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거리의 노인들이 부러워

by 김바다


부부는 서로의 젊음을 바쳐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성인으로 만드는것에 성공했다.


20대에 마주본 얼굴은 어느새 50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부부는 항상 함께였으니까. 100세 시대라며 우스개 소리로 말하며 서로의 70대, 80대 혹은 그 이상을 상상했다. 그녀에게 암이 발견되기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나는 이제 길거리의 노인들마저 부러워


70은 커녕 60대에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주름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아픈 부인을 둔 남자가 어떤 심경으로 그런 말을 했을지, 자식인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만큼의 서글픔이 보였다.










나도 원망할 사람이 필요해



엄마의 일들을 견디며 내가 느낀건, 암이란게 '원망할 대상'이 없다는거다. 상처도 없고, 가해자도 없다. 그냥 어느날 몸이 이상해서 병원에 가보면 판정받고 암환자가 되는거다. 살아온 삶들이 스쳐지나가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채 병원 혹은 집안에 들어앉게 된다.


그게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환자로 만드는지 이번에 깨달았다. 사람은 사람과 섞여살며 기뻐하고 때론 분노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데 암은 그 '대상'이 되지 못한다. 결국 긴 투병에 환자와 보호자는 점점 텅 빈 깡통이 되어간다.


하지만 이 상황은 환자의 잘못도 보호자의 잘못도 아니기에 그저, 그냥 괴로울 뿐이다. 환자와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간다. 미련없게 최선을 다하고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가끔 서글퍼서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날이면 길을 걸으며 펑펑 운다. 내가 걸었던 모든 길이 엄마와 함께 했던 곳이라 눈물이 잘도 난다.


이쯤되면 동네에 미친 사람이 울면서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퍼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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