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입 때부터 본의 아니게 글로벌 업무를 맡았다. 특히 첫 회사가 중견 규모의 광고회사였는데 프랑스에서 온라인 광고를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로 프랑스 매체에 영어 메일을 보냈고 어찌어찌해서 성사가 되었다. 그 이후로 첫 회사에서 나는 글로벌 광고담당이 되었다. (응?!) 유학은 커녕 어학연수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취업준비로 했던 속성 영어공부의 효과로 퇴사 전까지 1년 정도 글로벌 업무를 맡았다.
그 이후부터 나의 이력서에는 글로벌이 항상 들어가 있었고, 영어는 비즈니스 레벨이라고 표기하게 되었다. 악순환의 고리라고 했던가. 다음 회사에서 무탈하게 보내는가 했더니, 무려 2년 전의 나의 이력서 내용을 기억한 실장이 갑자기 글로벌 제휴 건을 주면서 진행하라고 했다. 참으로 불편하지만 나의 '비즈니스 영어' 레벨을 믿고 꾸역꾸역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비즈니스 영어'레벨의 저주(?)는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비즈니스 영어 레벨이란 무엇인가?
나의 경험 상, 한국 IT 직장인의 영어 레벨은 4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네이티브 혹은 네이티브 레벨. 넘사벽이다. 가끔 아니꼽다.
두 번째. 읽고 말하고 듣기도 적당히 잘되어 보이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나와 레벨 차이가 크지 않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오지만 왠지 부럽다.
세 번째. 읽고 말하고 듣기가 잘되는지 안되는지 판단 불가. 대부분이다. 그날 컨디션에 디펜던시가 높다.
네 번째.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 이것도 자신감이다. 찾기 어렵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그룹과 세 번째 그룹은 모두 본인들을 비즈니스 영어 레벨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구글 형님들의 인류 진보적인 번역 기술 덕분에 더더욱 비즈니스 영어 레벨의 정의가 애매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나의 영어 읽기 실력은 퇴보하는 기분이다)
이 글은 어차피 비즈니스 영어란 무엇인가 라는 레벨 정의를 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결국 내가 포함된 세 번째 그룹에 속한 대부분의 IT 직장인들에게 열린 결말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결말을 '영어는 자신감이다. 그냥 뻔뻔하게 하셔라' 이런 식으로 맺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시원영어'나 '야나두'를 할 레벨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어공부를 다시 열심히 하기에는 '네이티브 레벨'의 허들은 너무 높고, 두 번째 그룹으로 내가 들어간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아무래도 나는 계속 '비즈니스 영어' 레벨이라고 말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오리가 물밑에서 열심히 오리발을 젖듯이 나는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영단어 사전을 검색하고, 구글 번역의 머신러닝이 발전 속도를 믿으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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