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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Feb 22. 2022

두드러기

버섯 알레르기 

2019. 1. 12.에 작성한 글(일부 수정) 






"너 점심에 버섯 들어간 요리 먹었지?”


목 주변이 간질간질해서 거울을 봤는데 오랜만에 두드러기가 올라와있더라.

간지럽길래 갑자기 목걸이가 잘 안 맞는 건가 싶었는데

점심에 맛있게 먹은 오믈렛, 파스타가 문제였지.


아니지,

애초에  두 요리 모두 버섯이 들어가있다는 메뉴판 속 부가설명을 가볍게 무시한 내 인지가 문제였지.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한 적이 있어.

등에 마흔 가지가 넘는 구멍을 송송 뚫은 다음에 약물을 한 방울씩 톡톡 넣는 검사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몇 개의 구멍에서는 분홍색 형광빛의 봉오리가 올라오지.

봉오리가 핀 씨앗이 바로 내 몸에 안 맞는 알레르기 물질이라고 생각하면 돼.


여러 가지가 나왔어.

분필 알레르기 - 한 때 교사를 꿈꿨는데, 글렀다 싶었지. 그래도 교생 나가서는 슥삭슥삭 잘 닦고 수업했지. 물론 지난 12년 동안도 청소 당번일 때도 열심히 칠판을 잘 닦았는 걸?

먼지 알레르기 - 그래서 내 방만 들어오면 간지러운가. 그런데 세상에 먼지 없는 곳이 어딨어?

동물 털 알레르기 - 동물 좋아하는 나에겐 가혹하긴 해도, 고양이 방 가면 가끔 간지럽긴 해도, 우리 미르를 벌써 8년 동안이나 잘 키우고 있는걸? 


그리고 버섯 알레르기.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신라면을 먹으면 목 주변이 엄청 부어.

신라면의 건더기에 들어 있는 표고버섯 때문인 걸 알게 되었지.

버섯을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몸이 안 좋을 때 먹으면 조금 고생하는 편이야. 

이걸 얘기하면 유난스럽다, 는 반응도 있더라구! 


그건 좀 상처야, 정말 아프단 말야.


그래서 버섯이 들어간 요리를 피하고, 어쩔 수 없이 회식 자리의 메뉴가 버섯이면 살짝 치워두지.

그러면 바로 “편식이 심하다”는 소리를 듣는 게 바로 인과관계이지.

여기에 “못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싫어하는 거 아닌가?”는 함께 등장하는 사은품 같은 존재랄까.

그래서 고민을 해.

아 나는 정말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건가, 아니면 남들은 다 잘 먹는데 싫다고 못 먹는 건가.


이렇게 안일하게 방치하다가

오랜만에 올라온 도톨도톨 두드러기들을 만났어.

쪼르르 엄마한테 달려가서 티셔츠의 목 주변을 내려서 보여드리고 바로 한소리 들었지.

같이 맛있게 먹은 정민이는 죄가 없지만.

알면서도 먹은 나는 내 몸에게 분명 죄인이지.

그렇지만 버섯을 다른 쪽으로 모아두면 들려오는 소리들이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변명해도 되겠니.


“엄마 사람들이 나 버섯 못 먹는 게 아니라 그냥 안 먹는 줄 알아서 먹이려면 어떡해?”

“그럴 땐 엄마한테 전화해.”


여전히 나는 마마걸인가, 싶어서 잠깐 웃겼지만 그래도 든든하더라.


이제부터라도 굳이 못하겠다는 이유를 들어도, 본인들 멋대로 맘대로 해석하고 판단하며,

거기에 강요까지 하는 분위기에 대해 “옳지 않아”를 외쳐보도록 결심하려구.


오늘의 오믈렛과 파스타가 알려준 교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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