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거나 증명하거나, '인기'를 소비하는 두 방식

뮤지컬 <위키드>의 'Popular'

by 옫아

뮤지컬 <위키드>의 눈부신 핑크빛 마법과 팝 스타 미카(MIKA)의 재기발랄한 반항기.

이 두 세계를 잇는 마법의 키워드는 바로 'Popular'입니다.

제목은 같지만 그 속에 담긴 맛은 전혀 다른 두 곡을 나란히 놓고 보면,

우리가 꿈꾸는 '인기'라는 것이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은 이 흥미로운 두 곡의 매력을 비교하며,

샴페인 기포처럼 톡톡 터지는 유쾌한 에세이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핑크빛 오지랖의 정점 : 글린다의 'Popular'


먼저 타임머신을 타고 쉬즈 대학교의 기숙사 방으로 가봅시다. 뮤지컬 <위키드>의 최고 인기녀, 글린다가 초록색 피부의 아웃사이더 엘파바를 붙잡고 열변을 토합니다. 글린다의 'Popular'는 말 그대로 '인기학 개론 '과 같습니다.


글린다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적절한 헤어스타일, 세련된 옷차림, 그리고 살짝 콧소리를 섞은 웃음소리만 있다면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죠.

이 곡의 매력은 글린다의 순진하리만큼 투명한 '선한 의도'에 있습니다.

그녀는 엘파바를 비웃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인 '인기'를 친구에게 전수해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비록 조금은 자기중심적일지라도) 마음을 가졌거든요.


노래가 진행되는 내내 우리는 글린다의 잔망스러운 몸짓과 "La la, la la!" 하는 멜로디에 중독됩니다. 그녀가 정의하는 인기는 철저히 '외부로부터의 인정'입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곧 나의 가치가 되는 세상, 글린다는 그 게임의 법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완벽한 플레이어인 셈입니다.

《위키드》: 풀버전 아리아나 그란데 - Popular 파퓰러 [가사/해석/자막] Wicked (2024) Lyrics


IMG_5983.jpg


방구석 천재의 유쾌한 복수 : 미카의 'Popular Song'


이제 무대를 옮겨 팝의 세계로 가볼까요? MIKA - Popular Song ft. Ariana Grande

미카의 'Popular Song'은 단순히 제목만 같은 곡이 아닙니다. 실제 뮤지컬 <위키드>의 오리지널 넘버 'Popular'의 후렴구 멜로디와 가사를 공식적으로 샘플링하여 현대적인 팝 사운드로 재탄생시킨 곡이죠. 미카는 글린다가 노래하던 "인기의 기술"이라는 모티브를 가져와, 이를 학교폭력이나 소외를 겪는 이들을 향한 통쾌한 위로와 복수의 메시지로 뒤집어 놓았습니다. 원곡의 밝은 에너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그 이면의 날카로운 풍자를 더해, 뮤지컬 팬과 팝 팬 모두를 사로잡는 영리한 오마주를 완성한 셈입니다.

즉 미카가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부른 'Popular Song'은 <위키드>의 후렴구를 영리하게 샘플링했지만, 그 정서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 곡은 학창 시절 소외당했던 이들이 성인이 되어 날리는 '통쾌한 승전보'입니다.


미카의 노래 속에서 '인기'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에 자신을 괴롭혔던, 소위 '잘나갔던' 친구들을 향한 유머러스한 비꼼의 도구로 쓰이죠. "너희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인기가 지금 너희에게 무엇을 해줬니?"라고 묻는 미카의 목소리에는 어쩌면 유쾌한 자신감이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서의 인기는 글린다의 방식과는 다릅니다. 미카는 외적인 변화를 꾀하기보다, 남들이 손가락질하던 자신의 독특함(Oddity)을 무기로 성공을 일구어냈습니다. "나는 여전히 괴짜지만, 이제 세상은 나를 사랑해"라고 외치는 이 곡은, 글린다의 '인기학'에 낙제점을 받았던 모든 이들을 위한 찬가와도 같습니다.






'변신' 대 '증명' : 두 노래가 인기를 다루는 법


두 노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습니다.


글린다의 'Popular'는 '변신(Transformation)'에 집중합니다. 현재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혹은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기꺼이 나를 바꾸라고 권합니다. 물론 그 목적은 '사랑받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욕구를 아주 귀엽고 화려하게 포장한 결과물입니다.


반면 미카의 'Popular Song'은 '증명(Validation)'을 이야기합니다. 나를 바꾸는 대신, 내가 가진 고유한 색깔을 세상이 인정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글린다가 "너를 고쳐줄게(Fix you)"라고 말한다면, 미카는 "나를 지켜냈어(Kept me)"라고 답하는 격이죠.


재미있는 점은 두 곡 모두 '자신감'을 핵심 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글린다는 자신의 완벽함을 믿기에 타인을 도우려 하고, 미카는 자신의 특별함을 믿기에 과거의 상처를 웃어넘깁니다. 결국 인기의 근원은 겉모습이나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얼마나 믿고 있느냐는 에너지가 아닐까요?





우리 삶에 필요한 두 가지 레시피


사실 우리 인생에는 이 두 가지 'Popular'가 모두 필요할지 모릅니다. 때로는 글린다처럼 사회적 기술을 발휘해 낯선 환경에 녹아드는 유연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미카처럼 세상의 편견에 "그래서 뭐?"라고 대꾸하며 마이웨이를 걷는 뚝심이 필요하니까요.


뮤지컬 무대 위에서 핑크빛 드레스를 휘날리며 마법봉을 휘두르는 글린다와, 알록달록한 색감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장난스럽게 웃음 짓는 미카.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응원을 건넵니다. "너는 충분히 주목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말이죠.


자, 이제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해 보세요.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설레는 마음이라면 글린다를, 나를 무시하던 세상에 멋진 성과로 보답하고 싶은 날이라면 미카를 선택해 보세요. 어떤 곡을 고르든, 그 노래가 끝날 때쯤 당신은 거울 속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I'm popular!"라고 외치게 될 것입니다.






+ Bonus Track: '인기'의 진정한 승자는 아리아나 그란데?

이 두 곡의 평행이론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바로 아리아나 그란데입니다. 사실 그녀는 미카의 'Popular Song'에서 괴롭힘당하던 친구들을 위해 복수의 만찬을 준비하던 깜찍한 조력자였죠.

그런데 재밌는 사실! 10여 년 전 미카와 함께 "인기 따윈 상관없어!"를 외치던 그 소녀가, 2024년 개봉한 영화 <위키드>에서는 원조 '인기녀'인 글린다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인기를 부정하던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핑크빛 마녀가 되어 "Popular"를 직접 열창하게 된 셈이죠.

현실판 '성덕(성공한 덕후)'이자 인기의 아이콘이 된 그녀의 행보를 보면, 미카의 가사처럼 결국 자기만의 색깔을 지킨 사람이 최후의 'Popular'를 거머쥐는 게 아닐까 싶네요. 역시 인생은 알 수 없어서 더 유쾌한 법입니다!

월요일 연재
이전 20화'이것'이 바로 나라고 외치는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