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침묵
어린 시절 아빠의 술주정과 행패가 있고 나면, 나는 엄마 무릎에 앉아 착한 어린이가 되었다.
작은 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며 “ 엄마가 참으면 안 돼? 엄마 도망가지 마. 내가 잘할게. “
애원했고, 그러면 엄마는 나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 엄마가 너희 두고 어딜 가. 엄마 도망 안 가. “
나는 아빠가 엄마를 괴롭힐 때마다 엄마 품에 달려갔고, 그제야 안심했다.
그 시절 어린 나에겐 엄마가 전부였다.
세월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고, 아빠는 이제 병이 들어 엄마를 괴롭혔다. 엄마는 속 좋은 사람처럼 그 일도 기꺼이 감당해 냈다.
“ 아빠가 뭐가 이쁘다고 병수발을 다해줘? 그냥 이혼하면 되지. “
나의 핀잔에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잊고 있었다.
엄마가 그 긴 세월 지겨운 가난과 공포를 끝끝내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어릴 적 나의 애원을, 그 작고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의 그 무거운 삶을, 수없이 쌓아온 인내들을, 그저 쉬운 말 한마디로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