 더 먹었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최대 총량이 8알이었다. 나는 다른 설명서는 읽지 않으면서(특히 전자제품은 더더욱 읽지 않는다) 먹는 약, 바르는 약, 처방약 할 것 없이 처음 보는 약은 용법, 용량 및 부작용 등의 설명서를 꼼꼼히 읽었다. 처방약은 약봉투에 약 이름이 있으니 그것을 하나하나 검색해서 읽어보기도 하였다. 별다른 걱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도대체 이 약은 어떤 병에 효능을 갖고 어떤 작용을 하며 거기에 따르는 부작용이 무엇인지 그저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타이레놀의 효과에는 생리통이라고 당연히 적혀있었다.


약을 먹어도 지릿한 통증을 몸에 달고 시달리고 있으니 기절하듯이 잠들고 그 통증에 다시 아파서 깼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길어졌다. 낮에도 외출은커녕 몸을 일으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에 2-3일이었던 생리통은 5-7일이 되어있었다. 출혈의 양도 점점 늘어갔다. 통증도 문제였지만 흐르는 피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날의 외출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 생리양이 줄어든다고 했으나, 그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인건지, 완경 할 때가 되어야 줄어드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언젠가부터 여러 가지 생리통 약이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 약들을 하나씩 먹어봤다. 효과가 빠르다느니 어쩌니 하는 광고들은 다 내게 거짓이었다. 몇 번의 약을 바꾸었고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하면서 통증만 늘어가는 것 같았다.


동네에서 가까운 병원을 다니다가 자궁에 이상이 보인다고 하여 놀라서 급하게 대학병원을 가게 되었다. 지방이지만 산부인과로 유명한 지역의 의사 선생님이시고 환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진료는 예약을 잡으려면 6개월 이상 대기가 필수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만큼 마음이 급하기도 하였고, 진료의뢰서를 들고 무작정 진료시간 전 아침 일찍 그 대학병원으로 갔고, 간호사에게 진료의뢰서를 건네고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렸다. 지루한 기다림이 계속되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몇 개월을 대기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선택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오전 8시 전에 도착해서 접수하고, 오후에 진료가 끝나기 몇 분 전에 진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네의 여성병원에서의 진단처럼 바로 시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상 좋은 의사 선생님은 추적관찰 하자고 얘기하셨고 나는 간 김에 진통제를 가득 처방받아올 수 있었다. '생리통이 심하니 강력한 약으로 처방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알게 된 약이 아나프록스이다. 나의 증상은 심한 복부통증과 허리 통증인데, 갖가지 광고하는 약들에 효과 빠르다는 액상약들도 먹어봤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로지 이 약만이 나를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내, 숨을 내뱉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무슨 광고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광고노노, 이 약은 나를 통증에서 구원해 줄 단 하나의 구세주! 단 하나의 나의 믿음! 단종되면 절대로 안될 약 중의 하나이다.(심지어 다른 많은 약들보다 싸다!) 다만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용법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알코올 섭취는 절대주의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많은 날들 중에, 필요하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 약으로 잊을 것인가 알코올로 잊을 것인가! 오, 주*여!



*酒 술 주, 혹은 생리통에서 구원해 줄 하나의 약인 아나프록스=나의 구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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