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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ler Sep 08. 2022

반성 1

꼰대의 반성과 항변 series- 삶에 배인 버릇이 새롭게 느껴질 때

나이 먹으면서 하루하루 느끼는 반성과 항변 일지입니다. 


며칠 전 지인이 일 잘하는 후배라며, 같은 업계이니 알고 지내자고 소개를 시켜주었다.   

가볍게 차 한 잔 하는 자리였는데,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다시 이불 킥을 했다.


"아.... 오늘도 (안 해야 할) 말이 많았다..."


회사에서 겪는 곤욕 중의 하나는 상사의 잔소리를 듣는 것이다. 

나 역시 간결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지시하는 상사를 선호한다. 돌아보면, 내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배와 상사들의 이야기에는 '라떼는' 시리즈가 없었다. 


그러나 그날 나는 그 똘똘해 보이는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자제하던 방향으로 물꼬를 틀었던 것이다. 

사실 나이 불문하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공동 화제를 이끌어 내는 것은 어렵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눈 후 별 말이 없기에,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간단한 소개를 듣고, 다른 화제로 돌렸어야 했는데 나는 내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이 차이가 있는 사람과 명함을 나누고 나면, 사실 크게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비슷한 일을 하는 사이라지만 초면에 궁금할 것이, 조언을 구할 것이 뭐 얼마나 있겠는가. 


알면서도 나이 들면서인지 점점 그런 자리에서 침묵의 순간을 견디기가 어려워지고, 뭔가 이야기해주고 싶어 진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공유하고 동질감도 느끼고 싶은 거다.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이와 동시에, 너무 상대방 이야기만 하게 캐묻는 것 같아 질문을 어느 선에서 자제해야 하는지도 어려우니 그냥 내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고 쉽다. 그래서 좋은 대화는 상대방이 궁금해하도록 하고, 좋은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거라는 것을 리더십 교육에서도 배웠으나 적당한 꺼리만 나오면 혼자 주절거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썩은 얼굴을 감지하고 멈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그것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나서 뭐 더 다른 질문 없냐는 개운한 얼굴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춘기 아들이 같이 외출하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도 설레발과 오지랖을 갖춘 엄마 옆에 서있기 '쪽팔려

서'일 거다. 나 역시 친정엄마의 과거 레퍼토리와 시어머니의 반복 당부는 반갑지 않다. 

 

그러니 제발. 

그날 밤에도 다시 한번 외우고 잤다. 

지갑은 열어도 입은 열지 말자. 내 경험은 묻기 전에는 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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