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얼마만의 소설인가! 제대로 읽은 마지막 소설은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리고 깨달았다. 소설을 읽고 난 후의 글이 훨씬 어렵다.
1. 결핍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결핍’은 가장 와닿는 개념이었다. 특히 인생의 주체성을 완전히 잃은 유디트의 결핍.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감정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우리는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결핍을 채우고자 C, K와 같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채워지길 바라지만 결국 채워지는 건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존재들.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내용이었다.
2. 죽음
책 초반에 등장하는 작중화자의 직업을 어림짐작하면서도, 분명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살을 유도하는 척하면서, 결국은 삶을 택하도록 만드는 그런 인물 일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아직 죽음보다는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인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며 삶의 의지를 북돋우기도 한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삶이 고통일 때는 죽음이 나을 것이라고 (잠깐) 생각하기도 하며, 종교적인 이유로 죽음을 다르게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죽음이던, 나는 죽음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너무 어렵다.
글을 쓰면서도 느끼지만, 나는 그냥 이 책이 재미있었다. 왔다 갔다 하는 구성이 재밌었고, 작가의 표현이 재밌었고, 등장하는 예술 작품이 있어서 좋았다.
더 이상 깊이 있게는 생각하지 못하겠다.
3. 쳇 베이커
책에서 나오는 쳇 베이커에 관한 유디트의 얘기 중 동의할 수 없는 한 가지 부분은, 쳇 베이커가 탁월한 뮤지션이 아니었다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그의 음악을 듣고 그가 어떻게 천재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말이다.
또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사랑 노래를 들어도 그냥 슬프다. 천재 뮤지션의 슬픈 인생은 더욱 그의 음악을 슬프게 들리게 만든다.
쳇 베이커의 죽음에 관해, 유디트는 그가 죽음이 아닌 휴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고 얘기한다. 그는 진짜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Born to be blue, Blue room, I fall in love too easily 등이 내가 좋아하는 쳇 베이커의 음악들이다. 쳇 베이커의 음악은 어쩌면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쓰기 가장 좋은 배경음악일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