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가 늙는다고 스타일이 늙는 것은 아니다 3

패션 대참사

by 이랑






어제는 사춘기 남자아이의 농구 시합이 있는 날이었다. 도대체 저건 왜 위에 덧입었는지 난해한 복장에 손에 잡히는 대로 신은 저 양말은! 눈 똑바로 뜨고 보기 어려운 아이의 패션에 저 옷을 모르게 갖다 버려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흰색바탕에 네이비색의 로고와 글자등의 무늬가 있는 농구부 유니폼 위에, 단추가 목부터 허리까지 있는 셔츠 스타일의 슬림한 핏의 피케소재 티셔츠를 덧 입고, 작은 무늬가 있는 회색의 긴 양말에 오렌지컬러포인트가 있는 농구화를 신은 아이의 모습에 몸서리를 치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났다. 덧입은 빛바랜 검은색의 티셔츠 아래로 유니폼 상의가 10센티 넘게 삐죽 나와있었다. 안에 입은 유니폼보다 밖에 입은 셔츠의 품이 작았기 때문에 밖으로 나온 유니폼 하단이 쭈글 했다.

"위에 그 티셔츠만 좀 벗으면 안 될까?" 하고 설득해보려 했지만 이 남자아이는 뭣도 모르는 엄마가 또 귀찮게 한다는 표정으로 거절의사를 표시했다. 양말은 말도 꺼내지 못했다.


'아. 이 참사는 정말 다 내 잘못이다.'


여름엔 남자아이는 반바지와 반팔 면티셔츠를 입었다. 거기에 맨발로 슬리퍼나 크록스를 신었다. 양말은 학교 갈 때 입을 교복 긴바지를 위한 것이었다. 남자아이의 양말은 구멍이 쉽게 났다. 어떤 날은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나가는 걸 붙잡고 겨우 사정을 해서 바꿔 신고가게 할 수 있었다.

"구멍 좀 나면 어때서?" 남자아이의 패션관이었다.

도대체 밖에서 뭘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건지, 양말이 쉽게 닳고, 낡고, 구멍이 났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남성용 묶음양말을 여러 개 구입했다. 되도록 흰색양말은 사지 않았다. 흰색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아. 다 내 탓이다. 흰색 양말만 사줬어도 눈엣 가시 하나는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아빠 양말 빌려 신고 나간듯한 아재삘의 회색양말이 눈앞에서 자꾸 아른거렸다.


남자아이는 귀가 나쁘다. 실제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아니나, 특히 엄마의 말은 무슨 말이 든 걸러 듣는 경향이 있다. 옷을 이렇게 이렇게 입어보라고 사춘기의 심기를 안 건드리도록 돌려서 조심스럽게 얘기하니 엄마는 옛날 사람이라 패션을 모른다고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속으로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닌데'라고 생각만 하려고 했으나 낄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고,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어이가 없는지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농구 대회장에 데려다주고는, 걸어가며 멀어져 가는 패션테러리스트의 뒷모습을 보며 저 옷 버려야겠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렇게 주말에 남자아이의 옷을 쇼핑했다는 그런 이야기다.






남자아이에게 지적질 당한 그날의 착장


그래. 엄마는 옛날사람이라 이렇게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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