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명회가 필요한 이유

by Abler

9to6 워킹맘 생활을 졸업하고 나니 시간은 내 것이었다. 고등학생 공부야 본인이 하는 거지만, 워낙에 대한민국 대학입시가 유별나니 정해진 기간 동안 부모가 가능한 지원은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겠다고 아예 마음을 먹었던지라 아이를 위한 라이드가 가능하고 설명회 신청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장점이었다. (직장인 워킹맘은 이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듯.)


문자수신을 등록해 둔 학원에서는 계속 문자를 보냈고 의욕만 넘치던 엄마는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에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대치동 어느 학원의 2026 입시 설명회를 하나 신청했다. 오전 10시였던가, 11시였던가. 이왕 대치동까지 간 거, 그쪽으로 이사 간 지인에게 끝나고 점심을 먹자며 연락도 해서 약속을 잡았다.

설명회는 1~2시간이면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입시 컨설턴트의 설명회 전에 그 학원 선생님들 최소 3명이 수업 소개를 한다는 내용은 안내 문자에도, 확정 스케줄에도 전혀 없었고, 쉬는 시간도 없이 빽빽이 찬 교실에서 3시간 가까이 학원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노모는 뻣뻣해진 허리를 부여잡고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일어났다. 뒤늦게 만난 천사 같은 지인은 차마 고개를 못 드는 무지한 초보를 보듬어 주었다. 입시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베풀 수 있는 이해심이었다.


이후 설명회가 있는 날은 전후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고 편한 옷과 신발, 넉넉한 가방은 필수였다.

어떤 설명회는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했고, 과목 사전소개 시간은 아무래도 조금씩 늘어지는 데에다 학원가의 교통상황도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안내문자는 여기저기에서 오고 거의 한나절을 써야 하는 설명회를 가야 하나, 얼마나 자주 가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난 그거 들어도 모르겠더라. 허리만 아프고 시간이 아까워
애가 공부해야지, 내가 그거 들으면 뭐 하니

어떤 엄마들은 이렇게 말하고 설명회 필요 없다고 하기도 한다. 그 말도 맞다. 강사들의 속사포 같은 말과 복잡한 도표와 숫자가 이어지는 슬라이드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고, 빽빽한 강의실에서 몇 시간을 꼬박 앉아 있다 보면 아니 애가 의대 갈 성적이 아닌데 내가 여기 앉아서 의대 이야기를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며 부아가 나기도 한단다.


넘치는 설명회들을 골라서 (초기에는 사전 정보가 없으니 알아보고 레퍼런스체크를 해서 골라내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청해서 한나절을 꼬박 걸려 다녀오는 것이 효율적이냐고 묻는다면 자신 없지만, 입시설명회의 용도는 명확하다.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데 그곳의 지형과 기후가 어떤지, 어떤 설치물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 수집의 단계라고나 할까.

대학 원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 미리 '배경을 알아두는 것을 돕는' 것이다. 아이가 수능 준비 공부를 하듯이 엄마는 원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 준비하는 것인데, 아이의 성적과 생기부를 미리 알 수 없으니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하여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 다니거나, 필요한 용도에 따라 골라 가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결국 입시시스템을 알고자 하는 학부모를 위한 사교육인 셈이다.


그러니 더 편한 다른 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혹은 어떤 환경에서도 무적인 전교 1등 1.0이거나 이미 한번 입시를 치러본 경험자라면 굳이 열악하고 치열한 그 자리에 앉아있지 않아도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변에 물어볼 데도 없는 엄마들에겐 학원의 홍보 목적이라 하더라도 계속 변화하는 입시제도와 구조에 대해 잘 정리된 내용을 요약해 주는 고마운 자리이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아이가 학원을 가서 몇 시간을 수업을 듣고 오는 것을 간접 체험하는 느낌도 들면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아이가 이렇게 또래들에게 쓸려 강의실에 오고 3시간씩 앉아 수업을 듣고 오는구나. 아이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혼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말이 쉽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주 가지도 못하니 갈 때마다 듣는 입시 사례와 점수 분석은 매번 새롭고 어려웠다. 지난번에는 이해 못 했던 내용을 알아들으면 얼마나 반가운지. 그리고 새로운 뉴스 한 두 개 듣거나 그 시기에 필요한 조언을 하나라도 얻으면 그게 성과라고 집에 와서 아이에게 전했는데 이과 아들은 사례 정보는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료집의 숫자와 도표에 더 관심을 보였다.


1, 2학년의 설명회가 학원 수업 홍보와 트렌드 맛보기라면 본격적인 설명회는 전년도 수능이 끝나는 고2 겨울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년도 수능분석을 포함한 입시 설명회가 시작되고, 참석하는 엄마( 일부 아빠들 포함)들의 수는 부쩍 늘어나며 모두의 눈빛은 매우 달라져서 교실에서는 사탕 하나 꺼내먹기도 눈치 보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해가 바뀌어 입시결과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고3 상반기가 되면 일부 대치동 유명 컨설턴트의 설명회는 더우 정교해진 내용으로 2차 혹은 3차에 거쳐 진행되는데 사전에 띄엄띄엄이라도 맛본 경험이 강행군을 따라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하루 1차에 3시간씩, 며칠을 연달아 대치동 학원 건물로 출근하다 보면 이젠 공감 정도가 아니라 누가 고3인지 고3엄마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설명회를 마치고 아이의 성적표를 들고 후다닥 중앙통로에 줄을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으니 왜 저렇게 수많은 엄마들이 지치지도 않고 줄을 서나 궁금했던 지난 2년이 무색했던 순간이었다.


* 학원/입시 컨설팅의 입시 설명회 : 유명 학원도 있지만 유명 입시 컨설팅의 소장/팀장 등 그 분야의 전문가 및 인기 컨설턴트들이 있다.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는 이유가 있는 듯. 광고 아닌 설명회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 대학 자체 입시설명회 : 매년 봄에 각 대학에서 자체 입시 설명회를 개최한다. 입학처 홈페이지 확인과 신청이 필요하고 캠퍼스 직접 방문하는 기회도 되어 봄날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서울대는 캠퍼스 설명회는 없었다.)

* 대교협 수시 박람회 : 매년 여름 코엑스에서 수십 개의 대학이 참여하는 박람회로 학교 자료 수집과 상담이 가능하다.

설명회를 다녀보니 - 학년에 맞게 가는 것이 좋아요.

종종 고1 엄마나 고2 엄마가 유명하다는 컨설턴트의 고3 설명회를 가려고 하는 경우를 본다. 급한 마음과 궁금증은 너무나 이해가 간다. 점잖게 고3/n수생 부모에게 양보하자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 미리 들어서 이해하기도 어렵고 그 자료집을 내(후)년까지 보관하며 볼 리 없다는, 즉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1, 2학년 설명회에서도 올해 입시에 대한 브리핑을 포함하기도 하고 그에 더해 그 학년에 필요한 내용을 설명하기에 훨씬 더 유용하다. 특히 입시 초보라면 더더욱 학부모의 수준은 아이 학년과 같아서 아이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윗학년 설명회를 듣는 것보다는 학원에서 알아서 제공하는 단계별로 듣는 것을 추천한다. 제 학년 심화가 안된 선행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 계셨나요 - 치열한 신청

대치동의 유명 설명회들은 주로 미리 신청해 둔 문자 알림으로 안내하고 홈페이지 신청링크를 보내준다. 학원 수강신청, 설명회 신청, 컨설팅 신청 모두 비슷한 절차로 진행되는데 소위 이름 좀 들어봤다 하는 유명 강사의 수업, 설명회 및 컨설팅은 정. 말. 빛의 속도로 마감된다.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수업 신청은 당장은 시간 여유가 있지만 신청일 정시에 시간 맞춰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고 (콘서트 티켓팅, 골프 부킹 해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듯) 설명회나 컨설팅은 문자 받는 즉시 링크 타고 들어가야 한다. 인터넷 입시 카페에는 설거지하느라, 라이드 운전하다가 바로 못 보고 신청 실패했다는 실패담이 매번 올라온다. 신청 요령이나 일정 확인에 대한 팁들도 카페에서 공유되니 참조하여 중요한 개인 일정은 미리 감안해 두어야 한다. 대학의 입시설명회는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신청일시와 설명회일시를 확인해야 하고 1:1 상담 신청을 별도로 받는 경우도 있으니 같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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