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엄마가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건 바로 숫자와 엑셀이다.
엑셀은 회사원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는 있어야 하는 툴이긴 하지만 직무 특성상 워드와 파워포인트 류를 더 많이 사용했던지라 예산 기간이라거나 타 부서와의 데이터 결합이 필요한 프로젝트 진행 시에는 싫어도 해야 했는데, 수험생활에도 필요할 줄이야.
수험생 뒷바라지에 엑셀까지 배워야 해? 놀라지 마시길.
도구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진다.
우선 고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를 둔 후배맘들에게는 클리어파일 하나 사서 모의고사 성적표를 모아두라고 신신당부한다. 아이에게도 미리 말해서 꼭 챙겨두길 바란다.
모의고사 공식 성적표는 시험본 후 한 달쯤 지나서 전국적으로 같은 날 배포된다. 학교에 따라서는 모의고사 다음날 학교 성적표도 주는 학교도 있는데 교내 아이의 포지션을 참고하는 정도로 챙겨두면 되고, 중요한 것은 공식 성적표이다. 사실 그냥 인쇄된 A4종이 한 장이고 시험을 본 후 잊을 때쯤 배포되기 때문에 대부분 아이들의 가방에 구겨 넣어지고, 요즘 아이들은 성적표를 가져와서 주는 것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 앱으로 확인가능하니까. 다행히 이과 아들은 성적표를 챙겨 오는 편이었지만 이 또한 반복이 되다 보니 뒤로 갈수록 가방 안에 대충 방치해 두고 엄마가 직접 꺼내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도 엄마도 대충 어디 끼워놓으면 나중에 못 찾을 가능성 500%이다. 문제는 모의고사 성적표는 나이스 혹은 리로스쿨 같은 학교 앱에서 확인할 수 없어서 이 종이를 잃어버리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사실 좋은 성적의 성적표는 흐뭇하지만, 대부분 엄마들의 마음은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기 마련인 것이 내 아이의 성적표이다. 이 점수로 가능한 대학교로 매칭해 보면 더더욱. 전국 1등이 아닌 이상, 내신 1.0이 아닌 이상, 속상한 점수가 더 크게 보이고 등급을 여는 과목을 보면 그 심란한 마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지만 매번 마음을 다잡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다. 아이의 소중한 고등학교 생활의 흔적이기도 한 성적표를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잘해야만 내자식인가. 화를 삭이고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이제 고등학생 성적표를 받아 들면 이 점수로 가능한 학교군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를 알아야 목표와의 간극을 알고 3년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SKY를, 인서울을 가고 싶어 한다. 부모가 보내고 싶어 하는 만큼 아이들은 더 가고 싶어 한다. 꿈과 희망으로만 갈 수는 없기에, 아이는 성적의 변화를 만들고 부모는 그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한 번의 커리어 하이로 미래를 꿈꾸고 엄마는 한 번의 커리어 로우로 걱정과 근심이 태산인 채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제 성적대로 가는 거지
가 원론적으로는 맞다. 다만 현재의 입시제도는 똑같은 점수를 가지고도 미묘한 결과의 차이를 낸다. 완벽한 제도가 아님에는 동의하지만 개인적으로 제도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
이과아들의 성적표는 크게 변동은 없었다. 조금만 올리면 선택의 폭이 넓어짐을 이야기했지만, 이미 스스로 생각하는 선 안에는 들어왔다 생각했는지 유지하는 정도였다. 애가 타다가도 유지하고 싶다고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니 노력했는데 안 오른 걸 티 안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안을 감추고 괜찮다는 건 아들의 허세와 수험생의 자기 최면이 오묘하게 섞인 태도였다. 그래서 내신 등급은 매 학기 비슷했고, 과목별 등급도 큰 차이는 없었고, 매 학기 중간고사에서 주춤하고 기말고사에서 복구하는 패턴이었다. 학기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 본 경험자로 말하지만 중간고사는 빙산의 일각이다.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보고 내색은 못하고 쿵쾅대던 마음이 새롭다. 그 점수는 생기부에 기록되지 않는다면 위로가 될까. 수행과 기말이 남아있고, 그 비중이 훨씬 크기에 일희일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모의고사도 꾸준히 등급은 안정적이어서 이과아들은 곧잘 정시로 간다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고3으로 넘어가면서 미세한 백분위 차이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보였다. 단순히 공부를 더 하라는 잔소리보다는 성적 숫자의 변화를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사실 문과엄마가 보기에 두 과목이 약간 아슬아슬해 보였는데, 아이도 느꼈는지 조금 더 신경 쓰는 듯했다. 그리고 수능은 참으로 정직했다. 신경 쓴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았고, 안심했던 과목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예상 안의 점수에 안착했다. 모든 과목이 동시에 다 같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능까지 포함한 후에야 모두 경험한 셈이다.
엄청 대단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 같이 적었지만 사실 모자가 계획표를 성실하게 짜고 데이터 파일링을 차곡차곡하는 꼼꼼한 스타일은 아니라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도식화했다. 엑셀을 잘 만지는 사람은 가능한 경우의 수까지 작업해서 찾아본다는데, 문과 엄마는 그 정도 능력은 안되니 그런 부분은 전문 사이트 자료를 활용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적표의 중요한 내용을 이해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내신
각 학기별 전체 평균 등급
국영수사과 각 과목 학기별 등급
지원분야 관련 이수한 진로선택과목 원점수
모의고사
각 과목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이 점수들의 의미와 내 아이의 해당 점수를 안다면 시작할 수 있다.
성적표 관리와 정리
성적표 관리는 초보 학생과 학부모는 처음 보는 성적표 구성과 용어, 전국 백분위와 등급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3년간 모든 상담과 컨설팅, 학원 등록 등은 내신 등급과 모의고사 점수를 얼마나 잘 알고 분석했는지에 따라 이해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신 성적 역시 학기가 끝날 때마다 챙기고 이 내신 점수와 모의고사 점수를 가장 편한 도구로 보기 편하게 표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엑셀에 표를 만들어 놓고 숫자들을 입력하는 것이 편리하긴 하지만 수기가 편하면 노트를 한 권 준비해도 좋고, 사진을 찍어 폴더에 저장해도 좋다. 잘 정리된 성적 파일은 학교 선생님이든, 학원 선생님이든, 컨설턴트든 어떤 상담에서도 배경 설명 시간을 아끼고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와 함께 진학사나 어디가, 메가스터디 같은 사이트에 업로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이트 특성상 예상대학도 쉽게 볼 수 있고, 정보 검색도 동시에 가능해서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알고 계셨나요? - 성적 추이가 중요한 이유
1, 2학년 모의고사 성적으로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내신이든 모의고사든 상승세라면 좋지만 끝없이 상승만 하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점수가 요동치는 아이가 있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아이도 있다. 점수가 요동치는 아이는 어떤 이유로 요동치는지 분석해야 한다. 과목의 기초가 약한 경우, 시험 시간관리가 안 되는 경우, 난이도나 환경에 따라 멘탈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 등등 이유를 해결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과목별로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것은 고3이 되고 n수생이 참전하는 6모, 9모가 되면 얼마나 더 영향을 받을 차이인지 아닌지도 살펴야 한다. 시행착오는 빨리 치러내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