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엄마의 정보수집 - 온라인에서 뛰고 기다리기

by Abler

회사만 다니던 엄마는 아들 학교 친구 엄마들을 알지 못했다. 아이도 친구가 많거나 여기저기 알아보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엄마에게 부탁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아이 입시를 치러본 친구들에게 정보를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나 약간의 감만 잡았을 뿐, 내 아이의 상황에 맞는 가이드를 받기는 어려웠다. 매년 달라지는 입시제도를 이해하고 학교마다 다른 전형을 찾아 내 아이가 지원할 만한 곳을 골라내야 하는 건 말이 쉽지, 초보 수험생 엄마에겐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복잡한 수식이 연결된 엑셀 시트를 만지는 것보다 더 엄두가 안나는 일이었다.


아이가 국영수를 공부할 동안 엄마는 입시 영역에 대한 공부를 해야 했다.

애가 해야지 엄마가 다 알아봐 주고 유난 떤다고 돼?


반은 맞다. 공부는 본인이 해야 한다. 결과물에 대한 책임도 본인의 것이다.

다만 엄마가 입시 영역을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는 이유는 아는 만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 도움을 요청할 때, 요청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우선 가장 기본이라는 손품부터 팔았다. 세상은 참으로 좋아졌다.


1. 동네 고등학교 내신 단과 학원과 대치동 유명학원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문자수신 DB 등록을 했다. 이후 그들은 엄청난 광고와 정보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입학 전부터 (일반고 배정도 받기 전에!) 중간고사 대비반 안내와 고등학교 설명회 개최 안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험상 동네 내신반 등록은 사실 크게 어렵진 않다. 그런데 대치동 유명 컨설턴트의 설명회나 일타강사의 수업 신청은 상황이 다르다. K-pop 콘서트 피케팅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간신히 받아 든 수백 번대의 대기번호가 줄어들기를 하루하루 기다리게 된다. 혹은 빨리 대안을 찾아 기다리는 동안의 스케줄을 만들어야 한다. 운이 나쁘면 여름방학이 되도록 연락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2. 네이버 카페 가입 리스트를 확인했다. 기존의 육아와 초등학교 정보, 여행 관련 사이트들을 정리하고 입시 카페들에 가입했다.

전반적인 입시 관련 정보는 수만휘에서 먼저 찾아보면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고, 대치동과 시대인재 중심 정보는 로물콘과 오스카가 유용했다. 이과생들은 이공계의 별이나 포만한 수학연구소 같은 카페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공교육 현장에서 진로진학 전문 특강을 자주 하시는 보성고 배영준 선생님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카페들에서는 가끔 무료 상담이나 멘토링을 해주는 이벤트들도 있고 정말 재야의 고수들의 조언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3. 진학사와 메가스터디, 어디가 홈페이지 회원가입도 했다. 다양한 입시와 대학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아이의 내신 점수와 모의고사 점수를 입력하면 가능한 대학 예상 매칭도 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변화추이를 볼 수 있기도 해서 여러모로 유용했다.


4. 개인적으로는 디스쿨 (최근 규모가 커지면서 강남 지역 인증제로 바뀌었다.) 홈페이지와 네이버의 강남 서초 지역 맘카페에 가입해 두었던 것도 동네 학교와 학원들 피드백을 듣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조금 오래되고 가입과 등업이 까다로운 거주지역 맘카페를 가입해 두는 것이 낫다. 최근 생긴 맘카페는 젊은 엄마들의 육아 중심인 경우가 많고, 가입이 수월한 곳은 광고가 많다.


5. 유튜브 구독도 정보를 얻고 입시 제도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미미누나 유니브 클래스 같은 채널은 원서 쓰는 기간 동안 직접 상담도 보여주고 시의적절한 업데이트도 잘해주어서 재미와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 입시왕이나 펜타킬 선생님, 방귀선생 채널을 선호하는 학부모님들도 계시고 유튜브의 특성상 알고리즘에 따라 비슷한 입시 채널들이 뜨기도 하니 취향에 맞는 채널을 구독해 두고 따라가면 된다.


여기까지는 모두 무료이다. 종종 컨설팅을 언제 얼마나 받으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데, 그전에 위에 정리한 활동들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에는 익숙해지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상담을 하던 설명회를 듣던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고 아는 만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고, 아이에게 배운 것을 전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에게 온라인 카페에서 그러더라, 누구 엄마가 그러더라. OOO 선생님이 그러더라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절대 비추.


미미미누 유튜브 채널이나 수만휘 네이버 카페 같은 곳은 이미 아이도 구독중일 가능성도 많다. 그리고 아이는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생각 외로 (너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엄마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90%는 걸러내고 나머지 10%만 기억하고 기다리자. 그리고 엄마의 입시 정보원은 그리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된다. 아이는 별로 관심도 없다.


서울대에 합격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아들이 3년 동안 핸드폰하지 말라 했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감동스럽지만 이미 아이는 열 번도 더 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알아서 할게'의 대표주자인 이과아들도 고등학교 3년 동안 몇 번은 요청을 던졌다.

엄마, 이런 게 있다는데 혹시 알아? - 응 그건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해서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인데, 너의 생각은 어때?
XX 사설모의고사 신청 좀 해줘 - 그거 이미 신청이 마감됐어 (지난 달에 내가 말했는데 굳이? 라 했잖아!!-라는 말은 삼키고) 다른데 오픈된 곳이 있는지 알아볼게.
나 OOO 선생님 수업으로 옮길래 - 이유가 뭘까? 거기도 대기일 텐데 확인해 보고 알려줄게. 확정될 때까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실제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특히 평소 앞뒤 부연설명이 없이 용건만 간단히 전하는 이과아들에게 그때 이것저것 물어봤자... 시간만 잡아먹는다. 입시는 정해진 시간이 있는 일정이고 요청 사항은 공감의 사안이 아닌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사족, 우왕좌왕하는 시간은 걷어내는 것이 엄마의 도움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전에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와 학교, 성적 추이에 대한 이해가 이미 되어 있어야 헛수고를 안 한다.

예를 들면, 이과 아들은 사탐런에 전혀 관심이 없고, 원하는 학교도 해당이 안 되는데 엄마가 사탐런이 유리하다는 여론에 쓸려 다니면서 사탐에 대한 불필요한 과다정보를 수집하고 애타는 경우다.


입시 카페 활동을 해보니 - 필요한 것은 맷집과 배려, 그리고 객관성

사실 초보에게 필요한 것은 눈높이 정보이다. 고등학교 첫 설명회를 갔을 때 그 숨 막히는 학원교실에서의 막막함이라니. 전문가의 이야기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사전 정보와 용어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데, 내가 시간 있을 때, 아무 때나 (한밤중이라도) 찾아보고 물어볼 수 있는 온라인 카페들은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하다못해 모의고사 도시락 싸는 팁, 체력관리, 시기별 챙겨야 할 것들부터 유명학원 수업 신청 가이드, 강사별 수업 특색 등등, 경험자들이 대가 없이 올려주는 글들을 보면 참으로 감사하다. 또한 스스로도 머릿속에 넘쳐나는 뒤죽박죽 내용들을 정리해서 글을 올리다 보면 정리되는 부분도 있어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료가 아닌 만큼 재확인이 필요하고 감정적인 내용이나 댓글은 걸러 들어야 하는 맷집과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배려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험담은 참고만 하고, 제대로 된 입시정보 팩트는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 최신본을, 학원 일정은 학원 홈페이지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알고 계셨나요 - 성적표 관리

고등학교 입학하면 3월 모의고사를 필두로 입시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공식 모의고사 성적표는 한 달쯤 후 학교에서 아이가 받아오는데 그동안의 성적표와 다른 형식과 빽빽한 숫자들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렇다고 한 번 보고 던져두지 말고 파일폴더를 준비해 3년간의 모의고사 성적표는 순차적으로 모아놓기를 추천한다. 엑셀파일이나 진학사/어디가/메가스터디 같은 사이트 중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에 업로드도 해놓으면 좋다. 모의고사 성적표는 이후 학교에서 재발급되지 않고 아이는 더더욱 챙길 리 만무하므로 미리 모아두어야 한다. (우리 아들만 그랬던 것인가...)

처음 보는 성적표 형식은 매우 낯설고 숫자들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모아두고 자꾸 보아야 지난 달에 몰랐던 것을 다시 볼 수도 있고, 모의고사 성적의 변화 추이를 계속 보아야 정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으며 이후 학교 및 학원 상담시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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