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는 없지만 - 과학고 들어봤니?

by Abler

중학생이 되어 아들은 수학문제를 푸는 데에는 엉덩이 힘이 있었지만, 언어 과목에 대해서는 진저리를 쳤다.

특히 문학은 고개를 내저었다.


수학은 답이 딱! 나오잖아. 그런데 국어는 말이 많아.
...... (엄마처럼?)


어느 날 한 학원의 수학테스트를 보고 나오면서 아들은 무언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괜찮았어?
어! 문제가 재미있던데?
....... (도대체 어떻게 하면 수.학.문.제가 재미있는 거냐)

결과는 나쁘지 않아서 엄마는 슬쩍 그럼 학원 좀 옮겨볼까를 물었지만 아들의 대답은 굳이? 였다.


아니 - 굳이? - 내가 알아서 할게

3개로 돌려 막는 화법은 중고생 아들들의 특징이다. 그렇게 시작된 중학교 생활은 코로나가 환영해 주었다.

특히 중1, 중2시절엔 학교를 전혀 가지 못하니 생활습관이 완전히 엉망이 된 건 둘째치고 과거의 수많은 모둠 과제나 수행이 간소화되고 최소한의 개인 과제로 대체되어 버린 시기였다. 있던 것 같지도 않던 중학생활이 반쯤 지나고 코로나 시국이 풀리면서 등교가 시작될 즈음 본격적인 고등학교 고민이 시작되었다. 2년 동안 공교육은 휘청했고,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때는 이때라며 엄청난 선행을 달렸다고 했다. 이미 이 동네는 내신 쉽게 딸 수 있는 학교라고 부를 곳은 없었다. 더군다나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서는 수행이나 팀워크, 리더십 같은 것이 중요하다는데, 혼자 레고를 만들거나 온라인 게임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아들은 사교성도 없고 언변이 수려하지도 않은 이 천둥벌거숭이 상태로 공학이라도 강제배정되면 똑부러진 여학생들에게 그대로 나가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에 특목고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첨언을 하자면 우리 부부는 평범한 대한민국 공교육을 거쳐 일반적인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같은 그 지역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던 지라 그냥 아들도 이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는 게 무난하리라 생각했는데 소설 같은 긴 호흡의 글을 읽지 않는 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1. 국어 영어에 대한 부담이 적으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2. 어차피 일반고에서 국어 영어 때문에 낮아지는 내신이나 잘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밀리는 내신이나 비슷하다면 차라리 좋아하는 과목이 더 많은 특목고가 낫지 않을까?

3.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학원에 치이기보다 학교에 집중하지 않을까?


사실 확신은 없었지만 과학고가 뭔지도 잘 모르는 아이에게 한번 시도해 보자며, 준비반으로 이끌었다.


아들을 설득하는 방법은 무조건 당근 당근 당근.

좋아하는 것 강조 : (네가 싫어하는) 국어와 영어 같은 과목들을 최소화하고 (대신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을 주로 공부하는 고등학교가 있어.

과정의 단순화 : 영재학교와 과학고 중에 영재학교는 일정도 빠듯하고, 시험도 3차까지 복잡하니 우리는 과학고만 지원해 보자.

부담은 줄이되 경쟁심리와 성취욕은 자극 : 어려운 과정이긴 해. 아무나 못해. 너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해보고 안되면 다른 애들처럼 근처 학교 가도 되고. 어때 한 번 해볼래?


대치동에 유명학원들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동네 거의 유일무이한 영과고 준비학원으로 보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옆 집 친구도 같이 준비하는 것을 알게 되어 서로 좋은 자극을 주는 듯했고, 가끔 밤늦은 시간에 걸어오는 자유와 친구와의 수다는 사춘기 감성에 꽤 어울렸던 것 같았다.


그동안 문과인 엄마는 수학과 과학 진도를 점검한다거나, 숙제를 확인한다거나 하는 학습 관리를 직접 하진 않았다. (사실 하고싶지도 않았고, 쉽게 봐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렸....) 학원은 얼마든지 너에게 맞는 곳이 아니라면 바꾸어도 좋고, 학원 없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다면 그 또한 좋다고 말하면서 전권을 넘긴 상태였다. 한 번씩 아이 몰래(?) 담당 선생님에게 아이가 버거워하는 건 아닌지, 잘 소통이 되고 있는지만 확인했다.

문과 아니랄까 봐 수학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는 몰라도 자기소개서는 참 궁금했다. 스토리가 궁금했고, 기승전결은 제대로 맞췄는지, 뭔가 반짝이는 키워드가 있었는지, 메시지가 명확했는지 등등 첨삭의 욕구가 들끓었지만, 아들은 '내가 알아서 할게' 버전으로 혼자 마무리하고 제출해 버렸다.


그렇게 아이로서는 물리적으로 힘들었을 시간들을 소화해 내며 예상대로 (혹은 예상외로) 물리와 화학 수업을 군말 없이 잘 따라주었고, 1차를 합격한 후에는 스스로가 더 욕심을 내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만만하던가. 아들은 2차 최종에서 인생 첫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탈락 발표 다음날은 자사고 지원서 제출날이었다. 이미 작성해 본 자기소개서를 조금만 수정해서 내자는 엄마의 제안에 또 굳이?를 시전 하며 아들은 드러누워버렸다. 엄마도 미리 생각지 못했던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다) 자사고는 넘기고 과학중점 일반고등학교를 1 지망으로 쓰고 진학하게 된다.


과학고 입시를 경험해 보니 - 결과와 상관없이 들인 시간은 스스로에게 오롯이 남아요.

아들은 1년 동안 과학고 입시 준비하던 그때 참 공부를 많이 했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사실 그랬다. 후반 몇 개월은 고3 때보다 더 몰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준비를 했으니 탈락은 아쉬웠지만 차선책으로 선택한 과중고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동안 몰입했던 수학과 과학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었고 나름 진로나 계열 방향성도 어느 정도 이어 나갈 수 있어서 비교과 활동에 있어서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대학입시까지 안정감과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물론 싫어하는 국어와 영어 성적도 솔직했으므로 결과는 딱 예상했던 정도였다.

이후 비슷한 성적과 성격의 친구들의 엄청난 과학고 내신 이야기와 대치동 학원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렴풋이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달라서, 아들은 학교 선택을 만족스러워하는 편이었고 엄마도 행복 회로를 돌려버렸다.

손주바라기 양가 할머니들은 그 어린애를 뭐 하러 기숙사 보내냐며 잘되었다고 동네 학교 간 것을 매우 기뻐하셨으니 그 또한 되었다.

알고 계셨나요? - 아이의 고등학교 선택 기준

이제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고등학교 내신 시스템과 대입 전형이 달라지니 선택의 기준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특목고 지원은 사실 중3 때 생각하는 경우는 아주 많이 드물고 (네... 저요) 아이가 먼저 가겠다고 하기 전에 이미 엄마의 계획 하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아이가 명확하게 잘하거나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그쪽에 특화된 학교를 찾는 게 맞다. 그러나 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그냥 일반고 지망을 쓸 때 선배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것은 1. 한 학년 인원수가 많은 학교 2. 거리가 가깝거나 교통이 편리한 학교 3. (아들) 밥 맛있는 학교 (딸) 교복 예쁜 학교를 우선 고려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엉뚱한 학교를 가겠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고, 여고 vs 공학 - 이건 그냥 아이 못 이긴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편한 곳으로 가는 곳이 맞다.

통학거리 먼 학교 - 아침 등교시간(출근시간)에 직접 한번 가보도록 한다. 그리고 내신 학원분포와 동선을 같이 확인한다.

친구들이랑 같이 가기로 한 학교 - 담임선생님과 상담하여 필요하다면 협공.

사실 크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선택하는 학교에 보내는 것이 뒤탈이 없다. 그리고 꼭 된다는 보장도 없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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