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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1. 2017

초등학교 운동장 개조 프로젝트, 그리고 양성평등과 출산

예전에 재정지출의 확장에 대한 글을 썼는데, 어느 분께서 여력이 된다는 가정 하에, 그럼 어떠한 부분에 지출을 해야 할런지 문의를 해주셨다. 물론 내가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매번 소인배와 같이 남이 준비한 정책을 비판만 하는 데 기력을 소진한 데에 일말의 죄송함을 느끼며,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오랜 시간 생각한 바는 아니지만, 이건 어떨까 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제안을 해본다. 물론 이건 상당히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제대로 뻘짓인 탁상공론일 수 있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수준에서 재미 차원에서 읽어 주셨으면 한다.



먼저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한데,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가 GDP 대비 40% 수준인 600조 원이고 여타 선진국 수준이 10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100-200조 원 수준의 지출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는 국채의 발행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부채를 통한 재정정책이라 함은 일시적으로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의 활성화를 노리는 것이므로, 장기간 지속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가자. 그러니까 이를 통해 기본소득이라들지 청년 배당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은 조금 힘들다고 본다. 그럼 들어가 보자.



재정정책의 가장 유명한 예는 경제대공황 시절 뉴딜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은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병원, 다리, 공원 등의 시설공사를 실시하며 비숙련직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이를 통해 GDP, 생산지수, 통화량 등이 회복되었으며, 실업률도 낮추었다. IT의 시대라 하지만, 여전히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제조업이나 전력, 가스, 수도 등에 비해 높은 편인 17명/10억 원 수준이며, 일단 공사비가 지급되면 자재 장비 노무 등 골고루 지급되기 때문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에도 괜찮은 편이다. 사대강 사업도 환경이나 절차적 문제는 많지만,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한 재정정책의 일환으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담 시작은 건설이다. 무엇을 건설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 있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출산율이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출산율이 저하되면 인구수가 감소하게 되고, 감소된 인구수에 따른 생산력 저하는 곧 GDP의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세수의 감소, 연기금의 감소 등 문제로 이어질 것이니, 이민으로 해결하든, 프랑스와 같이 출산율을 다시 높이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출산율이 저하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유아기 보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은 20대 초반 남성보다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이지만 20대 후반부터 남성에 비해 낮은 참가율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30대가 되면 다시 양(+)의 기울기를 보이는데, 어느 정도 아이가 스스로 통학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잠시 스웨덴으로 한번 가보자.



맞벌이 강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13년 기준 77.9%로 한국보다 1.4배가 높다. (기사 참조: 스웨덴 워킹맘 미소 뒤엔 ‘야근자 전용 24시간 어린이집’, 2014.10.29, 한겨레) 한겨레 탐사보도 기사에 따르면, 스웨덴은 육아를 ‘사회’에서 책임진다고 한다. 24시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교대제 노동자, 즉 간호사나 경찰관, 항공사 직원 등을 고려하여 공립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한다고. 나의 문제제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왕 확장적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건설업에 쓰여야 한다면, 그래도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곳에 쓰여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한 게 이 어린이집이다. 모든 영유아가 전국 어디에서나 보육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



헌데 현재 존재하는 어린이집은 상당히 좁고, 모든 영유아를 보육하기에는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아파트에 있는 어린이집은 당연하고, 한 달에 백만 원씩 하는 어린이집도 애들이 뛰어다니기엔 조금 부족하다. 현재 한국에서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놀고 있는 땅이 어디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퍼뜩 초등학교 운동장이 떠오르더라. 그렇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파서 대형 지하건물을 만들고, 그곳에 넓은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게 나의 제안이다. 이쯤 되면 이놈이 뭘 잘못 먹었나. 헛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럴람 고냥 운동장에 마징가 제트 기지라도 만들지 뭔 소리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작금에 생겨나는 하수처리장은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구조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하수처리장이라 함은 큰 원의 형태로 하수가 가두어져 있고, 폭기조 등의 장치로 냄새도 많이 나고 가까이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 만들어지는 하수처리장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하남시에 있는 유니온 파크라 하는 넓은 운동장 및 공공 어린이 워터파크는 하남시 환경기초시설의 하나이다. 그러니까 그 넓은 운동장과 워터파크 지하에는 하수처리를 할 수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니까. 그곳에 막상 가보면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하지만 존재한다. 그 운동장 밑에는 거대한 규모의 하수처리시설이 존재한다.



그런 관점에서 가보자. 초등학교 운동장을 파고, 그곳에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든 후 다시 흙으로 덮어도 운동장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에 새로운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 넓은 공간에 보육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에버랜드의 키즈커버리나 흔히 볼 수 있는 키즈카페와 같이 넓은 공간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곳은 24시간 운영되며, 맞벌이를 하는 부모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아빠도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공사비가 문제인데, 한번 산출해볼까.



먼저 전국의 초등학교 숫자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깔끔하게 6,001개이다. 여기에 조달청 2013년 공공 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 4층짜리 건물의 단위 공사비는 대략 186만 원/m2임을 알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RC구조 초등학교의 연면적이 대략 10,000M 2니, 이를 곱해보면 대략 186억 원의 공사비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운동장 밑에 그렇게 큰 연면적이 필요하지는 않을 테니 대략 반으로 퉁쳐서 100억 원의 공사비가 필요하다고 치자. 그럼 총 필요한 공사비는 60조 원이다.(100억 원 x6,000개) 이걸 국채 발행을 통해 한번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중요한 부분은 여기서 부터다. 베이비시터! 내가 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친한 선배와 점심을 먹다가 였다. 미국 MBA를 다녀온 그 선배의 말에 따르며, 미국에서는 주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13세 미만의 아이는 부모가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 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베이비시터를 동네 고등학생이 할 수도 있고, 심지어 학교에서 베이비시터 교육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걸 한번 우리도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재정을 통해 만들어 놓은 그 운동장 보육시설, 거기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건, 특별한 보육 선생님이 1대 15명, 20명 뭐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지역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 주부, 노인 등의 인력을 이용해서 소규모 단위로 보육을 하는 것이다. 이는 파트타임으로 이루어지며, 카카오 택시와 같은 앱을 통해 부모와 직접 컨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도 괜찮겠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내 생각엔 이러한 방법이 그저 청년수당을 주는 복지정책에 비해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사람은 운동장 보육시설에 와서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으며 한두 명의 아이만 돌보면 된다. 이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정도 된다면 딱히 돌볼 것도 없다. 그냥 그 키즈카페 같은 시설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노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설엔 분명 담당 공무원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과 매뉴얼로 이루어지며, 문제가 발생할 시 정해진 규율에 따라 피드백을 하면 그만이다. 적어도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것보단 훨씬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이분들의 시급을 모두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어디까지 사용자 부담이 일정 부분 존재해야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50:50이라들지, 어떠한 합의된 원칙에 따라 운영한다면 꽤 유용한 시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이 6470원이니, 하루 8시간을 시설에 맡기면 5만 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연차수당이나 주휴수당 등을 고려하면 그것보다 비싸지겠지만, 고냥 단순화해서 하루에 5만 원의 반인 2만 5천 원으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길 수 있다면 맞벌이하는 부모라면 아마 많이들 이용할 것이다. 주 5일 기준으로 일 2.5만 원으로 한 달 내내 맡겨도 부담하는 돈은 50만 원에 불과하다. 요즘 아이 보육해주시는 아주머니 구하려면 적어도 한 달에 200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국가의 관점으로 가볼까. 50만 원씩 12개월 하면 6백만 원이다. 현재 0-9세 인구수가 전국 4.5백만 명이니 이를 곱하면 27조 원이 나오게 된다. 어른 한 명이 아이 둘을 본다는 가정을 한다면, 대략 연간 13.5조 원. 거기에 시설 유지보수, 고정 공무원의 임금을 고려하면 연간 15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피치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증세를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세 규모가 250조 원 규모이니, 10%가량의 증세가 필요하다. 하나 이처럼 혁신적인 보육정책이 도입된다면, 그 정도 사회적 비용은 감수해야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일자리도 상당수 생기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아이를 국가시설에 맡기고 부모는 일할 수 있으면, 경력단절 여성은 상당수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노동참여는 곧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평등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베이비 시팅 관점에서 본다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노인들의 일자리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이는 파트타임이니 학업을 하면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교육이 아닌 보육의 개념이니 그렇게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있어 자기계발의 밑천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규모 최저임금 일자리의 창출은 시장경제 노동시장을 다소 교란시킬 수 있어 보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는 대의를 위해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으로 내가 생각해보는 재정정책에 대해 한번 살펴봤다. 사실 땅을 파는 일을 하는 나는 한일 해저터널이나 한중 해저터널도 구미가 당기긴 하는데, 사대강 사업으로 인한 건설업의 안 좋은 시각 때문에, 이런 글을 썼다간 고대로 매장당하지 싶어 해저터널은 당분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운동장 개조 프로젝트, 그리고 양성평등과 출산율’, 어딘가 무모하고 현실 가능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확장적 재정정책이 공감대를 이룬다면, 이렇듯 사회에 괜찮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도 드물지 않을까. 그렇게 오늘도 쓸데없는 잡상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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