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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Oct 08. 2016

제주도의 개발에 대한 두가지 시각

생각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개발에 대해 이렇게 주관적이고 단편적인 현실진단을 보면 참 가슴이 답답해진다.

'난개발이 빚은 제주도의 슬픈 자화상'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345530


본 기사의 시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제주도가 예전의 제주도 같지 않다”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기사는 제주공항이 현재 포화상태이며, 자동차가 많다는 이유, 그리고 ‘한라산 허리 베어내 중국자본에 개발 허가’를 내주며 개발을 하는 바람에 섬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대규모 개발을 멈추고 섬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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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사회가 개발되고 발전되어 나가면 그에 따른 문제는 필연적으로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때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첫째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 둘째는 그저 개발 자체를 멈추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심정적으로야 후자를 주장하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만, 그건 제대로 된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제주도의 경우, 이미 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관광수입으로 섬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 와서 제주도가 예전의 제주도 같지 않다고 제2공항도 짓지 말고 개발을 멈추고, 중국자본을 몰아내자는 것은 향후 관광객의 수를 줄이자는 것이다. 관광객의 수가 줄어들면 관광수입이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른 부동산 신규투자가 이어지지 않으면 제주도는 황량한 섬으로 전락할 것이다. 아 뭐 황량했던 섬이 제주도였으니 그럼 예전의 제주도 같이 되긴 하겠다. 여튼 그 투자와 개발 덕택에 제주도는 5년전 4천3백억원 수준의 세수가 현재 1조원이 넘는 넉넉한 재정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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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3년까지 제주도에 살다가 육지로 넘어왔다. 그때만해도 제주도에는 외지인이 그다지 많지 않았고, 어딜 가도 한산한 편이었다. 교통체증은 당연히 없었고, 뭐 대형 마트나 브랜드 백화점도 없었다. 그 때문에 어떠한 장난감이나 특별한 제품을 사기 위해선 육지로 나가야 했다. 당시만 해도 비행기 편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밖에 없었고, 노선 수가 많지 않아 비행기 티켓도 비쌌다. 그 때문에 육지로 나가는 것도 보통 사람들에겐 일종의 큰 일이었다. 통계청 자료를 확인해보니 당시 관광객 수는 총 369만명 수준이었고, 이 중에 내국인이 347만명이고 외국인이 22만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떠한가, 2015년 기준 제주도 총 관광객 수는 1,366만명이고, 내국인이 1,104백만명이고 외국인이 262만명이라고 한다. 내국인은 318% 증가했고, 외국인은 무려 1,19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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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도내 숙박 및 음식점의 부가가치는 물론 관광숙박업 사업체의 매출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비단 10년 전에 비해서도 도내 1인당 지역총소득은 67.8%로 증가하여 전국 1인당 지역총소득 증가율인 56.5%를 훨씬 상회하였다. 제조업기반이 전혀 없는 제주도에서 관광산업이 침체를 겪는다면, 그것은 제주도에 더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제주도의 2014년 총부가가치 기준으로 관광개발과 관련된 건설업,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업, 부동산, 공공행정, 문화서비스업을 합치면 56%를 차지한다. 전국기준으로 이를 합치면 38%인데, 이와 비교해 보면 상당히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전국기준 제조업의 전체 부가가치 비중은 30%인데 반해 제주도는 3%에 불과하다.
(자료 출처 : ‘관광 1번지’ 제주도를 읽다 (통계로 본 제주의 변화상), 호남지방 통계청,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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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광수지를 보면 2007년 -108.6%를 찍고 2014년 기준 -17%로 서서히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참고로 관광수지는 관광수입 기준 관광지출의 차이를 통해 비교하는 통계자료이다. 지난 10여년간 관광수지가 개선된 이유는 관광지출이 줄어서라기 보다는 관광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61억불이었던 관광수입은 2010년 100억불을 돌파하고 2014년 181억불에 이르게 된다. 181억불이면 금일 환율 기준으로 20조원이 넘는 액수이다. 이 관광수입의 출처가 어디인지 추정해보려면 외국인 방문객보고통계를 보면 되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를 통해 보면 2015년 기준 총 1,094만명 외국인 관광객 중 제주는 경기 327만명, 서울이 286만명에 이은 236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대략 관광수입은 이 서울, 경기, 제주 세 군데에서 대부분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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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 과부하가 걸렸다면 신공항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신공항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어느 정도 여객기 운항횟수를 제한하던지, 심야시간 운항을 시작하던지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렌터카 대수를 제한하던지, 트람의 도입이나 버스시스템 확립 등을 통해 대중교통 체계를 잘 갖추는 방법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에 의한 무분별한 투자가 이어져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조례변경을 통해 중국자본 러시를 약간 브레이크 걸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제동을 건 것은 아니고, 이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확립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대부분의 지방자치 지도자는 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알아서 들어오는 그 투자를 굳이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법령을 과도히 흔들면 오히려 투자가 한순간에 얼어붙어, 지역경제 자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미 어업을 제외하고선 수많은 지역주민들이 관광산업 및 부동산과 관련된 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 분들의 매출 및 고용에 영향을 주는 산업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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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해 나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문제점을 잘 해결하고 잘하고 있는 부분은 계속 발전해 나갈 생각을 해야지, 그저 예전이 좋았다는 주관적 기억 하나만으로 개발을 한순간에 멈추자고 하는 것은 답이 아닌 것 같다. 부디 활성화된 관광산업을 잘 발전시키며, 환경훼손 및 교통 등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한국 역사상 언제 이렇게 하와이나 홍콩같은 관광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가. 부디 사이판이나 괌과 같이 인적이 드물어져 과거의 영광만 기억하며 저물어가는 섬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꾸준히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좋은 섬으로 이어나가려면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면서도 질서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선진국으로 가면 부가가치에 있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부디 그 과정에 있어 예전의 향수에 젖어 그저 뒷걸음질 치자는 주장이 득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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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는 그냥 어느 월급쟁이 생각일 뿐이고, 읽는 이에 따라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겠다. 다음달에 나는 부모님이 계신 제주도에 잠시 다녀올 생각인데, 성인 기준 왕복 4만원밖에 안 하는 비행기 표는 물론 관광산업이 활성화된 제주의 덕택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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