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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Nov 30. 2023

우리집 강아지 미르에 대한 네 가지 이야기(1)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우리집 강아지 미르에 대한 네 가지 이야기 

내년이면 우리집 강아지 미르가 만으로 12살이 된다. 노견에 속하는 나이인 걸 잘 알고 있다. 굳이 숫자가 아니어도, 맑고 맑았던 미르의 눈이 점점 탁해지고, 슬개골 통증으로 인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미르가 삶보다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러나 또 다른 가사처럼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사실도 잘 안다. 틈틈이 미르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본다. 미르를 조금 더 생생히 추억할 수 있게, 언젠간 다가올 이별에 조금 더 의연해질 수 있게. 





1 미르는

미르는 2012년에 태어난 말티즈로 추정된다. 말티즈로 추정되는 이유는 말티즈치고는 큰 덩치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화이트테리어의 피도 흐르는 것 같다고, 수의사가 얘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빠는 미르를 ‘하이브리드’라고 부르곤 했다, 두 개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에서. 미르는 2012년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 같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당시 강아지 분양으로 유명했던 인터넷 카페 ‘강사모’에서 입양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강아지가 없으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약 1주일 정도 단식 투쟁을 했다. 물론 우리집 아침 단식이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알차게 먹고 집에 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르가 우리집에 왔다. 작고 못생긴 귀여운 강아지. 미르가 미르로 불리게 된 이유는 용띠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엄마에 의해 용의 순우리말인 미르가 미르의 이름을 선정되었다. 한편, 엄마는 미르가 만약 뱀띠에 태어났으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뱀인 ‘내기니(나기니)’라고 지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르는 어렸을 때는 못생겼지만 점점 더 용맹한 얼굴을 갖추기 시작했다. 미르는 초반에 우리 부모님에게 있어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지금은 아빠의 귀염둥이이자 엄마의 산책 메이트가 되었다.




2 미르의 사생활

미르와 함께한 시간 동안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중 잊지 못할 추억은 바로 미르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약 3년 전, 미르와 산책을 마친 이후 미르를 집에 두고 나 혼자 운동을 조금 더 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미르의 고추가 말도 안되게 부풀어 있던 것이다(미르는 수컷이지만 중성화를 받았다). 나는 당시 진드기가 미르 고추에 달라붙어 피부병이 순식간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주말 저녁에 야간진료를 하는 동네 동물병원에 미르를 안고 운전해서 급하게 달려갔다. 그런데 결과는 미르의 사생활로 인한 것이었다. 즉 미르가 즐거운 해피타임을 보내면서 발기가 된 것이었다. 당시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미르는 혼자 조용히 즐기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깜짝 놀라서 미르를 안고 뛰어갔던 것이다. 야간진료비 7만원을 결제하며, 아빠에게 “넌 미르 사생활도 존중 안 하느냐”는 핀잔을 들으며 삶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3 진드기와 젖꼭지 

위 사건만큼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들이라면 진드기에 대해서 학을 뗄 것이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인데, 아무리 진드기 퇴치제를 뿌려도 어딘가에 달라 붙어 있는 진드기를 보면 너무도 징그럽고 미르가 얼마나 아팠을지 가늠도 안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르 배에 진드기가 붙어 있길래 열심히 떼는데, 진드기가 떨어지진 않고 자꾸 피가 나는 것이었다. 미르는 온화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길래 진드기가 맞다는 것을 확신했으나,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빠가 “그거 미르 젖꼭지 아냐?”라고 해서 살펴보니,, 진드기가 열을 맞추어 붙어 있었다.. 즉 젖꼭지가 열을 맞추어 나열되어 있었다. 미르야, 왜 말도 안 해주냐, 하며 나는 머쓱하게 자리를 떴다. 



4 삼송빵집 옥수수빵 사건 

착하고 온순한 편에 속하는 미르이지만(물론 가족들 중에선 나에게 종종 으르렁함) 꽤 사고뭉치인데, 그 모든 원인은 바로 어마어마한 식탐 때문이다. 쓰레기통을 종종 뒤지고, 다용도실에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엎어버릴 정도로 보통 식탐이 아닌데,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삼송빵집에서 옥수수빵을 약 5개 정도 산 어느 날, 이후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서 거실에 있는 식탁에 쇼핑백 그대로 던지고 바로 나갔다. 그리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데,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너 오늘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 꽤 살벌한 카톡이어서 바로 연락을 드려보니, 미르가 한 덩치를 하다보니 바로 거실 탁자에서 쇼핑백을 물고 옥수수빵을 약 4.5개 정도 먹고 배가 불러서 숨어있었다는 것이었다…. 미르가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곳에 유혹거리를 올려둔 내 잘못이었다. 생각해 보면, 거실 탁자에 있는 아빠의 라떼도 미르가 몰래 먹은 적이 많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미르도 며칠 간 열심히 옥수수를 배출(?)했고 그 처리는 내 몫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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