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엄마는 싸이월드부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등 (브런치까지!) 소셜 미디어는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사실 게임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이름만 들어본 정도였다.
그리고 사실 학창 시절 친정엄마의 혈압을 올린 건 음반 수집과 영화 자료모음이었을 뿐, 핸드폰이나 인터넷이라는 것이 요즘 같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과아들은 반대로 소셜미디어에서 네트워킹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게임에 몰입했다.
딱히 뭐를 요구하는 일이 없던 아이의 입에서 먼저 핸드폰 이야기가 나온 건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였다. 해외체류기간도 있었고 워킹맘 대신 상주 이모가 계속 밀착 동행을 했던지라 다른 아이들보다 늦은 편이긴 했다.
엄마라고 핸드폰을 둘러싼 아이와 엄마 간의 전쟁 사례들을 모르겠는가.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핸드폰과 인터넷의 폐해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신체적 영향과 과학적 근거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었고 내 아이가 핸드폰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큰일이 날 것처럼 걱정이 태산이었다. 핸드폰으로 그러한 정보들을 보고 있는 성인들의 모습도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부모란 그런 것이다. 나는 옆으로 걸어도 너는 앞으로 걸어라.
미성년자의 스마트폰과 게임을 옹호하거나 권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부모가 어디까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는 항상 고민이었다. 보호자로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여 엄금할 것인지, 시대상에 맞추어 어느 정도 풀어줄 것인지. 그 어느 정도란 정말 어느 정도인지. 엄마들에겐 항상 화두였고, 특히 사춘기에 들어서며 전쟁 아닌 집이 없었다. 작은 내전도, 3차 대전도 모두 전쟁이고, 승자는 없다.
결국 최대한 늦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긴 했지만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워킹맘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기엔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하루 중 얼굴 보는 짧은 시간의 대화가 숙제검사니 핸드폰 사용시간확인이니 하면서 왜 안 했냐, 지금 해라, 감독한다 등등의 잔소리와 아이의 미운 대응으로 시비를 붙기는 싫었다. 그리고 자기 스마트폰만 없었지, 다양한 모바일 게임과 검색은 친구와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이미 능통해진 후이기도 했고.
게다가 중학교 입학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사이 학교의 수업 시스템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세팅이 되어있었고 아이들은 공식적으로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다루어야했다. 학교로 돌아간 후에도 이미 자리잡은 온라인 시스템은 계속 사용되었다. 그야말로 뉴 노멀이 된 것이다. 수많은 교재와 과제들이 구글 드라이브에 올라가 있었고, 스스로도 파일 작업과 공유를 해야 했다. 학원도 다양한 앱과 공유폴더를 쓰기도 해서 집에 있는 PC에 제대로 앉아서만 하기엔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스마트폰의 편리성은 너무나 쉽게 생활에 스며들었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하고 있어 드잡이를 하러 갔다가 시험범위 자료를 보고 있다거나 팀 혹은 개인 과제를 하던 중이었던 아이의 의기양양과 엄마가 뭘 알아 뉘앙스는 더더욱 관리의 의미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했다.
한 차례의 공신폰을 거친 후, 앱 사용에 대한 허락과 약속, 규칙을 정하고 온갖 시시콜콜한 주의사항을 전했지만 아이의 모바일 게임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바탕화면은 점점 빽빽해졌다. 엄마의 마음에 백프로 드는 건 아니었지만, 아들은 교묘하게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 오락가락했다. 서로 암묵적으로 길게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로 했기에 그럭저럭 가족의 평화는 지켜졌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엄마.... 사실은 내가 깔고 싶은 게임이 있는데 그게... 핸드폰으로는 안되고 컴퓨터 사양이 좀 필요하고 어쩌고 저쩌고...
뭐야 롤 말하는 거야?
어엇!!!! 엄마 그 게임 알아?
아이는 눈을 반짝였다.
그렇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렇게 우리 집에 왔다. 롤이라 칭하는 이 게임에 치를 떠는 엄마를 한 두 명 만난 것이 아니었다. 아들이 이 게임하겠다면 무조건 말리라는 말을 한 두 번 들은 것이 아니었다.
엄마가 롤을 이미 알고 있다는 데에 아들은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도대체 엄마를 어느 시대 사람으로 아는 건지. 하지만 단순한 사춘기 소년은 엄마가 롤을 안다는 것에 우선 긴장과 경계심을 풀고 설득을 시작했다.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규칙을 상의한 후 아이는 소환사의 협곡에 입성했다.
온라인 게임은 그 화려한 그래픽과 비현실적인 성취에 빠져드는 것도 문제 이긴 하지만 그다음이 더 관건이다. 게임의 해결방법이나 분석, 중계 등을 찾아보느라 유튜브 구독을 늘려갔다. 영리한 알고리즘은 더 다양한 자료들과 영상들, 그리고 그 또래가 좋아할 만한 다른 내용들까지 계속 보여주었고, 롤 월드컵은 왜 이리 자주 하는 것 같은지. 게임에서는 현질이 필요했고 협곡에서는 친구들과의 채팅이 시작되었고 취침시간은 늦어졌다. 게임이 안 풀리면 씩씩대는 소리가 안방까지 들렸다.
너 그러다 중독된다, 아니 이미 중독일지도?
아니, 난 몰입하는 것뿐이야.
과몰입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서 규칙은 다듬어지고 업그레이드되었다. 서로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기도 했고 어떻게 규칙을 정하는 것이 서로 효율적이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결과다. 고등학생이 되고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되고 온라인 게임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었을 때까지 남은 우리 집 규칙은 단 한 가지였다.
오프라인 생활에 방해되지 말 것.
등교와 학원 스케줄을 지키고, 정상적인 식사, 취침, 위생을 유지하고 생활예절과 학생의 본분인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자유시간에 스마트폰을 하던 게임을 하던 그건 네 자유.
- 세부 항목들은 초중고 단계별로 조금씩 무게중심과 부모의 참견이 달라지긴 했다.
수많은 부모님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누가 그걸 모르나.
집집마다 다른 상황이라는 것도 인정한다. 이과아들이 관심분야 외에는 단순해서 더 험한(?) 인터넷 항해를 안하고 못한 것이 다행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의 수능 만점자도, 재벌아들조차도 핸드폰 사용하지 말라는데. 더 강하게 게임과 핸드폰을 제한하고 관리했으면 내신점수가 더 좋았을지, 수능을 한 문제라도 더 맞았을지.
만의 하나 재수를 하게 되었다면 우리 모자는 핸드폰 관리를 어떻게 결정했을까?
이과아들 설득하기 - 규칙은 같이 만들어요.
- 처음 전자기기를 접할 때부터 같이 규칙을 만들고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 규칙이 부모의 조건이 되면 안된다.
- 규칙의 수는 최대한 적게. 많아봤자 다 안 외우고 안 지킨다.
- 이과 아들은 규칙의 근거가 논리적으로 합당해야 이해하고 따른다. 화를 내거나 호소하는 건 그 순간이 지나면 끝이다.
- 아이의 요구는 과하게 선넘는 것이 아니면 반영해준다. 숨어서 몰래 하는 것보다 낫다.
- 규칙을 정한 후에는 부모가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지레 걱정하고 급한 마음에 먼저 입을 떼지만, 안 듣는다.
알고 계셨나요? -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것들
1. 게임을 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인들도 모바일게임을 해보면 안다. 가장 단순한 지뢰 찾기조차도 매 게임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그리고 지뢰 하나 남았을 때 타의로 중단될 때의 그 기분을. 그리고 솔직히 부모들도 이미 뽀로로 10분만 보자 하고 10분 되었다고 에피소드 중간에 끄면 벌어지는 사단을 알면서도 또 컴퓨터 전원을 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도 비슷한 결이다.
2. 게임은 아들들의 소셜미디어다. 그곳에서 친구들이 모이고 아들의 사회적 지위와 가오(!)가 만들어진다. 참여를 안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리고 엄마가 이해하기 어려워도 굳이 망신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 노출 절대 불가라는 원칙은 온 가족이 해당된다.
3. 현질은 싸이월드의 도토리임을 인정하자. 헐벗은 나의 아바타와 텅 빈 방이 보기 괴롭고 초라했던 기억이 있다면. 하지만 과금 프로세스를 미리 알아놓고 방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4. 과거 자유시간에 하는 취미생활이 음악감상, 영화감상, 독서, 스포츠관람 등이었다면, 21세기 현재 이 모든 것이 다 포함된 것이 핸드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