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고목의 혈관에 수액이 차오르는 소리ㅎ

뮤지컬 <드라큘라>의 'fresh blood'

by 옫아

4월 5일, 식목일이자 청명(淸明)이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절기의 이름처럼 사방이 투명한 빛으로 차오르고, 거리마다 나무를 심으며 내일의 초록을 기약하는 날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시기를 참으로 정적이고 평화로운 이미지로 기억하곤 한다.

따스한 햇살 아래 밀짚모자를 쓰고, 가녀린 묘목 한 그루를 조심스레 흙에 묻으며 “부디 잘 자라다오”라고 덕담을 건네는 그런 서정적인 (AI가 그려준 것 같은) 풍경 말이다.


하지만 내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한다.

흙바닥 밑,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실 그렇게 우아하거나 고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겨울내 바짝 말라 죽은 듯 엎드려 있던 고목들이 대지의 기운을 빨아올리기 시작하는 그 찰나를 상상해 본다. 그것은 단순히 계절이 바뀌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처절한 ‘생명력의 폭발’에 가깝다. 딱딱하게 굳은 껍질을 뚫고 수액이 혈관을 타듯 거칠게 솟구치는 그 순간, 나는 의외의 넘버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

바로 뮤지컬 <드라큘라>의 강렬한 넘버, 'Fresh Blood'다.

2020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 : The Musical) M/V - FRESH BLOOD (전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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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400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디며 창백하게 말라가던 존재가, 신선한 에너지를 얻어 순식간에 젊음을 되찾고 포효하는 순간의 환희를 담고 있다. 식목일에 우리가 심는 어린 묘목, 혹은 다시 잎을 틔우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목들도 사실은 똑같은 외침을 내뱉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내 몸속에 뜨겁고 신선한 수액이 흐르게 하라!”는 그 지독하고도 생생한 갈망 말이다.


겨울내 메말라 있던 고목에 수액이 차오르는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격정적이다.

식목일의 나무가 조용히 자라는 것 같아도

그 안에는 대지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강한 생명력이 꿈틀대고 있음을 이 넘버를 통해 실감하게 된다.


넘버의 도입부,

서늘한 긴장감이 감도는 멜로디를 뚫고 터져 나오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심장을 때리는 일렉기타 사운드. 이는 마치 청명한 하늘 아래 우리가 심은 나무가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거대한 진동처럼 들린다. 무대 위 드라큘라가 피를 수혈받아 회춘하듯, 메말랐던 대지는 봄비를 머금고 나무의 뿌리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수혈한다.


결국 식목일은 단순히 산에 나무 한 그루를 보태는 날이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에 치여 바짝 메말라버린 우리 마음속 열정에도

다시 뜨거운 '피(수액)'가 돌게 만드는, 일종의 ‘자기 수혈’의 날인 셈이다.


단순히 잎이 돋는 수준이 아니라, 내 안의 가장 깊은 곳부터 뜨거운 박동이 시작되길 바란다.

굳게 닫혔던 성문을 박차고 나오는 백작의 서슬 퍼런 기세처럼,

우리를 가뒀던 무기력의 껍질을 깨고 거침없이 가지를 뻗어 올리는 하루가 되기를.

맑은 하늘 아래, 우리 안의 고목에도 이제 막 멈추지 않을 신선한 수액이 돌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자, 이제 우리만의 찬란한 '초록빛 전성기'를 맞이할 차례다.





덧) 이번 글은 식목일의 정적인 클리셰를 깨보고자 조금 '병맛' 같은 감성을 섞어 써봤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여러분의 4월에 뜨거운 수액(에너지)이 풀 충전되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진지하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ㅎㅎ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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