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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Dec 06. 2016

삼면이 바다라는 축복

다시 출장을 가기 위해 이리저리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다 보니, 과연 이 바다를 접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들의 낙후성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인류 발전의 역사는 사실 해양의 진출로 가능하게 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이야 물론 말을 타고 다니며 세상을 정복했지만, 그의 사후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 나라는 당시 갤리선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카르타고였다. 카르타고가 어디냐,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북아프리카에 세운 제국이다. 이 페니키아인들은 인류 최초로 갤리선을 사용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상 무역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조지 스티븐슨의 증기기관차, 다임러와 벤츠의 자동차,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등으로 육상 및 항공 수송도 물론 다양해지고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물류에 있어서 해상이 차지하는 부분은 비할바 못된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통계연보에 따르면 국제여객의 경우 해운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기준 4.5%에 불과하지만, 화물의 경우 무려 99.7%에 이른다. 이것은 설령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놓인다 하더라도 큰 변화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본다.



해상 운송은 그 유형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상기 99.7%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해상운송은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이다. 그리고 광물, 농업, 산업재, 목재, 공산품 등이 그다음을 이룬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러한 대규모 원자재 및 벌크 항목들은 자동차나 비행기로 운반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원유의 경우는 석유 파이프라인 등으로 운송 가능하지만, 한국과 같이 산유국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나라는 그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풍력발전소에 쓰이는 뱅뱅 돌아가는 터빈은 대략 비행기 정도의 크기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이것도 육상과 해상의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육상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터빈을 설치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해상의 경우엔 더 큰 하중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해상크레인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략 육상크레인의 경우엔 1000t 내외의 규모가 가능하지만, 해상으로 가자면 그에 7-8배가량의 규모 크레인을 만들 수 있다. 해상크레인의 경우는 아무리 무거워도 부력을 이용하면 물 위에 뜰 수 있지만, 육상의 경우엔 지나치게 무거워지면 지반이 침하되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해상크레인은 더 무거운 것을 들어도 부력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육상의 경우엔 오롯이 자신의 자중만으로 버텨야 하기에 일정 무게 이상의 물체를 들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바다가 인접하다는 말은 무역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인프라를 만드는 데 훨씬 더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세계 명목 GDP 순위 상위 50개 국 중에 바다가 없는 나라는 딱 두 나라밖에 없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 나라도 사실 EU라는 공동체로 묶여있기에 바다가 없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인접한 바다가 없는 에티오피아나 말라위, 짐바브웨나 보츠와나 잠비아, 차드나 니제르, 키르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몽골, 네팔, 부탄, 이런 곳들은 지도만 봐도 참 안타깝다. 인프라를 조성할만한 여건이 애초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과거 광개토대왕에 굳이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놈의 육지 땅덩어리가 넓었던 과거는 과거일 뿐, 굳이 다시 그때와 같이 광활한 영토를 바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사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것도 굳이 큰 흠은 아니다. 석유가 많이 나서 그 운명의 등락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산유국, 이란이며 베네수엘라며 멕시코니 아제르바이잔이니 하는 나라들을 보면 그 취약한 리스크 구조는 오히려 약이 아니라 독이라 생각도 되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인 것은 흠이 아니라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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