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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Mar 03. 2022

이모가 붙여준 내 아이디(ID) 창작 의도를 따라서

내 가게, 나는 어떤 주인이 될 것인가 날 파는 가게, 무얼 팔 것인가

ID(아이디)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인터넷에서, 이용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고유의 체계. 문자나 숫자 따위로 이루어진다.

어원은 identification에서 비롯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아이디를 활용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소셜미디어 회원가입, 사적 공적(회사) 메일 주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디는 '나'를 대변하는 또다른 이름이 되곤 한다. 때론 정체성이 되기도 하고. 


내 경우, 인스타그램이나 특정 경우를 제외하면 동일한 아이디를 활용하고 있다. 

내가 쓰는 아이디는 내 이름과 shop(가게)을 결합하여 구성되었다. 

이를 테면 가명으로 내 이름을 '지은'이라 칭하면, jieunshop이 내 아이디가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도 당연히 이 아이디로 모든 포털 사이트에 가입을 해왔고, 회사 메일 주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 그리고 아이디 중복 검사 시에도 단 한 번도 중복이 뜬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내 영문 이름 + shop이 붙은 아이디는 현재 나 하나만 쓰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은 아이디에 영문 이름 + 생년월일 혹은 그냥 월일의 숫자 또는 핸드폰 뒷번호만 붙이는 경우가 흔한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내 아이디를 본 주변 사람들이 내게 묻는, 그리하여 나를 늘 따라다니는 질문 2가지. 


1. 지은이는 부모님이나 가족이 가게 운영하셔?

2. 지은이는 나중에 가게 운영할 거야?


놀랍게도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이다. 

부모님이나 가족 중 어느 분도 가게를 운영하시지 않고 자영업에 종사하셨던 적도, 할 계획도 없으시다. 

그리고 나 역시 돈이나 경제에는 굉장히 흐릿한 시야를 갖고 있어 단 한 번도 추후에 가게를 차리거나, 별도의 영업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왜 내 아이디에는 shop이 들어가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초등학생 때 이모께서 아이디를 부여한 걸로 시작된다. 

* 남자친구가 현재 쓰고 있는 아이디는 예전에 집에 방문한 출장 설비 기사님께서 지어주셨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서 쓰고 계신 아이디는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출발한 것지 궁금하다. 


당시 싸이월드에 가입하고 싶어했던 나는 다른 어른의 도움이 필요했고, 나에겐 언니이자 친구 같았던 유일무이한 친 이모께서 아이디를 만들어 주셨다. 

처음으로 만든 아이디에 대한 들뜬 기분만 기억나지, 정확히 이모가 어떤 의도로 내 아이디를 부여해 주셨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최근에 이모에게 여쭤보았는데 이모 역시 아이디 만든 날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의도였는지는 떠올려 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원작자가 실존해 있지만 창작 의도는 미궁 속에 있다. 

고고학자가 된 기분으로, 기호학자가 된 기분으로 내 아이디의 창작 의도를 따라가야 할 차례인 거다. 


보통 shop이 가진 의미는 한정적이다. 

말 그대로 쇼핑, 가게, 상점 등의 의미로 내 이름과 함께 쓰일 경우 00 가게로 직역된다. 

그렇다면 가게가 갖는 의미는 어떤가. 

가게 및 상점은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가치 판매가 진행되며 원하는 수요와 공급이 충족되는 공간이다. 

가게에 방문하는 이들에겐 저마다 목적으로 찾고자 하는 물품들이 있을 것이고, 꼭 구매 목적이 아니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주거나 어떠한 영감을 주는 장소 및 산책 코스로도 가게는 그 기능을 마땅히 할 것이다. 

때문에 가게는 오직 계산적인 상거래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지점은 바로 00 가게. 

그러니까 두 가지 의미로 풀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내 명의로 된 가게. 그러니까, 내가 주인인 나의 가게. 이때는 이 가게가 어떠한 물품을 구비하고 있는지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내가 다루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상점이야말로 내 아이디가 갖는 의미 중 하나로 바라볼 수 있다. 이때의 아이디는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누군가와 나눌 있는, 그러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있는 공간을 함축하는 진정한 메타버스의 일환은 아닌지. 

이 맥락 속 나의 가게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를 기꺼이 초대하고, 방문 의도로 찾은 이들도 환대하고 나의 것들을 즐겁게 나누는 소통의 공간. 그리하여 나는 홀로 가게를 지키는 주인이 아닌, 함께할 때의 기쁨을 아는 같이의 가치를 만끽할 아는 공간의 주인이 된다. 


두 번째는 나를 파는 가게. 마치 '구두 가게'처럼 이때의 내 아이디인 '00 shop'이자 '00 가게'에서 00은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00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로서의 가장 중요한 핵심 콘텐츠가 된다. 

그러니 00 가게의 핵심은 바로 나로서, 나를 선보이는 것이 중점 과제가 되는 것이다. 

어떤 나를 보여줄지, 어떤 나를 경험하게 해줄지는 물론 내 의지에 따라 달렸고! 


이렇게 보니, 이모는 내게 꽤 멋있는 아이디를 선물해 주셨다. 

그리고 어쩌면 추후 정년퇴직을 하고 진짜 나만의 가게를 차릴 때, '아 이것이야말로 이모의 진정한 예언이었구나!' 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은. 

지금 여기에서 생각해 보는 나의 아이디이자 나의 정체성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중심이라는 것. 

내 아이디를 통해 나는 내가 가진, 꿈꾸는, 어떠한 동사들이 취하는 모든 대상들이 놓여있는 상점의 주인인 걸로. 그리하여 그 모든 걸 기꺼이 나누고 함께할 수 있음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또한 나를 기꺼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이렇게 나의 아이디어에 대한 짧고 깊은 고찰 끝! 




생각해 보니, 나 가게 차릴 수도 있겠는걸? 동업자가 선물해 준 꽃다발을 이 글에 함께 업로드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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