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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09. 2016

관행이라는 문제

우리나라 건설공사 관행 중에 가장 최악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계속비공사 및 장기계속공사와 같이 발주기관에서 연부액을 매년 정해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외국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공사기간 몇 년, 공사금액 얼마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러면 해당 건설업체는 그 정해진 공사 금액과 기간 안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사를 완료할 것인지 공정을 짜고 계획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토목 안 한다더니 박원순 월드컵대교 공사 진짜 안 해, 헤럴드경제"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50109000071


상기 기사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총공사비 2,600억 원짜리 공사를 매년 100억 원씩 밖에 주질 않는 사례도 존재한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월드컵대교 공사기간은 당초 5년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헌데 매년 100억 원씩 정도로 찔끔찔끔 연부액을 부여하면 산술상 26년이 걸려야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면 그게 건설사의 문제지 뭔 사회적 문제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건설공사의 경우 매월 발표되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공사금액의 3%나 5% 이상의 증감이 발생 시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을 실시한다. 그에 따라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총공사금액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2.5%의 물가상승이 이어진다면, 3년에 1천억 원짜리 공사금액은 77억 원이 증액되게 된다. 이게 만약 7년으로 공기연장이 된다면 공사금액은 1,189억 원이 되어 189억 원이 증액되게 된다. 즉, 제때 공사를 마쳤다면 1,077억 원에 마칠 수 있는 공사를 추가로 112억 원을 더 들여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법적으로 완전히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발주기관 사유에 의해 늘어난 공기에 대한 간접비도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직원 임금 및 가설사무실 운영비를 대략 한 달에 2억 원만 잡아도 1년이면 24억 원, 4년이면 거의 100억 원에 가깝다. 여기서 끝일까? 구조물의 내구연한을 30년으로 잡으면 공사기간이 늘어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관행에 길들여지다 보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도 이 Construction Management(CM)에 대한 경쟁력이 많이 취약하다. CM이라 하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한된 금액, 제한된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연부액과 같이 매년 발주기관이 정해주는 공사비에 맞추어 공사를 하다 보니 전체적인 공사를 수행할만한 능력이 많이 부족해지게 되는 것이다. 더 희한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철 공사 10km가 나오면 대략 2-3km씩 끊어서 공사를 나누어 발주하게 된다. 이것도 상당히 비효율적인 게, 10km 공사를 4개 공구로 나누어 공사를 한다면 그만큼 관리에 필요한 공무원, 감리자들이 많이 필요하고, 시공사 입장에서도 전체 프로젝트를 온전히 리드할만한 기회가 박탈된다.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에 건설 중인 지하철 공사는 17.4km의 터널에 무려 17개의 신설역사가 지어지게 된다. 헌데 그 공사를 수행 중인 건설회사는 Salini라는 이탈리아 회사 하나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3단계 건설공사를 볼까? 총연장 9.14km에 정거장은 8개밖에 없는데 공구가 무려 918, 919, 920, 921, 922, 923, 여섯 개나 존재한다. 시공하는 회사도 SK부터 삼성, 롯데, 포스코, 대우, 대림, 많기도 하다. 공동도급사까지 하면 그 수는 몇십 개로 불어난다. 왜 이런 식으로 건설시장이 형성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비효율성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뭐 누군가의 음모 따위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예전 개발도상국 때부터 해오던 관행에 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진국은 어떤 나라가 선진국일까. 먼저 약속을 지키는 사회가 선진국의 첫걸음 아닐까 싶다. 적절한 공사금액과 기간을 정해 놓고, 누군가 잘못을 한다면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매년 공사금액을 변동시키고, 늘어난 공사기간에 따라 세수는 낭비되고,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어떠한 잘못이 발생하면 발주기관과 시공사, 설계사는 서로 미루기 급급하고. 다른 많은 시장도 그러하겠지만, 건설시장은 조금 더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가 싶다.

기사에 대해 첨언하자면, 토목이 싫다고 정말 안 하면 되겠나. 토목은 상하수도, 도로, 지하철, 항만, 공항 등 인간이 살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구조물을 건설하는 분야다. 그리고 건설한 그 구조물의 수명은 무한대가 아니다. 너무 등한시 하다간 큰 코 다칠지 모른다.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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