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세상엔
언제나 자식이 전부였다.
본인의 허기는 외면하면서도
자식들 배는 곯지 않으려 했고,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만으로도
나의 하루를 짐작해 냈다.
나는 그 성실한 사랑을
당연한 듯 받아내며 자랐고,
사랑은 늘 거기 있을 거라 믿었다.
태산처럼 느껴지던 엄마도
사실은 그저 한 그루의 나무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두려워졌다.
엄마는 늘 그 작은 몸으로
한 발치 앞에 서 있었다.
내 인생에 비가 내리는 날엔
대신 비를 맞아주고
거센 바람이 부는 날엔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버텨주었다.
언젠가 내게도
대신 비를 맞아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싶은
그런 존재가 생기게 된다면,
기꺼이 나의 세상을 내어주고 싶은
나의 어린 나무를 마주하는 그날이 오면,
그제야 엄마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까.
문득 겁이 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가 영원한 이별을 마주하게 된다면,
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
엄마가 지금처럼 늘,
언제나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