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행 온라인 티켓

by Abler

고2 겨울이 되면서 주변 공기가 바뀌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능대비 일타강사들의 수업 신청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이도 이제는 대치동에 가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꺼냈다. 1년간의 정규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위해서 타야 하는 막차였다. 언제부터인가 수강신청을 위해 새벽부터 줄 선 엄마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온라인 신청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미 유명학원의 입시 설명회 신청에서 매운맛을 좀 본 상태이긴 했지만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과정은 이렇다.

이미 등록해 놓은 학원의 문자 안내 DB에 따라 학원에서는 다양한 수업이나 설명회, 컨설팅 관련 신청 안내 문자를 보내준다.


수강 신청은 그래도 친절한 편이라서 며칠 전에 몇 월 며칠 몇 시부터 수강신청을 받는다는 문자를 보내준다. 잡힌 약속이 있다면 옮기고, 그 시간에 이동을 피하고 집에서, 혹은 피시방에서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시간 맞춰 로그인하고 대기한다.

네이버 현재시간 창을 띄워놓고 (요즘은 워낙 이런 온라인 신청 및 티켓팅이 많다 보니 서버시간을 알려주는 네이비즘을 활용한다고 한다) 정시가 되는 순간 바로 신청을 클릭하면 셋 중 하나다. 1. 운 좋게 신청 진행. 2. 동시접속에 따른 서버 다운으로 먹통 3. 마감.

대부분이 2번의 하얀 창을 마주하고, 놀란 초보 엄마들은 새로고침을 계속 누른다. 대기업 사이트들처럼 내 앞에 몇 명이 대기 중이라거나 그런 친절한 멘트가 없기 때문에 새로고침을 누르면 다시 초기화되어 대기 맨 뒷줄로 보내진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렵다. 어버버버하는 사이 화면은 마감으로 바뀐다.


수강신청은 유명한, 혹은 아이가 꼭 들어야 한다는 일타강사의 수업을 못 잡을 뿐, 대기번호를 받고 플랜 B를 할 수는 있다. 물론 아이의 짜증과 안달을 들어야 하지만. 그리고 솔직히 한 과목 신청도 아니고 대부분 최소 두 세 과목인데 어찌 다 아이가 원하는 일타강사로만 스케줄을 짤 수 있는 신의 손 엄마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는가. 기회는 또 있다. 다른 학원의 수강신청도 있고 어느 유명 강사 선생님은 다른 학원에 출강하기도 하니 간신히 아이를 달래고 필요한 것은 대기를 맞추고 스케줄을 만들어 놓고 한숨을 돌리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그 선생님 아니면 안 된다던 수업을 개강 후 한 두 번 듣고는 취소하고 다른 선생님 신청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이과 아들도 선택지가 없는 과탐 2과목 수업을 못 잡고 대기를 하거나, 기껏 잡으라는 수업을 잡았더니 시간을 바꿔야겠다거나, 다른 선생님 수업을 듣겠다거나.... 온갖 변수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대치동의 핫한 설명회나 컨설팅은 그래도 입시에 무지한 엄마들이 (대부분) 무료로 정보를 정리해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다. 물론 유튜브나 인터넷에 수많은 내용들이 있지만 모두 찾아서 선별하기도 쉽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엄마 세대는 아무래도 몇 시간 강의가 효율적인데, 운이 좋으면 줄을 서서 직접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설명회나 컨설팅은 어느 날 갑자기 신청링크를 포함한 안내문자가 온다. 설거지하느라, 운전하느라, 누군가를 만나느라 핸드폰 확인이 어려운 순간에 들어온 문자를 뒤늦게 본 엄마들은 망연자실이다. 그제야 링크를 타고 들어가 봤자 이미 대기도 끝난 상태. 입시카페는 후일담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운이 좋게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순간 문자를 받고 바로 링크를 들어갔더라도 이미 반 이상이 마감이고 헐레벌떡 신청서 쓰는 중에 마감인 경우도 있다. 사설 모의고사 신청도 과정은 비슷하다.

신청에 실패한 엄마들의 마음은 참 쓰리다. 괜히 입시 시작부터 초친것 같기도 하고, 나의 IT 실력이(!) 아이 발목을 잡은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거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해?


라고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대학을 못 간 것도 아니고, 다른 대안도 있으니 엄마들의 유난일까? 괜히 휩쓸린 건 아닐까? 키보드 전쟁에 참전하지 않아도 대학 잘 가는 아이들은 잘 간다.


그래서 물론 대치동 학원들이 만능키는 아니다. 탈대치 전략도 유효하니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비교군이 어디인지를 알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도 아이가 과목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기도 했고, 엄마 입장에선 그럴 바엔 돈이 아까우니 그만하자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사교육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입시생과 그 부모들이다.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하다는 건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자기주도학습을 주창하는 사교육을 받아온 아이와 엄마들이 이제 와서 학원을 끊고 자기 주도 혼공을 한다? 대부분이 그런 용기와 결단을 고3을 앞두고 내리긴 늦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 스스로도 완전히 학원을 끊는 것에 대한 불안이 없지 않다. 그리고 현장강의는 가기 싫어도, 자료에 대한 욕심은 있다. (이걸 모두 보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수업 외 입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설명회나 컨설팅들까지 얽혀있어 대치동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수능시대의 입시결과는 아이의 성적순이라고만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니, 도시괴담 같기만 한 1등급 6 광탈을 직접 본다면 여러 가지 생각이 안들 수 없다.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못 가는 건 이해하지만, 아이에게 맞는 입시전형을 몰라서 그 성적에 맞는(것으로 생각되는) 대학을 못 가는 건 차원이 달랐다.

너무나 다양한 전형과 성적 반영구조, 진로에 대해 이해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 한 해동안은 입시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자고 마음을 먹었고, 무엇보다도 다 끝나고 어?! 저런 전형으로 해볼 수 있었어?라는 아쉬움은 가지고 싶지 않았다. 몇 등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소중한 성과물을 최대한 빛나게 해주고 싶었다.


구구절절 변명(?)이 길었지만 해볼 수 있는 건 해보되, 무엇보다도 아이와 엄마의 시간, 비용,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모두 분석해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잘은 모르지만 유명하다니, 남들이 좋다니 해보자는 건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할 뿐이다.

문과 엄마의 경우는 다행히 시간 조정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비교적 대치동과 가까워서 아이와 엄마가 평일 하루 정도와 주말 정도에 다녀오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라이드와 지하철을 필요에 따라 선택 가능했다.

이과 아들도 학습적으로 대형학원의 콘텐츠와 많은 비교군이 필요했고, 추가 학원이나 과외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학원이 과외나 팀수업보다는 비용과 행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엄마가 온라인 신청만 해낼 수 있다면.


참고로 이과 아들은 인강은 구매하지 않았다. 스스로 집중해서 보고 있을 자신이 없다고 했다.


컨설팅 신청

모 학원의 컨설팅 신청은 여러 의미로 유명하다.

아무 때나 할 수 없으며, 학원의 수업을 일정 수시이상 수강해야 하며, 치열한 온라인 신청을 통과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치동 그 학원 수업을 하나 이상씩은 듣고 혹은 듣고 싶어하니 시도 안 할 이유는 없고 특히 그 학원의 뛰어난 n수생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엄마들을 혹하게 하는 대단한 자산이다. 사실 사설 컨설팅은 비용대비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그 학원 컨설팅 선생님들의 컨설팅 후기는 대체로 괜찮은 편이고 연초까지는 무료도 있어서 신청 열기가 더하다. 후기를 보면 안내문자 수신시간이 몇 분씩 차이가 난다는데 수강수업 수에 따라, 성의 가나다순으로 문자를 보내서 라는 카더라 썰이 제일 유력하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입시카페나 단톡방의 정보공유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과거의 데이터베이스를 근간으로(!) 이때쯤 설명회나 컨설팅이 있을 것이라며 타이밍을 유추하는 전문가들도 있고 고맙게도 다녀온 설명회나 컨설팅의 후기를 정성스럽게 적어주는 천사들도 있다. 이런 사전공부가 필요한 것이, 어느 선생님의 수업이나 설명회를 들을 것인지 미리 우선순위를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클릭하는 순간 운 좋게 신청 창이 뜨더라도 그때 누구를, 어느 날짜에 신청할 것을 고민하면 이미 늦었다. 내가 손이 느리다면 더더욱.


아이에게 직접 하라고 하는 집도 있고 친구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하겠다는 아이도 있다. 사실 아이들이 엄마보다 눈과 손은 매우 빨라서 그렇다면 맡기는 것도 좋다. 어차피 결제 안내는 따로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신청시간은 아이들의 학원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시간 중인 경우가 많아서 스스로 챙기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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