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대
이른 아침과 이른 저녁이 병원의 기본 루틴임에도
희한하게 낮밤이 바뀌었다.
어제 하루 정도 고통과 익숙해지니 훨씬 살만 했다.
수술은 아주 잘 되었다고 선생님께서는 자랑하듯 말씀해 주셨다.
'원래 이게 수술이란 게 사실 생각대로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원하는 대로 됐어요.'
보통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연골도 손상이 오기 마련인데, 무릎 주변 근육들이 잘 기능을 했어서 연골도 깨끗하고 십자인대를 잇는 터널을 뚫는 것도 선생님이 원하는 위치에 잘 뚫렸고 축복과 축복이 겹겹으로 겹쳐 새 인대에 입혀졌다. 주여.
예상보다 쉽지 않은 다리에 어제는 충격을 받아 힘들었지만, 조금씩 적응하고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의 경우들을 들으니, 확실히 아주 괜찮은 케이스였다. 힘든 것도 잠을 자고 일어날수록 적응이 나름 되었고, 슬슬 심심함이 몰려왔다.
괜히 겁에 질려, 하루 더 입원해 있자고 했나 싶을 정도로. 이젠 심심함과 답답함 과의 싸움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참 신기했다.
아버지는 웬만한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1등을 하실 정도로 빠른 다리를 가지셨었다. 축구도 곧 잘하셔서 11번을 달고 윙으로 많이 뛰셨다. 그러나 30 초반에 무릎이 좋지 않아 축구는 아예 은퇴하시고, 운동은 또 좋아하시다 보니 족구 혹은 배구, 배드민턴, 자전거등을 하시며 지내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나도 그럼 약한 무릎을 지녔겠지. 싶어 무릎의 기능을 돕는 근육들을 키우는 연습을 몇 년 전부터 했고, 절대 볼을 차도 위험하게 차진 않았다. 승부욕도 많이 뺐고, 무리한 동작은 잘하지 않았고, 꽤 건강하게 운동을 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아주 허무하게. 혼자서 끊어져버린 무릎의 십자인대. 공교롭게 내 나이 30대 초.
늘 마음 한편으론 준비를 했었기 때문이었을까, 십자인대가 끊어졌단 말을 처음 듣고 물론, 약간의 충격으로 급체를 하긴 했지만, 뭔가 언젠간 다가올 재난 정도의 기분이 있었다. 그리고 효능이 있을까 의심하며 준비하던 근육들이 제 기능을 해줘서, 십자인대가 끊어지고도 한 달을 서서 일하며 별일 없이 보냈었다.
천장을 보고 팔베개를 한 채로, 그런 삶의 서클에 대한 생각을 하며, 또 병원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퇴원.
새 인대를 가지고
아직 걷지 못하는 왼다리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