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대유행 속에서도 소상공인 사업체 수가 증가는 모습이라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가 싶었지만, 사장님의 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까맣게 타버린 2020년이었다. 시장에 진입하는 경쟁자는 늘었지만 경기침체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정책의 타격으로 매출이 감소된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체 수와 마찬가지로 매출액에 대한 2020년 중소기업현황 통계가 발표 전이라 각종 자료를 참고해 추정치을 구했다.)
늘어난 사업체에 줄어든 파이
그저 처참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0.7%의 성장을 하던 매출액이 2020년을 지나며 꺾이고 말았다. 2019년에 680조 원이었던 시장이 한 해 동안 33조 원 규모가 감소하며(4.8% 하락) 2017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소상공인 시장 매출액은 연평균 성장률은 -1.2%을 기록했다. 쓸쓸한 거리를 채워주던 불빛은 사장님들의 '혹시 오늘은 손님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타던 흔적이었다.
위중증 상태의 소상공인 시장
경기침체라는 전염병은 모든 업종을 할퀴었다. 전 세계적인 위기로 소비재와 산업재,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전 업종이 경색되었다. 엄혹한 현실에도 일부 매출이 성장한 업종이 있었으나 전반적인 침체를 상쇄할 수는 없었다.
소상공인 시장 매출의 65%를 차지하던 유통(도매 및 소매업)과 제조업의 매출액이 7% 감소했고, 사업체 수가 36%나 증가했던 전기, 가스, 증기 업도 매출은 9% 줄었다. 특히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은 매출액이 -11.9% 감소하고 사업체 수도 -0.1% 감소하며 시장 전체가 흔들릴 지경이다.
숫자로 확인된 쓰라린 현실: 허리띠를 조인 일상과 폭등한 아파트
거리두기로 인한 개인 소비 축소에 직접 타격을 받은 접객업종의 상황도 처참하다. 2020년의 접객업종 매출액은 '19년에 비해 2.8% 감소했으며,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1.9%)과 교육서비스업(-7.7%)의 하락세가 도드라졌다. 두 업종의 시장규모 축소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발표 때마다 빠지지 않던 업종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비대면 디지털 경제의 표상이라는 온라인 쇼핑의 눈부신 성장('19년 대비 온라인 쇼핑 거래액 19% 증가)도 대(大)침체 앞에선 무력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도매 및 소매업의 매출액 감소('19년 대비 -3.4% 감소)는 접객업종 침체를 이끌었다. 2020년 한국 경제의 어두운 면이 코로나19대유행 뿐이 아니었다는 것도 통계에서 오롯이 각인되었다. 시장 전반에 걸친 침체 속에서 부동산업은 '19년 매출액 대비 14.8% 성장이라는 눈부신 기록을 남겼다. 부동산업은 사업체 수 또한 전년 대비 4.1% 증가하기도 했다. 수도권 부동산 폭등이라는 모두의 한숨과 우려를 양분으로 삼은 결과였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처참했던 2020년
2020년의 창업 기업 수가 사상 최대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보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2020년을 기억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코로나19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왜곡된 주택시장을 겪은 2020년 한국경제의 민낯은 통계로 박제되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지금의 난리가 지나고 숨을 고를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전염병의 풍파를 돌아보게 될 때에는 소상공인과 모든 이들의 눈물과 아픔을 기억하고 선택하지 않아야 했던 판단들과 미담으로 겉치레 하며 강요한 희생의 의미를 반추하자.
시장이 요동치고 변화가 많은 지금 시점에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있지는 않을까? 이어지는 글에서 소상공인들이 말하는 사업상 어려움과 소상공인 시장을 둘러싼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보며 기회의 틈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