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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l 20. 2016

버거가 비싸다 생각되면 그냥 혼자 먹지를 말자

SPC그룹에서 새로 런칭하는 햄버거 가게 단가로 또 시끌시끌해 보인다. 뭐 비싸고 싸고를 떠나, 답답한 논리는 왜 뉴욕은 얼만데 한국은 얼마냐 하고 따지는 논리다. 필자는 견적을 주업무로 하는 사람으로 이런 논리를 만나면 상당히 당황스럽다. 제대로 breakdown을 해보지고 않고 그저 여기선 얼마니까 저기서도 얼마겠지 그냥 퉁치고 가는 분들의 빠른(?) 판단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예컨대 이러한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 지하철 4km정도 되는 공사비가 2천억원 한다고 치자. 가령 내가 잠비아 리빙스턴 지하철공사 견적을 하러 가서 4천억원이 나왔다고 하면, 왜 그렇게 비싸냐고, 잘못 견적을 한 거 아니냐고, 뭘 그렇게 남겨먹으려고 하냐는 분들이 종종 계시다. (물론 상기 사례는 가상이므로 금액을 가지고 따지면 곤란하다. 리빙스턴에 지하철이 생기려면 아마 백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평생 안 생길수도.. 궁금하면 구글지도에 한번 찍어보시라) 물론 반대로 나중에 리빙스턴 지하철이 실제로 4천억원이 넘게 들어가면 저가수주가 원흉이라 떠벌이고 다니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말이다. 그, 금액을 산출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건설공사에 쓰이는 콘크리트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1m3당 대략 8만원가량 한다치면, 북유럽은 10만원이 훌쩍 넘고, 중동도 그러하다. 그렇다면 아프리카같이 물가가 싼 곳으로 가면 더 쌀까? 비쌀까? 그건 그때그때 다르다. 예컨대 주변에 항구가 없고 석산이 없는 내륙지방의 국가라면 1m3당 30만원가량 하는 곳도 존재한다. 콘크리트의 재료인 시멘트나 모래, 돌맹이들이 없으면 조달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어떠할까? 전세계 건설공사는 필리핀이나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등의 인력들이 많이 쓰이곤 한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월급 30만원 수준에서 300만원 수준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일부 국가의 경우 블럭비자 등으로 제한을 걸어 생산성은 낮지만 임금이 높은 현지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면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가격은 올라간다. 호주같은 나라에선 하루에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정해놔서 같은 공사라도 훨씬 더 긴 공사기간이 요구되곤 한다.
포크레인이나 덤프트럭 같은 장비 가격자체는 세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장비를 움직이는 기름값은 중동지역 리터당 3백원 수준에서 노르웨이나 홍콩의 리터당 2천원 수준으로 그 스펙트럼이 또 상당히 크다. 다른 기름값은 물론 다른 물류비용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날씨도 다 달라 한달에 비가 20일 가량 내리는 지역과 일년에 20일 내리는 지역의 공사금액은 당연히 판이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별 부가가치세는 우리나라 10%, 중동지역 0%, 북유럽 25%까지 각기 다 다르다. 여기에 관세나 소득세, 사회보장세, 등 각종 다른 세제까지 적용하면 또 안드로메다로 간다. 향후 5년, 10년을 계획해야 하는 사업의 영역으로 가자면 그 국가의 물가상승률, 환율, 법인세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고, 이는 contingency로 반영되어 금액을 또 올릴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빅맥지수나 스타벅스지수같이 전세계에 많이 팔리는 상품을 통해 해당지역의 물가를 알아 보는 건 괜찮은 방법이지만, 뉴욕에선 얼만데 왜 서울에선 얼마냐고 특정 상품 하나만으로 들이대는 건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그 상품을 출시한 회사도 어련히 적당한 이윤을 얻기위해 상기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고심끝에 책정한 가격일 것이다. 물론 맘에 안들면 안 먹으면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그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다. 왜 남의 상품 가격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 영업이익이 그렇게 높은 애플 제품은 열심히 쓰면서, 고작 그 햄버거 하나에 열을 올리면 쓰겠나. 그런 열올릴 시간에 나같으면 그냥 맥도널드에서 행복의 나라 메뉴나 먹으며 작지만 큰 행복을 즐기겠다. 그런데 세상엔 맥도널드 빅맥을 먹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크라제 버거를 먹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거 좀 더 좋은거 먹고 싶은 사람을 다 허세 들었다고 할 필요가 있나. 맥주로 치자면 목넘김이 좋고 저렴한 하이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서너배 가격을 내고 기꺼이 발라스트포인트 스컬핀을 마시는 사람도 있는거 아니겠나. 그걸 허세라 하면 뭐 딱히 할말은 없다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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