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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s Aug 11. 2021

시간을 멈추는 법

지금을 담다. (캐시백)

자이가르닉 효과 :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현상.


 오래전 봤던 영화를 다시 꺼내 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이전에 인상 깊던 영화지만, 오롯이 이해가 안 됐던 부분들이, 현재의 시점에서 이해되고 더 강한 인상과 영감을 주기도 한다.

 

 인간에게 있어 시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고민 하는 시간들이 주어졌다.  

시간은 물리적인가 추상적인가. 시간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이, 누군가는 시간이 빨리 가고 누군가는 시간이 더디게 가고. 우리와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시간들을 보낸다. 등등 수많은 시간에 대한 경험과 과학적인 이야기, 여러 지식과 영감들이 쏟아졌다. 그중, 참 흥미로웠던 건. "지금"이다. 지금이란 단어를 치는 지금, 지금은 과거가 되었다.


 영화판에서의 많은 창작자들도 시간에 대해 고민해왔다. 백 투 더 퓨처를 대표로, 우리는 수많은 시간여행, 시간을 돌리는 식의 영화들을 자주 접해왔다. 여전히 수많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지지만 그것이 또 소비가 되는 까닭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일정 부분부터 더 많은 부분까지 후회하면서 지낸다.


 자이가르닉 효과는 우리가 꽤나 흔히 접하는 심리적 효과이다.

대부분의 마케팅 혹은 드라마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 효과는 극 중, 어느 정도 클라이맥스라 불릴 수 있을 만큼 급박하거나 다음이 꼭 궁금한 부분에서, 드라마 한 편을 종료시키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다시 다음날, 그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인다. 그다음 장면이 별 시덥지 않은 장면으로 이어져 일종의 실망을 하지만 연이어 이어지는 다음 스토리에 다시 몰입하고, 똑같 같은 수법으로 드라마가 종료될 시점부터 다음 주 까지 기다림을 이어간다.

 인간은 끝내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 계속해서 더 생각하고 다시 답을 찾고 싶어 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그러기에, 자신이 끝낸 사랑이 아닐 때, 남겨진 사람은 더 과거를 혼자 복기하고 다시 찾을 수 없는 답에 우울감 등의 감정에 빠진다.

 

  영화의 창작자들 혹은 화가, 음악가 등 많은 예술가들 중엔 이 자이가르닉 효과에 푹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이 거하는 것 같다. 그리움과 미련은 많은 창작자들의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런 그들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거의 치트키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소재 일 것이다. 영화든 소설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과거로 돌아간 창작자의 자아가 담긴 주인공들은 어느 때 보다 신나고 절실하게 과거를 바꾼다. 현실에서 하지 못한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듯, 더 나은 현재를 만들려고 그들의 과오와 잘못된 것들을 고치고 바꾸고 현실로 돌아와 그들이 놓친 사랑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이것을 보는 수많은 자이가르닉 효과 형 관람자들 또한 작은 부러움을 동반한, 작은 위로를 얻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사실 이 영화를 대표적으로, 시간에 대한 치트키가 조금 다르게 구현되곤 한다.


 "캐시백" 속 주인공은,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거로 돌리거나 미래를 다녀온다거나 할 수 없다. 그저, 딱 멈출 수 만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당시,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왜 저렇게 반쪽 짜리, 혹은 별 의미 없는 치트키를 구사하지. 싶었다. 왜 더 어렵고 뭔가 답답한 설정을 해둔 거지? 시간을 돌리면 더 통쾌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을 잡기 위한 욕망에서부터 시작


 다시 본, 캐시백에는 시간을 멈춘다 라는 개념이 초능력이 아닌, 하나의 메타포로서 들어왔다. 그리고 더 깊이 영화가 이해됐다.

주인공은 미대생이었고, 그의 새로운 연인에게 오해가 포함된 행동을 들키자 시간을 멈추고 장작 2일가량, 그녀를 바라본다. 마지막 그는 개인 전시회를 열고, 그곳엔 그녀의 그림이 가득 걸려있다. 그리고 이어 그녀와 오해를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둘은 시간을 멈춘 공간에서 함께 마주한다.







 그는 그녀의 지금을 끊임없이 포착했고, 그렸다. 그가 포착하고 싶던 건 오롯이 지금의 그녀였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그녀라, 흘러가는 시간의 물살에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떠내려갈 그녀라, 시간을 멈춰놓고 더 오래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의 곁에 머물렀으며, 더 깊이 그녀를 사랑했다.      


 사진이나 그림, 시, 소설 등 많은 사람들은 지금을 잡고 싶다. 쓰는 순간에도 흘러가버려 과거가 된 지금을 온전히 잡기 위해, 더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까지 진화시켜가면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저 흘러가버리 머무는 순간은 더 애틋하다. 낡은 휴대폰 속 차마 지우지 못한 사진 안에 웃고 있는 그녀도 지난날의 지금에는 나로 인해 행복했구나.

 

 문득, 지금이 더 애틋해지고 소중해지는 만큼,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행복을 영위할 수 있게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 잡는다.



 '키딩' 이란 공드리와 짐 캐리 합작 드라마로 많은 눈물과 위로를 선물해준 드라마 속에서는 또 흥미로운 시간에 대한 트릭을 제시한다.



 함께 있는 시간이 유한한 줄 알았다면, 더 열심히, 더 소중히 보내고 싶었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시간을 돌리는 건 그저 하나의 망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삶은 유한하고, 시간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며,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태어난 이상, 언젠가 끝이 있는 이 흐름에 맡겨진 채, 우리는 결국 살아가야 한다.


  더 옆에 있는 사람과 행복한 지금을 만들어보자. 조금 바쁘더래도, 다른 데에 자꾸 정신이 팔리더래도.

 시간을 멈춰놓고, 혹은 시간을 훔쳐놓고. 조금 더 바라보고, 조금 더 마주하고. 조금 더 사랑하자.


 상대가 사라졌을 때의 고통이 크지 않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정말 더 후회 없이 그 사람에게 집중해서 같이 완벽한 지금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네가 떠난 후의 고통이 두려워 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두려움은 버리고, 어차피 유한한 것을 전제로 매일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끝나지 않을 우리의 관계가 아니라 어차피 우리네 삶은 끝나기 때문에 우리는 더 그 관계를 완성시켜 놓아야 함을.


 지금 이란 단어를 쓰는 순간, 벌써 과거가 되었기에 지나가기 전에 한 번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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