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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an 21. 2017

인구가 줄어든다고 공부를 등한시해도 될 것인가

누군가를 비판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관심을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다가 점심시간에 눈에 띈 신문기사 하나를 링크하여 또 이 주제에 대해 논하게 되었다. 여하튼 이런 말은 비단 신문지상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종종 이러한 말씀을 설파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면.



현재 대학에서 구글링을 하며, 인터넷을 뒤져가며 연구를 한다고 암기식 교육, 주입식 교육을 할 필요 없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 잘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이렇게 맞춤법에 맞춰가며(그래도 자주 틀리지만),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며, 데이터를 찾아가며, 계산기나 엑셀을 쓰면서라도 무언가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초중등교육을 통해 언어와 수학이란 도구를 습득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 우습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습득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로 하는 학습의 결과물이다.



당장 우리 집 첫째 아이는 초1인데, 숙제로 일기를 쓰고, 받아쓰기를 준비하고, 수학익힘책을 풀곤 한다. 특히나 수학익힘책 외에 구몬학습과 같이 계산 연습도 꾸준히 하는데, 수십 번 수백 번을 계산해도 사칙연산은 간혹 틀리곤 한다. 초2 과정인 구구단에 접어들면 아마도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연습이 필요로 할 것이다. 물론 구구단을 ‘암기’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면 이는 사칙연산에 머무는 것에 그칠 것인가.



나는 지금 채권 관련 책을 보고 있는데,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자금을 마련하려면 자본 혹은 부채를 통해야 한다. 그 기업에 소속된 직원도 따라서 그 채권에 대한 이해는 해야 한다. 자영업을 하더라도 일정 부분 사업체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품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금리이다. 금리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사칙연산, 그리고 이항 정리, 곱셈 공식, 나아가 등비수열까지 알아야 하며, 매매수익률 정도를 예측하려면 시그마 및 2,3차 방정식까지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런 것을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수학 수준은 겸비해야 한다.



연말정산? 국세청 계산기만 돌려도 내가 돈을 내는지 뱉는지에 대해선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회계사나 국세청 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혹은 회사의 그 분야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능력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딱 떨어져 엑셀로 휙휙 계산식을 돌릴 수 있을까? 당장 석사 학사 고졸 중졸자 들을 모셔놓고 엑셀로 이 수식을 만들어보라고 해보자.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학사 혹은 석사 학위자가 더 잘만들 확률은 높을 것이다.



물론 학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학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출중한 능력이라면 그 학위 이상의 수준이 필요로 한다. 얼마 전 어느 증권사에서 RA로 블로그에 미연준이나 FT 기사를 번역하고 소화하는 포스팅을 올리는 학생을 채용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웬만한 인 서울 대학 경제학과 학생보다 능력이 뛰어나다 할 수 있다. 슈퍼스타 K와 같이 아주 공정하게 신입사원을 선발하면 좋겠지만, 1명 혹은 10명을 채용하는데 100만 명을 줄을 세워 선발할 만큼 여유가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구가 줄어 다 같이 공부를 안 한다고 해보자. 그렇담 일정 수준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사나 반도체 엔지니어, 변호사, 석유화학 혹은 원자력발전 프로세싱 관리자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충당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능력이 없는 자국민이 아닌 똑똑한 외국인을 채용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 가면 인도나 한국 의사들이 꽤 많지 않은가.(솔직히 미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미드를 보면..) 결국 공부를 안 하고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 상대적 박탈감이 늘어나면, 브렉시트와 같이 고냥 나라 문을 걸어 잠글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면 당연히 공부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물론 야간 자율학습같이 강제적으로 하루 종일 가두어놓고 공부시키는 걸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업무도 일정 시간이 넘으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공부도 하루 종일 해봤자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사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부나 학습 자체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하며,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인구가 줄 테니 너넨 공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이런 건 무책임하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예전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근로계약서가 설령 일방적으로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들이대며 주휴수당이나 연차 유급휴가, 혹은 최저임금에 대한 조항을 들이대며 따지고 들면 사업주 입장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반대급부적으로 말하자면, 예전엔 그냥 사장님 마음대로 임금을 주며 사람을 부리면 되었지만, 지금은 4대 보험 및 주휴수당, 연차 유급휴가, 카드 사용의 기준 등등을 다 꿰고 있어야 합법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정과 같은 우리 아이가 고생하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아프다. 나도 주말마다 숙제 때문에 엄마와 다투는 큰아이를 보면서, 단지 작년 유치원 때만 하더라도 티 없이 놀던 저 아이가 불쌍하단 생각을 자주 한다. 하지만 부모는 어쨌든 아이가 미성년이 벗어나기 전까지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그저 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 이만큼 무책임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남보다 조금 더 뛰어난 능력 하나라도 없으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며 자립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그런 사회.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건 형태는 다소 상이할 수 있지만,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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