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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17. 2016

모든 직업의 한 시간에는 동일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본 포스티은 조정래 선생께서 JTBC에서 하신 말씀의 일부를 보고 쓴 글입니다


중동에서 해상공사를 하던 때였다.


보통 바다 밑에 파이프를 묻기 위해선, 해저면을 파고 파이프를 묻은 후 모래와 돌로 덮는 작업을 한다. 이 해저면을 파는 작업을 준설;dredging이라 하는데, 지반이 서해안과 같이 뻘밭이면 TSHD 같은 파이프선으로 쭉쭉 빨아들이고, 제주도와 같이 암반이 드러나 있으면 그 암반을 먼저 깨야한다. 암반을 깨기 위해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엄청나게 무거운(대략 50 ton) 쇳덩이를 준설선으로 높이 들어 올렸다가 자유 낙하하며 해저면을 내려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저면보다 더 딱딱한 쇳덩이로 바닥을 깨는 거지. 헌데 해저면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해서 그 어마 무시한 쇳덩이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 깨지게 되더라. 용접사가 붙어 용접을 해도 다시 하루 이틀이면 깨지게 되고, 거의 하루 일하고 하루 용접하는 식으로 일이 계속되었다. 


이대론 도저히 예상된 공기를 맞출 수 없다는 생각에 용접사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한국에서 웬만한 대기업 직원 월급 두배는 훌쩍 넘는 임금을 받는 최고급 용접사를 모셔왔다. 용접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 예술 같은 용접기술에 생산성은 증대되어 이제는 한번 용접을 하면 3-4일은 거뜬히 일할 수 있게 되었다. 해상공사라는 게 사실 용접공의 임금은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고, 해상장비의 감가상각 및 예인선의 연료, 잠수부 노임 등이 주요 원가라 적당한 수준의 용접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월등한 수준의 고급 용접사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의사결정임을 몸소 체감한 경우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상공사에 있어서 잠수부의 잠수 실력은 엄청난 생산성의 차이를 유발한다. 잠수부의 경우 내려가는 시간과 올라오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작업하는 시간은 상당히 제약적이다. 따라서 잠수부도 대부분 특전사 출신의 고급 잠수부를 고용해야 여타 장비의 유휴시간 등을 줄여가며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생산성의 증가는 원가의 감소, 공사기간의 단축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고.
용접사라고 다 같은 용접사가 아니고, 잠수부라고 다 같은 잠수부는 아니다.


하물며 땅 파고 공구리치는 공사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능력의 차이를 왜 베스트셀러 작품을 무수히 남긴 거장은 모른단 말인가. 노동자, 의사, 교수가 모두 같은 임금을 받는다면 정말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가. 인간의 이타심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 이기심으로 인한 적절한 경쟁 덕분에 우리가 이토록 풍요로운 사회를 이룩했다고 생각하진 않는가. 인류 역사상 그 언제 이렇게 많은 곡식과 오락과 쉼을 즐겼던가. 그 타인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무언가 더 나은 소득을 창출할 수 없었다면 자동차도, 비행기도, 컴퓨터도, 아이폰도 창조되었을 리 만무하다. 돌도끼를 잡던 때부터 시작된 그 능력과 노력의 차이를 너무 쉽게 간과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 의사와 교수와 노동자의 임금을 다 같이 해보자. 그럼 저 방글라나 네팔의 노동자는 왜 다른 임금을 받는가. 그건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정당한 논리를 갖게 되는가? 쉽지 않은 문제를 너무 쉽게 말하진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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