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쌍생아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자각.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우리.
- 마지막 작가노트 中
이 소설은, 일란성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보여주며, 그 삶을 지켜본 나(딸, 안진진)는 어떤 선택을 하게되는 지 보여준다.
이 소설 속의 일란성쌍둥이가 다른 남자를 선택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지만, 그것이 보이는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 결핍이 없는 인생이 누군가에겐 부러운 인생이지만, 결핍이 한 번도 없어본 사람에게 그것은 행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결핍론자인 후배가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나 역시, 결핍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 결핍이 없는 인생보다 멋진 인생은 결핍을 채워나가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아버지의 인생이, 어머니의 인생이 주인공에게 반복될지 모르지만, 인생은 결국 살아가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 단정 짓고 싶진 않고, 내 인생에 대해서도 그렇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스스로의 삶을 변명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삶을 들춰내야 한다는 말은 정말 어리석은 핑계처럼 들린다."
"인생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 이것이 사춘기의 내가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이었다. 어머니의 경험이 나에게서 멋진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동기 유발을 앗아가 버린 것이었다." "가난한 삶이란 말하자면 우리들 생활에 절박한 포즈 외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삶이란 뜻이었다." "전혀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어머니는 끊임없이 자신의 활력을 재생산해서 삶에 투자한다... 내 어머니는 날마다 쓰러지고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글들을 모아보니, 내 인생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