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말

by 톰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그는

내가 만졌던 가장 차가운 사람이 되어있었다.

매일 고통에 괴로워하던 얼굴은

그제야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그토록 가족들을 고단하게 했던

그가 떠난 자리에는

미움도, 원망도 서릴 틈 없이

그저 단 한 줌의 재만 남았다.


화장을 마치고,

고인의 몸에서 나왔다며 철구조물을 보여주었다.

그의 양 무릎에 박혀있던 것이었다.

오래된 문 경첩만큼이나 큰 나사와, 쇳조각들.

남아있는 그 오래된 철구조물이

그의 삶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부터 어긋났던 걸까.

스물일곱,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

한 껏 무거워진 어깨를 짊어진 그에게,

교통사고로 평생 다리를 절며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던 사실이

그의 인생을 낯선 길로 밀어 넣었던 걸까.


서른 해가 넘도록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그가

떠나버린 지금에야 이해가 된다.


아프다고, 아프다고 소리치던 절규에

나는 젊을 때 그렇게 살아서 지금 아픈 거라며

그냥 참으라고 말했다.

가시 돋친 말들을 내뱉던 내 모습과,

그 말을 듣고 지어 보인 그의 표정들이

뒤늦은 화살이 되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저 그의 몸에 박혀있던 철구조물이

홀로 그를 변호했다.

그는 죽어서야 비로소

차갑고 무거운 쇳덩이를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저 천국에서는

자유로운 두 다리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겠지.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곳으로 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땐 그저 이 말 한마디면 되겠다.


미안했어 아빠.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