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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09. 2016

골목상권과 피서지 바가지

지난주 짧으나마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내며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튜브를 가져오지 못해 해변에서 튜브를 대여하러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하루 대여료가 무려 1만 원이더라. 눈 딱 감고 대여를 하려다가 문득 저 멀리 GS25가 보여 한번 가봤다. 과연 비슷한 크기와 품질의 튜브가 1만 5천 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나는 당연히 GS25에서 튜브를 구매했다.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커피를 현금으로 비교적 비싼 가격에 팔고 있었고, 다시 시야를 넓혀보니 투썸플레이스가 있더라. 서울과 똑같은 가격의 각종 커피가 판매되고 있었고, 나름 또 합리적인 가격에 같은 품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겼다.



피서지에서의 바가지 물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무리 바가지 물가를 잡으려고 법안을 올리거나 단속을 해봐도 변하지 않는 바가지는 여기나 저기나 똑같다. 정가제를 제대로 안착시키려면 무슨 방법이 필요할까? 그저 상기 언급한 GS25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입점하면 바가지물가는 경쟁력을 잃어 자연스레 자취를 감추게 된다.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당히 아이러니한 현상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러하다.



언젠가 대형 건설회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고수익을 얻기 위해 층간소음재도 좋은 것을 안 쓰고 소비자들이 당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각자 건축주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런데 한번 주변을 둘러보자. 중소규모의 건설업자를 만나 전원주택을 짓다가 패가망신한 경우는 종종 보여도, 래미안이나 힐스테이트 선분양 받았다가 입주를 못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아울러 그러한 브랜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 그 하자를 수리해주기 마련이다. 해당 건설업체는 브랜드 가치 하락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간혹 상당히 많은 하자보수비가 들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물론 대형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짓다가 도망가버리거나 하는 일은 듣도 보지 못했다.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러한 주장은 가끔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려질 때가 많이 있다. 얼마 전 합리적 소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역시 그 논리의 연장선에 있다. 주변을 돌아보면 선의를 가진 사람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 때가 많다. 조금은 많은 걸 따져보고,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타도하는 움직임은 많이 보인다. 헌데 언젠가부터 휴가를 나서면 굳이 우리 동네 마트에서 장을 많이 보고 트렁크에 채울 필요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전국 어디든 가면 이마트나 홈플러스, 농협 하나로마트가 가득하기에 피서지에 가서 장을 봐도 딱히 물가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골목상권과 대형마트, 일방적으로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 일 참 쉬운 게 없다. 도서정가제, 휴대폰 단통법, 등의 예를 봐도 어느 단면만 보고 추진한 무리한 법안은 때로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하는가,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가, 이것은 분명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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