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부모에게 물려받은 수저가 없는 30대 중반의 우리 부부는 대기업에서 맞벌이를 하며 5살 난 아이와 함께 강남 3구 가장 엔트리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의 20평대에 살고 있다.
이 한 줄짜리 소개에서 나의 '간당간당한 절박함'이 느껴지는가?
강남 3구라고 불리는 잠실에서 약 2년 정도 살고 있는데, 아주 심심하지는 않게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가 된 느낌을 받는 중이다. 게다가 대기업 맞벌이를 하며 아이도 부모도 꽉 찬 하루를 보내는데, 부채는 계-속 제자리이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악착같이 이 동네에 살아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이 집을 팔고 직장과 가까운 경기도의 집을 매수하면 모든 부채는 사라질 것이고, 숨 쉬듯 나가던 대출이자만큼 저축도 늘릴 수 있을 것이며, 해외여행이며 골프며 명품이며 그 모든 '허울 좋음'을 다 채우며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다 우리 부부의 세월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 동네 그저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 멀리 7년 전의 우리로부터 시작되었던 도약이, 끊임없는 욕망의 터널을 지나며 가속되었고
우리는 '관성'을 가지고 이 동네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또 하나의 욕망의 터널이 되어 우리의 속력을 가속시킬 것이다.
문화와 식습관, 경제관념, 교육관념, 소통방식 모두 새롭게 경험하고 체득할 것이고 이것들은 우리 가족을 다시 새로운 궤도 위에 앉혀 줄 것이다.
이제는 안다.
보다 영원한 가치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영적이고 지적인 그 세계는 잘 모르겠다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떠한 가치가 보다 더 복리의 혜택을 받는지 이제는 안다.
쉼 없이 달려왔던 우리 부부의 지난 8년,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한번 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머리에 꽃만 가득 차 있던 20대 중반에 결혼한 후 8년 만에 강남 3구에 실거주하게 된 이야기에 대하여.
그리고 잊을만하면 찢어지는 가랑이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