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랑은 아니고, 결빙이 풀리는 소리, 우수(雨水)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Something There

by 옫아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는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른, 그래서 더 설레고 조심스러운 찰나를 노래하는 넘버가 있다. 바로 'Something There'다.


https://youtu.be/pBi_sEKxRKY?si=MJ7cj9z5InjWqWyo


There may be something there
That wasn’t there before.


분명 어제와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전에는 없던 어떤 감각이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든 상태. 이 노래가 이토록 다정하게 들리는 이유는 '확신'보다 '예감'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마음의 우수(雨水)

오늘인 2월 19일은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절기, 우수(雨水)다. 얼음이 녹고 비로소 싹이 트는 시기. 아직 봄이라고 선언하기엔 조심스럽지만, 겨울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자연이 먼저 눈치채고 알려주는 때다.

'Something There'는 딱 이 우수 같은 노래다. 벨과 야수는 아직 서로를 온전히 모른다. 각자가 품은 상처는 깊고, 마음의 빗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마음이 다 풀렸다"고 말하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차갑게 돌아서기엔 이미 늦어버린 지점. 그 애매하고도 순수한 틈새에서 이 노래가 흐른다. 얼음이 완전히 녹기 전, 그러나 분명 단단했던 표면에 금이 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에.



‘변했다’는 말 대신, ‘조금 덜 얼어붙었다’는 고백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사랑하게 되었다'라는 말 대신, '조금 덜 얼어붙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을 한다. 얼음을 녹이는 건 대단한 사건이 아니다. 거창한 고백이나 극적인 선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곁에 머무는 온기가 예전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우수가 그렇듯, 이 노래 역시 조용하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결코 되돌릴 수 없게 서서히 스며든다.

내가 좋아하는 시구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

이 문장이 'Something There'와 닮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안겠다'는 능동적인 행위보다 먼저 '풀겠다'는 허용을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녹는다는 건 오로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얼음은 스스로 얼었는지도 모른 채 얼어붙고, 제 힘으로 녹을 수도 없다. 그저 외부에서 오는 따뜻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뿐이다. 벨과 야수도 그렇다. 사랑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서로에게 차갑게 굴 수 없게 된 상태에 가깝다.



분명 어제는 없던 마음

그래서 이 노래는 설레지만 신중하고, 기쁘지만 아직은 말이 없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래서인지 '우수'라는 단어가, 그리고 'Something There'의 가사 한 줄이 더 깊이 와닿는다.


There may be something there.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그 감정에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지 못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이미 우리 사이에 생겨났다는 사실 그 자체다.



2월 19일은 오늘은 우수. 얼음이 녹은 자리에 기어이 싹이 트는 시기다. 아직 성급하게 봄이라 말하진 않겠다. 대신 노래의 가사를 빌려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거기 무언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건, 분명 어제는 없던 마음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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