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조용히 잠식하던 불안은
어느샌가 몸집을 키워
나를 삼킬 것만 같았다.
나는 늘 대비하는 사람이라,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며
언제나 나만의 안전선을 만들어왔고
그 선 안에 있으면 모든 게 괜찮을 거라 믿어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선을 만들면 만들수록
불안은 더 또렷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오지 않은 미래를 오늘의 걱정으로 끌어와
스스로를 먼저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결국 실재가 아니었고,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
나는 그 ‘아직’을 키워
점점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었다.
불안은 마치
내 안에서 살고 있는 작은 벌레 같았다.
그 벌레는 내 몸 구석구석을 누비며
언제든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꿈틀댔다.
나는 어쩌면 평생
이 작은 벌레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나를 갉아먹으며
몸집을 키우지 않도록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불안이 꿈틀대면
곧장 휘둘리지 않고,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정말 붙잡아야 할 일인지
조용히 되묻는다.
문득,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떠오른다.
하나님,
제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