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 찾기
어린 시절 나는 대단히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랐다.
매일 사고 치는 술주정뱅이 아빠와, 그런 아빠를 건사하며 빠듯한 돈으로 삼 남매를 악착같이 길러낸 엄마.
그 속에서 나는 일찍 철이 들 수밖에 없었고, 빨리 어른이 되어 돈을 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시절 내 꿈은 ‘금전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었다.
그 꿈을 위해 대학 진학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전공을 택했고, 졸업하자마자 꽤 괜찮은 직장을 구했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 첫 직장에서 12년 동안 돈을 벌었고, 꿈을 이뤘다.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적당한 월급을 받고, 적당한 직급을 가지고 이렇게 쭉 살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목적 없이 일을 하다 번아웃이 찾아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하고 있을까.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행복할까.
뭐, 다들 그렇게 사니까. 모두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위안 삼으며, 또는 합리화하며, 어쩌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왔다.
인생일대 처음으로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던 용기를 꺼냈다.
사실 내 안엔 두려움이, 불안이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른 나이에 지긋지긋한 가난을 겪은 나에게, 수입의 중단이란 생명의 위협처럼 두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약한 어린아이가 아니고, 나를 돌아보고 사랑할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쉼 없이 달려온 내 인생에 딱하나의 점, 쉼표를 허락하기로 했다.
어릴 적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생각해 봤다.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하길 기대하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할지, 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내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이 내 인생 처음으로 주어지는 쉼표 뒤에 오는 첫 문장이다.
그러나가 될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될 수도, 그래서가 될 수도 있다.
막다른 길이 나타나도 기꺼이 부딪혀 아파도 보고, 힘차게 실패도 해보련다.
그 모든 일도 결국엔 온전히 내 이야기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